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
이번 전시는 나에게 꼭 맞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삶에서 느끼는 문제들이 많은 나는 어떻게하면 더 나아질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종종 무기력과 우울 그리고 불안에 압도된다. 그럴때면 감정의 구덩이에 푹 빠져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좁아진 시야와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은 어두운 미래만을 그리며 심장까지 두근대는 떨림을 느끼거나,
완전히 텅비어버려 아무런 생각도 에너지도 없음을 느낀다. 그럴때 내게서 꺼낼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그러다 부정적 감정이 극에 달하면 삶을 더 살아야할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에까지 도달한다. 이건 결코 죽음을 결심하는 생각은 아니다. 그냥 그 생각에까지 도달하는데 길이 너무 잘 닦여 있어 쉽게 미끄러지듯 그곳에 가게 되는 것이다.(그만큼 생각의 길을 닦는 것은 중요하다.) 내 무기력과 비관의 종착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어차피 죽을거 아닌데 잘 살아야지!’ 하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균형이 맞춰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이를 먹을 수록, 노력하는 시간들이 쌓일 수록 좀 더 사는 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태도를 취해야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구나’, ‘바꿀 수 없는 곳에는 힘을 빼고 받아들일줄 알아야 하는것이구나’, ‘잃는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게 있구나’ … 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깨달으며 조금씩 나로 사는 법을 배워간다.
그럴 수록 꽤 괜찮은 삶을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에너지가 많은 시간을 더 기쁘게 누리고, 무기력한 시간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지나갈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마이너스의 상태로 내려가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지 여전히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보는 중이다. 책도 읽어보고 운동도 해보고 대화도 하면서 말이다.
힘이 나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힘이 날 수 있는 곳에 나를 밀어넣는다.
정지우 작가가 그랬다. 삶에는 반드시 스스로를 구해야하만 하는 순간들이 계속 찾아오기에, 사람은 자기를 구하는 방법을 알아가야 한다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 방법들을 탐구하고 개발해 나가는 중이다.
그 중 하나가 글쓰기 인것 같다. 글은 삶을 더 밀도있고 깊이있게 느끼게 해준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그저 삶에서 느꼈던 것들, 부정적인 것까지 고스란히 담아내어 그럼에도 조금씩 나아지려는 나의 작은 움직임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 시간들을 기록하는 것조차도 의미가 있다.
이런 나의 솔직한 글들은 누군가에게 닿아 왠지모를 위로를 얻거나, 공감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쓰임은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한 글을 쓰며 내 삶을 좀 더 느끼게 되고, 다시 또 한발짝 뗄 힘을 얻는것(내가 나를 구하는 순간). 이 두 가지가 내 글의 쓸모다.
무언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뚜렷하다 느껴지지 않으면 글을 끝맺기 어려웠다. 누군가 읽을 의미가 없게 느껴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해진 것은, 내 삶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내 진심과 진실을 담아 쓴 그 글만큼 내 삶은 더 충실히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