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
조향사라는 직업을 꿈꾼 것은 아주 오래전 부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향수를 접한 경험도, 특별한 계기랄 것도 부족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향 맡는게 좋았다. 특별하고 멋지게 느껴져서 내 꿈으로 삼고 싶었던 마음도 분명 있었겠지만, 향을 경험하는 그 순간들이 그냥 좋았다.
향이라는 게 비가시적인 영역이지만 내가 인식하는 ‘예쁜것’ 과 연관된 영역이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그러고보면 나는 예쁜걸 보는걸 참 좋아했다.(중학생 때 부터 인터넷 쇼핑몰 구경하는걸 좋아했는데, 몇 시간이고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를 구경하곤 했다.)
손으로 무언갈 만드는것도 너무 사랑했다.
유치원때부터 바느질을 너무 좋아해서 인형을 정말 많이 만들었고 그외 손으로 만드는건 대부분 좋아했다. 그래서 어린이날 같이 특별한 날이 되면 엄마랑 동대문 시장에 가서 재료들을 잔뜩 사왔었다. 아주아주 설레고 행복한 기억이다.
지금은 무언갈 손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싶은 욕구가 많이 사라졌지만, 향작업도 내 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시각적으로 예쁜 무언가를 보고, 만들어내고, 기획하는 것. 그리고 그것과 향을 연결시키는것.
이 두 가지 다 놓치고싶지 않은 마음이다.
향이란걸 다루는 일만으로도 내가 만족할 수 있을지, 아니면 내 창작을 통해 탄생하는 향을 만들고 싶은 건지 아직도 헷갈린다.
그래서 이직의 기로에 놓인 지금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예술에 대해 아는것도 거의 없지만, 예술이 ‘인간의 행위를 모방하는 것,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타인과의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것’, ‘아름다움을 느끼고 압도 될 수 있는 무언가’라고 한다면
나는 그것을 내가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방식 (좀더 일상과 삶에 가까운, 쉬운 방식)으로 표현하며 공유하고싶은 욕구가 있다.
아직도 조향의 영역은 내게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향 작업을 할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
말랑말랑하고 무엇보다 예술적이면서도 과학적이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부분조차 사랑스럽다.
그래서 내가 향 연구원이나 전문 조향사로서 고용되거나 프리랜서 조향사로 활동할 수 없게 되더라도 나는 향을 다루는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싶다.
향은 현재로 나를 불러 들이고, 내 삶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유하게하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 느끼게 해준다.
지금까지 향에 대한 내 본질적 가치나 생각을 정리하기가 어려웠었는데 처음으로 간결하고 본질에 가깝게 설명 되었다고 느끼는 문장이다.
나는 향을 이렇게 사랑한다.
향수 수집가나 많이 구매하는 사람들보다 나는 향제품을 많이 알지 못하며 많이 사용하지도 않는편이다.
그냥 향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고싶다.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향을 잘 알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고싶다.
아직 어떤 업무를 처리하고 ‘무엇’이라 불리는 직업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지만, 이 두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만은 확실하다.
지금 당장 어떤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꾸준히 두 가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행동하다보면 언젠간 그 두 점을 연결시킬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