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클럽
요즘엔 끌리지 않는 영화도 보고있다. 세상 사람들은 다들 땅 위를 걸어다니는데 나는 허공에 붕 떠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가끔은 땅을 밟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곤 한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변하는 걸 지켜볼 때, 더러운 것에 대하여 관대하지 못할 때. 내 마음이 그 사람과 멀어질 때, 같이 허공에 붕 떠있다가 그 사람은 이미 현실에 착지해버린 느낌을 받았을 때. 슬펐다.
어찌하면 극단적인 마음을 중간에도 도달할 수 있지? 라는 고민이 있어서 그저 뻔한 짓들을 하고있다. 상업 영화 보기, 많은 사람들이랑 일상적인 대화하기, 생각 멈춰보기 뭐 기타 등등 그런 것들. 실은 이전에 다 겪어본 것이라 뻔하다는 겸손하지 못한 생각이 들곤 한다.
친구들이랑 떠들고 밥 먹고 작업하다가 밤에 즉흥적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최근들어 심심한 것과 귀찮은 것이 공존했는데 오늘은 귀찮지는 않았던 것 같다. <미쓰유 올레디> 라는 영화를 예매했는데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진부함덕에 보기 싫었지만 묘하게 끌려서 보았다. 예고편도 보았지만 그저 그런 미국 헐리우드 영화같은 느낌. 극적으로 웃다가 슬퍼지다가 주인공이 죽어버릴 때 딱 영화가 끝날 것 같은 그런 기분.
영화는 주인공이 아이를 낳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주인공들은 웃었다. 그리 현실적인 것 같아보이지 않아서 괜히 현실회피용으로 본 느낌이라 살짝은 찝찝했다.
그러다 중간으로 갈 수록 좋았다. 두 주인공들이 하는 행동들이 마치 내 친구와 내가 하는 짓이랑 비슷했다. 서로에게 욕하면서 사랑한다고 하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벌써부터 보고싶을 것 같아 라며 헤어지는 그들, 그리고 우리.
그들이 즉흥적으로 여행을 가며 그들의 노래를 들을 때 우리의 노래인 회상이 생각났다. 그 장면에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울으면서 실없이, 소리 안 내고 맨 뒷좌석에서 깔깔 거리면서 웃었다.
서로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시답잖은 위로 보내지 않고 서로를 갈구기, 영상 통화하며 브라를 머리에 쓰고 춤추기, 한복 입고 뛰어다니기, 성인 용품점 가서 딜도 구경하기, 아침까지 술마시고 택시타서 마포대교로 가달라며 질질 짜기, 같은 날 다른 사람이랑 만나기, 같은 날 다른 사람이랑 이별하기, 같은 날 다른 사람때문에 힘들어서 아쿠아리움가기, 영상통화로 뷰티 블로거 따라하고 같이 배변활동 하기, 물에 빠져 죽고 불에 타 죽는 상상하기,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기억속에 남겨 서로에게 공유하기,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였을 때 그 아이에게도 소개시켜주기. 일상적이면서 남들이 보았을 때 이해되지 않는 것들. 그저 그런 사랑스러운 것들. 영화 속 주인공들도 우리랑 비슷한 것 같았다.
확실한 것은 내가 허공에 붕 떠있으면 그 아이는 나를 현실로 착지시키지 않고 같이 허공에 붕 떠있었다. 우리는 항상 그랬다. 사회적으로 이해되지 못할 것들에게서 멀어지라고 하는 말 대신 서로 이상한 행동을 같이 하며 즐거워 했으니. 한창 우리가 우울증 찐따였을 때 한 명이 격해지면 다른 한 명도 격해지고 한 명이 죽고싶다고 하면 다른 한 명은 같이 죽자고 했다. 얼마나 극단적인가.
주인공은 죽었다. 어쩌면 영화에서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항상 그들이 같이 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내용인 것 같았다. 영화관을 나왔을 때 나는 아직도 현실에서 붕 떠 이상세계를 걷고있다고 느꼈다. 변하지 않는 것일까 라는 생각보다는 굳이 변해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이 없는 우리를, 점잖지만 말괄량이인 우리를, 그리고 나를. 그저 그대로. 어쩌면 그것이 내 본 모습일 지도 모르니까. 생각이 엄청 많다가도 아예 생각없이 사는 중간 없는 나를. 굉장히 진지했다가 한없이 가벼워지는 나를. 그게 그저 내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저 그것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대로 좋다. 내가, 그리고 네가, 그리고 우리가.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