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리
오늘은 흔들거리는 날이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침묵하고 싶었던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저곳 연락이 왔지만 그냥 침묵하고 있었다. 나를 설득하고 싶지도 않고 회피나 이해나 어떠한 행동도 안 하고 싶었고 오해를 풀고싶지도 않았고 설명하기도 싫었다. 누구 탓 하고 싶지도 않고 내 탓 하고 싶지도 않고 용서도, 후회도, 어떠한 긍정과 부정 둘 다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뭘 했냐면? 책 읽고 작업하고 그림그리고 요가했다. 커피 마시는데 행복했고 오늘 소식도 하고 늦잠도 잤다. 혼자 조용히 그랬는데 그게 내 행복이다.
나는 여전히 녹색광선이 뭔지 모르겠지만 힘 주고 찾진 않는다. 우리 엄마처럼 위로받기 위해 다른 사람을 조종하지도 않는다. 우리 아빠처럼 일만 중시하지도 않는다. 나는 누구 탓도 하지 않고 그냥 나 혼자 산다.
그래서 오늘은 심장이 뜨거울 정도로 한 가지 업장이 왔는데 그냥 마주보고 흘려보냈다. 나는 여전히 진심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정의내리기도 어렵다. 그걸 위해서 녹색광선이라는 프로젝트를 한 건데, 그냥 나에게 있어 착한 척 하기도 버거워서 그런 것도 안 하고, 그냥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고 누군가에게는 착한 사람인데, 나 스스로 나는 잘난 사람이고 용감한 사람이고 멋진 사람이다. 왜냐하면 나 정말 내가 최선을 다 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정도로 최선을 다 했다. 나는 어느정도 완벽주의이기 때문에 남들 기준으로 빡세게 살아도 열심히 했다고 절대 스스로 만족하면서 말 하는 편이 아닌데도, 나 진짜 최선을 다 했다. 최선을 다 해서 남들에게 잘 해주려고 했고 실수 안 하려고 했고 잘 해주려 했고 결과물이든 과정이든 온전하고 다듬어지고 그 순간 내 최선을 다 하려고 했다. 남들이 오해하는
최선의 기준이 있는데, 그건 어느정도 제대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뼈를 깎을 정도로 최선을 다 하는게 열심히 한 거고 최선을 다 하는 거다. 나는 그걸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어제 오늘 여러 사람들이 한 꺼번에 우르르 나를 치고 간 느낌인데 슬프긴 해도 나 스스로를 절대 자책하지 않았다. 그냥 나 진짜 잘 했다, 라는 마음밖에 없어서 나의 영혼은 그냥 그 상태로 있다.
사실 그게 내 녹색광선이었던 거다. 나는 헤픈 여자도 아니고, 남자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신데렐라도 아니다. 나 좋다는 남자 많아도 그냥 난 내가 제일 좋고, 그들에게 의존할 생각 조차 없다. 나 예쁘고 나 잘났다고 칭찬하는 사람이나, 내가 부족하다고 욕하는 사람이나 평가는 다 똑같은 거다. 나는 그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그냥 그래도 나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 침묵하고 싶었다. 그게 내 존재를 스스로가 인정하고 느끼는 행위 같았다. 근데 그게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