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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by 호랑

뭔 놈의 하늘이 저리도 맑다냐

엄마의 맑은 푸념이 15층 베란다를 넘는다


엄마는 늘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그냥 보는 것이지, 이유가 있어서 본다냐

알고 있다, 엄마의 하늘은 그리운 지아비의 하늘인 것을


저 봐라, 참 넓기도 한 것이 하늘이여

오늘은 겁나게 푸르다

아이고, 뭔 하늘이 저렇게나 멀리 있으까

저건 뭔 색인디 하늘이 이렇게나 곱다냐


요양원 창가로 옮겨온 엄마의 주소 따라

하늘도 이사 했지


말을 잃은 엄마의 하늘

표정 없는 시선에 걸린 하늘이 오도 가도 못한다


슬픔은 가끔 하늘로 온다


거기 있나요, 하늘

안부를 묻지만, 하늘은 그저 보는 것이란 엄마의 말처럼

목울대 뜨거운 하늘이 축축한 손을 내민다


장마가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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