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이다
대전은 거의 십년만에 가는 것 같다 작업때문에 갔다. 몇 달 동안 하루도 제대로 쉰 적이 없는 것 같다. 쉬는 법을 까먹어서 아주 만약에 쉬는 날이 있더라도 밖에 나가서 무언갈 한다.
너무 바쁘다 열 사람의 일을 나 혼자 처리하는 것 같은데 모든 것이 만신창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또 별 생각 없이 사는 것 같다. 어제도 이사때문에 전화를 스무 통 넘게 받다가 중간에 지쳐서 몇 번 울다가 마음 추스르고 사람들 전화 받으며 친절하게 웃으며 말하는 나를 보고 절대 철 들지 않을거라는 신념도 사라졌나 싶다. 요즘엔 줄곧 성숙해진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더 어렸을 때에는 성숙해 보이려고 철든 척도 하고 좀 더 크니까 그런 게 다 가면같아서 오히려 더 철부지같이 굴다가 요즘에는 어쩔 수 없이 참고 억누르고 괜찮다고 다잡는 내가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옆에 두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울고 힘들어하면 전진할 수가 없다
실은 너무 많은 것들을 되짚고 다녔기에 너무 많은 기력이 딸린다. 그래서 굳이 옆을 안 보면서 전진하는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보낼 엄두가 안 난다. 힘들면 힘든 이야기 하곤 했는데 이젠 해버리면 너무 많은 것들을 말하게 될까봐 귀찮아 관둔다. 실상 그리 충격받을 일이 와도 충격받지 않는 나니까
잘 살고 있는 것이냐는 물음은 이제 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확신이 든다 다만 조금 병든 것 같지만
출발 자체가 목적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