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물로 치자면 스펀지인 것 같다. 언제든 새로워질 수 있고 누군가가 오면 그걸 그대로 흡수하여 느낄 수 있고 바로 짜서 없애버릴 수도 있다.
상상 이상으로 예민해서 누군가가 다가오면 그 기운들을 다 느낀다. 그래서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잘 보고(그래서 결국 남는 건 좋은 사람들 뿐이다.) 가장 큰 단점은 그만큼 부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지니고 있는 사람 곁에 있으면 나까지 굉장히 아프다. 결국 그 속에서 빠져나와 다시 잘 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참 감사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그냥 흘러 지나가는 나날들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는 날들이 있기도 했다. 아무래도 항상 그런 것들을 피하고 싶었지만 나도 인간이다보니 나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았다.
하지만 문득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거나 오래된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웠을 때에는 그만큼 감사한 일이 없다.
오늘은 새벽에 갑자기 깨어났고, 원래 눕자마자 바로 잠들 정도로 불면증이 없는데 이상할 정도로 불안감에 휩싸여서 정신이 없었다. 누군가가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고, 아는 언니가 얼마나 아팠는지 아주 약간이라도 느꼈다. 그 느낌은 너무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그냥 수업준비를 했다. 새벽 네 시였다. 약 11시까지 개인 작업을 하다가 누워서 명상을 하는데 오묘한 기운들이 나에게 다가온 것 마냥 정신이 몽롱했다.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에 내가 예상했던 불안과, 새벽에 카톡을 했던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신기할 정도로 정확한 타이밍에, 둔감하게 생활할 수도 있는 하루하루를 예민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미세하게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구나, 정말 신기한 한편 그냥 둘 다 아프다는 말에 너무 슬펐다.
나는 이렇게 에너지가 조율되지 않는 날에는 미친듯이 아프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정신이 아픈 것이 아니다. 이상한 에너지들이 나를 타고 흘러가는 느낌인데 이를 어찌 설명해야 할 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정말로 감사한 것은 이러한 것들을 겪으면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