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의 그 여성에 애정을 느낀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그 통찰력에 아픔을 느끼지 않고 따스함을 느낀다.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그녀의 수십 년 전 영특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다가갈 수 없기에 무작정 듣고 있다.
'유리 속 물의 모래를 흔들면 혼돈이지만
그것을 그대로 놔두면 가라앉는다.
아래에는 흙이, 위에는 맑은 물이 있을 것이다.'
가슴 포근한 위안이 몰려왔다.
<혼돈>이라는 공연을 보았다.
정갈하고 절제하는 선들과 붉은 색의 움직임이 있었다.
친구를 만나고 나는 혼돈이었다.
그의 오른 눈을 응시하다가 초점을 잃어버린 내가 있었고
내게 고맙다는 말에 눈물들이 갈길을 잃어 후두둑 떨어졌다.
나는 갈길 없는 혼돈이다.
어떠한 판단을 하기 이전에
가라앉혀야 겠다.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