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

by hari

오늘은 참 행복했다.

가르치는 학생이 있는데, 그 아이는 엄청나게 자유롭고 엄청나게 창의력이 좋다. 그래서 그냥 그 창의력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가정 자체도 자유롭게 그 아이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서 그 아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조건도 마련되어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뭔가 그 아이가 나랑 동감이라면 베프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나이를 뛰어넘어서, 세계를 느끼고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면서도 비슷해서 신기하다.

나도 수업을 할 때 그 아이가 원하는 걸 그대로 존중해주려고 노력하는데(왜냐하면 나도 수업을 받았을 때 가장 좋아했던 교수님이 나를 놓아주고 간섭 안 하는 교수님이었기 때문) 그냥 재료만 준비해놓으면 그 아이는 척척 해낸다. 그래서 볼 때마다 신기한 것 같다.

내가 제일 친했던 교수님 중 한 분이 박훈성 교수님이었는데, 그분이 느꼈던 감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대학교 2학년 때, 교수님께서 글이든 무엇이든 너희가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고 하셨을 때 나는 글을 써 갔고, 나는 사실 처음 쓴 거라서 자신은 없었는데, 그 분은 내 글을 보시더니 자신과 닮은 면이 너무 많다면서 놀라 하셨다. 그 이후로 교수님과 친해진 것 같다. 그냥 그 직책이나 나이를 상관하지 않으시고(지금 아마 50대이실 것이다.) 우리를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그 면이 제일 좋았다. 어느 날에는 카페에서 교수님과 4시간 넘게동안 대화를 했는데(거즘 수다) 아직도 그분을 생각하면 그만큼 좋은 교수님이 다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가 많이 따랐던 교수님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그 아이와 어떠한 나이나 직업의 벽 없이 친구처럼 통하는 면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오늘 하루 깔깔 거리며 웃으며 수업했던 게 참 인상깊었다. 나는 웃음 코드가 좀 독특한 편인데, 그 아이도 그런지 수업 내내 계속 웃으며 진행했고, 감각이 예민한 것 마저 엄청 공감이 잘 되었다. 수업이 다 끝나고 나서 갑자기 MBTI 검사를 하고 싶다 길래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테스트를 했는데, 나랑 찰떡궁합 유형이 나와서 너무 웃겼다.

그냥 수업을 하다가도 힘든 점이 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 아닐까. 별 건 아니었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재미있게 무언갈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것 같고 그로 인해서 오늘 하루는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나도 아직 어린아이이구나, 싶은 하루였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때에는 그냥 친한 친구들과 별 생각 없이 뛰어놀고 수다떠는 게 제일 큰 행복이었는데 아직도 진짜 행복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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