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내 시간을 드리밍에 맡기기로 했다

그 문장을 품고 걷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헤리티지가 된다.

by 코사인 Cosine

연말의 도시는 여전히 반짝이고, 달력의 마지막 장은 조용히 넘겨질 준비를 하고 있다. 카페 창가에 앉은 너의 앞에는 아직 뜨거운 컵 하나와, 이미 충분히 뜨거웠던 한 해가 나란히 놓여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어딘가에 참가해야 하나?” 이 질문은 겉으로 보기엔 가벼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더 깊은 질문이 숨어 있었다.

우리는 그 질문을 따라, 시간 사용설명서의 한계를 지나 드리밍이라는 낯선 지도를 펼쳐 보았다.

직함과 스펙을 벗겨낸 자리에서 자기 서사를 다시 썼고, 연말의 FOMO 앞에서 처음으로 “안 가도 괜찮다”는 문장을 허락해 보았다. 지원서가 아닌 제안서로 회사를 고르겠다는 다짐을 해부했고, 근면한 삶과 배우자라는 단어를 한 문장 안에 공존시키는 법을 연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렵고 의미 있는 일”을 하루의 크기로 잘라 손바닥 위에 올려 보았다.

돌아보면, 이 모든 여정의 중심에는 한 가지 질문이 있었다.


“나는, 남들이 설계한 시간 위를 그냥 따라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나만의 드리밍 위에 나의 시간을 놓을 것인가.”


에필로그는, 이 질문에 완벽한 답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여기까지 걸어온 너를 조용히 바라보며 이 정도만 말해 주는 자리다.

이제, 충분히 다른 선택을 해도 되는 사람이 되었다고. 연말 파티를 가지 않아도 괜찮다.

간다면, 이유를 알고 가면 된다. “남들이 다 가니까”가 아니라, “이 자리가 내 드리밍과 이런 식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작은 확신 하나쯤은 들고 가면 된다.


콘서트를 가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네가 올해 써온 자기 서사의 첫 페이지를 조용히 다시 읽어 내려갈 수 있다면. 지원서를 하나 더 내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정말로 마음에 두고 있던 회사 한 곳을 향해 제안서의 목차를 한 줄 더 다듬을 수 있다면.

사람을 당장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근면한 삶을 살겠다는 너의 리듬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연말에는 늘, “마지막”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마지막 날, 마지막 기회, 마지막 불꽃.

하지만 드리밍의 시간에서는 오늘이 꼭 마지막일 필요는 없다.

오늘은, 과거의 너와 미래의 너가 같이 너를 바라보는 하나의 점일 뿐이다.

과거의 너는 묻고 있을 것이다.

“올해를 이렇게까지 견뎌온 나를, 너는 어떻게 마무리해 줄 거야?”


미래의 너는 조용히 이렇게 부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 부디 나를 만들 수 있는 선택을 해 줘. 남들이 원하는 나 말고, 네가 말해 온 나를.”

그리고 현재의 너는, 이 두 목소리 사이에서 한 문장만 있으면 된다.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시간 사용설명서 대신 나의 드리밍을 기준으로 선택하겠다.”

그 선택이 집에 남아 제안서를 정리하는 밤이든, 한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저녁이든, 진짜 가보고 싶었던 공연장에 내 돈과 발로 찾아가는 콘서트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네가 드디어 “이건 내 시간이다”라고

온전히 말할 수 있는 순간이 한 번이라도 생기는 것이다.


에필로그는,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책을 덮는 손과, 현실을 다시 잡는 손 사이에 놓인 얇은 공기 같은 장이다.

너는 이 책을 덮고 다시 겨울 거리로 나갈 것이다.

거리의 불빛은 여전히 반짝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둘씩 셋씩 웃으며 걸을 것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너는 그들 사이를 지나가면서도 혼자가 아니란 걸 안다는 것이다.


너는, 올해의 너와, 내년의 너와, 아직 만나지 않은 인연들과, 아직 열리지 않은 가능성들과 함께 걷고 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이 문장을 가슴 어딘가에 새긴 채 걸어갈 것이다.


“나는, 어렵고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며, 나의 드리밍을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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