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너무 안정적인걸까? 그게 정말로 감사하지만 항상 어딘가를 떠나서 여행을 다니고 활동적이게 움직이던 시절이 너무나도 그립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자연에서 그림그리고 자전거타고 아무 곳이나 갑자기 떠나서(숙소도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그곳의 사람들과 친해져서 얻어먹고 얻어타고 같이 어울렸던 그 순간들이 너무나도 그리운 걸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때에 실은 안정적인 생활을 바랐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치일 바에는 차라리 즐겨야겠다 싶은 마음가짐으로 걱정 없이 미친듯이 논 것 뿐이었다. 덕분에 후회없이 정말로 미친듯이 놀았고, 그게 내가 남겨논 흔적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일 줄은 그 때 당시에는 몰랐다.
사실 중간중간 당연히 절망은 있었지만 그리 많이 기색하진 않았다. 당연히 지나갈 걸 알았기 때문에 쓸데 없는 감정낭비를 하지 않아야지 하며 현명하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리고 실은 그 때에도 떠나 있지 않았을 때에도 나는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았다. 작은 꽃 한송이에서도 큰 감사와 사랑을 느꼈고, 매일매일 하늘의 색을 바라보며 그것에 감사했고, 싸구려를 먹더라도 그것에 감사했다. 비오는 날에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는 걸 좋아했으며 갑자기 친구랑 놀이터에서 아이같이 뛰어노는 걸 좋아했다. 그 중에서 여행은 그냥 덤인 셈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해외를 다녀온 것 뿐이었다. 항상 그랬다.
내가 최근 들어 조금 더 많이 의식해야 할 것은 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사실 보다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아주 작은 사치들은 사실 이전부터 어쩌면 조금씩 바라고 있던 것들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주위를 관찰하며 거리를 걸었는데, 아주 작은 것들과 아주 작고 물질적이지 않은 것들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었다. 한 아이와 함께 땀이 날 때까지 뛰어 놀고 밖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게 별 것 아닌데도 정말로 내가 살아있구나 싶었다.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쓰며 시가렛 에프터 섹스 노래를 들으며 아주 천천히 걸어갔는데, 실은 머리만 안 젖고 모든 것들이 다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오히려 내가 정말로 살아있구나 싶었다.
모든 것들은 다 한 순간 같다. 덧없는 건 언제나 마찬가지이다. 사실 인간이든 여행이든 순간이든 계속해서 붙잡아 놓으려고 안달나서 집착해버리면 그 소중함은 다 잃어버리는 것 같다. 그것들이 다 사라졌을 때 더욱 커다란 소중함을 깨닫고 있을 때 잘해야 되겠다는 마음만이 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