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잊으면 절대 안 되는 것들

by hari

나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으면 육체가 아픈 것도 아니고 정신이 아픈것도 아닌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내 육체를 관통한다. 누가 나를 쓰러지라고 밀쳐내는 기분이랄까? 근데 그 느낌을 표현하긴 힘들지만 여하튼 견뎌내기가 너무나 힘겨운 느낌이다.


어제는 새벽에 그 일이 있은 뒤로,(사실 어찌보면 정말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부정적인 에너지들을 엄청나게 많이 흡수한 기분이라 그것 때문에 너무나 버거웠다.) 이 기분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며칠 전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었고, 나는 낯선 남자 아이를 소개받았다. 착했다. 하지만 뭐랄까 왠지 모르게 불안정해 보이기에 이 아이를 만나도 될까 싶은 느낌은 있었다.


그래도 같이 이야기를 할 때에는 즐거웠다. 나를 배려하는 모습에 고마웠고, 그냥 오래 알고 싶은 이성친구로 남기고 싶다는 느낌이 컸었다. 여하튼 굉장히 오랜만에 누구에게 이성적으로 끌린다는 생각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제 불현듯 아 이게 정말 끝이구나, 하는 느낌이 있자마자 그 아이에게 연락이 왔다.


신기하게 잘 지내고 있다가 정말 너무나 갑자기 그 찰나의 느낌이 있자마자 연락이 와서 경악할 정도로 놀랍기도 하고 조금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충격을 받은 것 자체가 조금은 이상하기도 했지만 앞서 말했듯 사실과는 무관하게 그저 부정적인 에너지가 나를 점령시키려 했다. 그게 힘들었다.


그리고 다행이 어제는 현지를 만나는 날이었다. 그리고 수업을 갈까 말까 아주 살짝 고민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에너지를 굉장히 잘 느끼는 열린 친구들인데 내 안 좋은 에너지가 전달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딱 그 시점에 결심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절대로 아픔을 전달시키지 말아야지, 무의식적으로도 말이다. 그래서 정신을 더 똑바로 차렸다.


그래서 수업을 할 때 더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평소보다 더욱 좋아하고 부모님도 나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선물 받은 것 처럼 나는 너무 감사했다.


수업을 4개 한 뒤에 엄청나게 정신적 녹초가 된 뒤에 현지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그 아이는 나에게 달려왔는데, 산울림이라는 바 앞에서 그 아이를 보자마자 이상한 안도감이 흘러 나왔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편한 그런 느낌.


대학생 때에는 우리는 하도 미쳐있어서 헛소리만 하고 살다가 조금 점잖아 졌었는데, 어제는 대학생때만큼은 아니지만 헛소리를 많이 했던 하루였다.


우리의 담배
편의점 뒤에 있는 배경이 너무 찰떡이라 찍었다



그리고 우리는 나의 여행에서의 영화같은 이야기들과 그 아이의 이야기들을 번갈아가며 했다. 원래는 매일 만나던 사이였는데 오 개월만에 만나니 이 아이는 내가 왜 여행을 갔는지조차 몰랐다. 참 그게 묘하면서도 조금은 슬프면서도..


내가 하는 이야기에 영화를 보듯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나를 쳐다보는데 참 이 아이는 이럴 때마다 정말로 순수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나는 현지의 모든 면을 좋아하지만 이런 순수함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꾸밈이 없을 때 가장 아름다운 아이다.


그리고 우리의 과거들과 지금껏 있었던 일들에 관하여 서로 추상적으로만 느끼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했다. 어쩌면 조금은 슬프지만 꼭 해야하는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니 좋았다. 현지는 우리가 같이 했던 커플 타투를 지우고 있다고 했다. 서운하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묘했다. 우리가 정말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그럼에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느낌.


가정환경부터 성격, 가치관까지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지만 우리 둘이 만난 건 참 유별나고 신기하다. 항상 소중하다고 느꼈었지만 어제는 더욱 소중하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현지는 항상 엄마처럼 나를 챙겨준다. 나는 현지가 아플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고. 우리의 서로의 역할이 있는 것만 같다.


어제 현지를 만나 참 다행이었다.


정말 이유조차 모르고 나에게 왜 이런일이? 라는 질문이 떠올랐을 때에는 이유를 찾으려 나서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와서 실질적으로 나에게 남겨진 인연이나 앞으로 살아갈 순간에 대하여 더욱 소중하게 대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아, 그리고 점점 나이가 차면서 푼수가 되는 것 같다. 진지할 때에는 굉장히 진지한데 왜이렇게 요즘에는 헛소리만 하고 장난만 치는지 참 의문이다. 그래도 난 내가 좋다.


여하튼 항상 감정이나 이성에 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분에 따라서 행동하거나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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