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브 마켓에서

조율을 생각하다.

by 오리궁뎅E

매주 일요일에 우리 부부는 온전한 늦잠을 누린다.

시간은 대중없다.

각자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이불속에서 뭉기적거리는데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일어나 브런치를 즐긴다.

브런치 또한 정해진 게 없다.

집 냉장고를 털어 한 끼를 나누기도 하고, 언젠가 TV나 SNS에서 보았던 맛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번 주는 우리가 자주 갔던 국밥집으로 갔다.

메뉴는 나도 알고 남편도 알고 국밥집 쥔장이나 직원들도 안다. 남편은 내장탕, 나는 황태콩나물 국밥. 메뉴를 묻는 것은 형식에 불과하다.


깔끔하고 시원한 사골국물과 아삭한 식감을 좋아하는 나, 진득하고 감칠맛 있으며 안주로도 손색이 없는 내장탕을 즐기는 남편. 둘 다 갈 때마다 만족하고 온다.


브런치 후에는 어김없이 드라이브를 즐기는 게 우리의 오래된 루틴이다.

평소엔 주로 남편이 운전을 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쉼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내가 운전을 자처했다.


오늘은 늦게 나왔으니 수안보 쪽으로 빠지지 말고 충주댐을 한 바퀴 돌고 오자며 방향을 틀었다. 가는 길에 오랜만에 리퍼브마켓에 들르자는 남편. Okey!

크지 않은 매장이지만, 어쩌다 오면 마침 필요했던 것을 조금 싸게 구입하는 즐거움과 정형화되지 않은 진열장에서 보물찾기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젠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들 때쯤, "이거 살까?" 하며 뚝배기 뚜껑을 하나 내민다.

어쩌다 뚜껑만 남았을까?

오래전 뚜껑이 깨졌는데 버리기는 아깝고 뚜껑만 살 수 없어 주방 한쪽에 모셔놓은(?) 뚝배기랑 크기가 얼추 맞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뚝배기에 얹어보니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꼭 맞으면 좋겠지만, 다른 냄비뚜껑을 덮는 것보단 나아 보여 깨끗이 닦아 쓰기로 한다.


피식 웃음이 났다.

정확히 몇 년이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뚝배기가 어쩐지 우리 부부의 모습과 닮은 것 같아서.

서로 다른 모습에 끌려 결혼하고 삼십 년 가까이 함께 살았다.

딱 맞지 않아 덜그덕거리면서도 맞추어가느라 또 덜그럭거렸던 결혼생활이, 딱 맞지 않는 뚝배기 뚜껑을 이리저리 맞추어 덮으려 내는 소리랑 너무나도 비슷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