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았다. 고집스러운 코와 반짝이는 눈과 작은 입술. 그리고 욕심 많고 하고싶은 것 다 해야하는 성격과 가끔은 조급함을 지녔다. 할말 다 하는 솔직함과 불같은 다혈질과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는 걸 소중히 하고 날카롭고 예민하고 상처 안 받게 보이지만 가끔은 너무 무심코 받는 상처마저 비슷하다.
남들에게 피해주는 것과 피해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등산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아버지와 등산을 갔다. 이기는 걸 좋아하는 성격 탓에 나는 항상 일등으로 등반했다. 그 때에는 주변에 놓여진 자연스러운 풍경에 그리 눈길을 주지 않았다. 생각나는 건 정상에서 먹었던 라면과 소고기들. 아버지가 드셨던 막걸리. 흰 색 돌들 위로 펼쳐진 천안의 풍경들.
나는 내리막길에 더 자신이 없었는데 멈추어지지 않는 발로 다다다 뛰어가며 소리지르곤 했다. 아빠 발이 안 멈춰져, 라며 말이다.
전국의 산들을 아버지와 함께 다녔지만 그 산들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가끔은 산 중턱에 있는 계곡에서 닭볶음탕을 먹고 계곡물을 모아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매일 강원도에 간다는 게 지겹다면서 내심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니 내 기억속에 깊게 남아있지.
가끔 미래가 먹먹하고 불안해지면 최근에 올라간 설악산을 떠올린다. 힘들어서 지금 내가 올라가고 있는 발걸음에만 집중했던 그 순간. 그리고 중간중간 있었던 쉼터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그 장관에 깊은 느낌을 받았고 또 다시 오르고 오르고.. 다 올랐을 때의 미래는 생각치 않고 오르다가 갑자기 나타난 폭포에 감동을 받았다.
아버지.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철학과 불안이 느껴지고 사랑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