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가 이불에 쉬야를 쌌다.

by hari

우리집 야옹이가 이불에 쉬를 싸놓아서 이불 세 개를 한꺼번에 빨았다. 빨래 걸이가 부족해서 이불이 제대로 마르지 못했고 이불에서 눅눅하고 찝찝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며칠 그 이불을 덮고 자다가 너무 역한 냄새 때문에 이불을 다시 빨았는데 역한 냄새는 빠지지 않았다.
어느 것이 너무 깊숙하게 파고들면 좀처럼 빠지질 않는다.
감정도 그렇다. 감정이라는 것은 너무나 변덕스러운 특성을 지녔기에 이리갔다 저리갔다 잘 변한다. 불변하고 절대적이고 단단한 것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 감정이라는 걸 조절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만큼 나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이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흔들리는 내가 보인다. 너무 깊은 감정까지 흘러들어갔던 기억이 내 앞에 돌연 나타났는데 그 때 겪었던 사무치게 아프고 사랑했던 감정들 덕에 마음이 굉장히 쓰라리다. 그 느낌을 즐기고 있는 듯 나는 그저 나를 내버려둔다.
내가 보았던 그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 사람이 했던 말들은 항상 이미지가 되곤 했다. 그 사람이 했던 말들과 눈빛들은 훗날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출현하곤 했다. 가령 찬 바람 냄새가 좋다고 했던 그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였는데, 후에 타인의 찬바람 냄새를 맡았을 때, 그 기억들이 스르륵 지나가면서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찬바람 냄새가 정말 좋은 향이구나, 하며 그 사람의 말들을 다시 돌이켜본다.
내가 보았던 사람을 사랑했던 건지 혹은 아픈 그 감정의 느낌들을 즐겼던 건지 굳이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진실이 어찌되었든 나는 아팠고 사랑했고 허무했고 가슴졸였다. 가끔은 얼굴이 쥐어 터진것 마냥 쓰라렸다. 소름끼치는 감각들이 내 코로 몰렸고 티낼 수 없이 엉엉 울기도 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이 기억속에 있는 그 감각들은 잊히질 않는다. 아주 깊숙한 감각들이라서 어느 순간에 빠질지는 잘 모르겠다. 마치 냄새가 빠지지 않는 이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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