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칭다오 아줌마 Mar 25. 2024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지.

아닐걸?

 뭐라 그럴까. 나는 그렇게 요구가 많은 사람이 아닌 거다. 머리만 닿으면 어디서든 잘 잤다. 


친구들이 하는 말이 "너 되게 열심히 산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다닐 때도 끊임없이 알바를 했다. 친구들과 목욕탕을 같이 가면 "다음에 안 올 거냐?"(너무 긴 시간 때를 밀어 가지고)


그렇게나 시간도 쪼개 쓰고, 목욕탕을 가도 뽕을 뽑으려고 열심히 살았던 나는 주재원들이랑 놀고 한중커플이랑 어울리다 보니까 보상심리가 완전 터져버렸다. "대"한민국 사람이 어? 중국까지 와서 사는데 말이야! 어?... 뭐 병진이도 울고 갈 보상심리. 


10년 전만 해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반감은 지금보다 더 컸다. 지금도 뭐 그리 좋은 건 아닌 거 같지만..


 주재원은 주재원끼리 모여서 노는 게 정답인 거 같다. 뭐 주재원으로 오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왜냐면 주재원은 복리후생이 너무 좋다. 학비도 지원되니까 좋은 학교 가고 집 월세도 지원해 주니까 좋은 집에 살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비용이 지원되는 회사도 있겠고 나름 다 다르겠지만 주재원으로 오신 분들은 거의 도와주는 이모님과 함께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나와는 다르게 그분들은 한국에 돌아간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을 때 나는 조금 힘들었다.


주재원으로 오신 분들은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중국 생활 조금 더 잘 견디라고 응원해 주고 싶다.


특히 청도는 한국인 학교도 있고 영어가 특화된 학교도 엄청 많고 또 12년 특례를 바라보고 있는 분들도 많이 계셔서 으쌰으쌰 하면서 잘 지낼 수 있는 곳이다. 나도 그 덕에 많은 정보와 많은 한국 슈퍼(ㅋㅋ)를 이용하면서 잘 살아내고 있다. 감사한 점이다.


지금도 한국 가면 바리바리 한국 물건 사들고 오게 되고 한국에 다이소만 가도 질이 너무 좋은 것들이 많다. 중국 물건 싸지만 오래 쓰질 못한다. 다이소 거도 다 중국에서 만들었는데 말이야 음.. 중국과 한국의 기본값이 다르다. 1000원이라도 한국에서 사는 거는 쓰게끔 활용하게끔 만들어놨는데 중국에서 1000원쯤 되는 걸 사면 일회용이겠거니 하고 쓰게 된다. 나이와 세월이 나를 다듬어 놓은 건지 중국이 나를 다듬어 놓은 건지 그러려니가 이제 좀 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것 또한 감사한 점이다.


 시장을 봐오면 듣는 소리가 "또 사기당했네 당했어." 내 발음이 너무나 외국인이고 또 보는 눈이 없다는 것. 과일도 맛없는 거만 사 온다고 하고 고기도 비계 엄청 많은 부위 사 온다고 하고 야채는 시들시들한 거 사 왔다고 하고 애가 셋인 주부지만 나는 장을 보지 않는다.


남편이 시장에 가서 사 오고 또 밥도 음식도 한다. 한국에서 요리하는 남자 많다고는 하지만 중국에 비하면 견줄 바가 못된다. 장보고 음식 하는 남자가 우리 시부모세대 사람들도 모두 다 하는 거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삼시 세끼를 모두 따뜻하게 먹어야 되는 문화라는 것. 어른들은 겨울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맥주를 데워서 드시고 냉장고에 꺼내온 반찬에 의아해하신다. 중국은 한국 같은 냉장문화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맥주를 찾고 얼음을 얼려놓지만 밑반찬이라는 문화가 없다 보니 밥통에 밥 있고 밑반찬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없다. 


임신했을 때였다. 너무 갈증이 나면 보리차를 얼려 먹어도 좋다고 되어있었다. 얼음을 잘근잘근 씹어 먹는 것을 본 시어머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얘기를 하시곤 했다. 임산부가 얼음이라니!!!! 중국인들이 볼 때 참 놀라운 건 가보다. 


중국 틱톡을 보면 한국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보온병 안에는 얼음이 가득하고, 얼음이 가득한 커피를 보며 놀라워한다. 그리고 또 생리기간일 때 차가운 것을 먹지 않는 것.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제안했을 때였다. 중국 친구가 생리기간이라서 안된다고 얘길 했다. 생각해 보면 몸이 따뜻한 게 좋은 게 맞긴 하는데 '거기까지 간다고?' 물음표 가득이다. 


 중국은 인천 반대편이다. 이렇게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같은 듯 다른 점이 많고 다른 듯 같은 점 또한 많다. 14년째 중국 살이를 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배려를 받고 있는 이방인이며 친정에 가려면 비행기표를 끊어야 한다. 그게 서러워서 울었었던 적도 많지만 중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도 코시국을 맞았고 국내에 어디도 갈 수 없었고 한국보다 더 먼 친정들이 훨씬 더 많다. 보통 800-1000킬로를 넘어간다. 더 먼 곳은 2000킬로 정도고 끝에서 끝에 살아서 만났다면 4000킬로가 넘었을 테지. 한국은 그나마 양반일세 바다 건너가야 하지만 400킬로 조금 넘고 비행기 타면 1시간 10분 좌우로 도착한다. 

 

오히려 좋아. 멀지도 않은데 타국이야. 불필요한 경조사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것. 근데 정말 가고 싶어도 수가 없을 때도 있다. 그리고 미리 가지치기도 당하기도 했다. 중국 살아서 못 올 테지 하고, 연락도 끊긴 사람들이 많고.. 그래! 사람들만 남아서 오히려 좋아. 


(사진 출처- 프리픽)




작가의 이전글 육아 막막하지? 그것도 중국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