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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끄트머리

우리 모두는 도로 위를 걷고 있다,

by 박예진

Rathous에서 거주지 등록을 해지하고 오는 길에 도로선을 지키라는 표지판을 보았다.

“Behalte die Straßenlinie.”
“도로선을 지키시오.”

도로는 사람들에게 방향의 길이 되어준다. 그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든 아니든 간에. 혹은 종종 그 방향의 뒷받침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도로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한다.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실, 그 도로가 아니더라도 방향의 길은 무한하다. 방향의 길은 생각이라는 시멘트로 만들어져 끊임없이 생겨나고 만들 수 있지만 우리의 생각이 제한적이어서, 그 점이 우리로 하여금 도로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종속되게 만든다. 바로 그때, 모순적이게도 시간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만든 도로가 그 질을 떨어트리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건 확실히 슬픈 얘기다. 도로와 그 배경을 여유롭게 느끼지 못하고 도로 위를 달리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건. 그리고 그것은 삶을 단축시킨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생의 풍요를 죽이는 행위다.
현재 우리는 그리고 나는 인생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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