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드넓은 무지 위에 적힌 흔적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우연들과 마주할까? 그 우연을 마주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떨까?
살아감에 있어서, 삶이라는 무한한 종이를 설계하는 것은 개인 자신의 몫이다.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삶이라는 그림은 다르다. 예를 들어 아주 치밀한 계획으로 자신의 삶의 그림을 그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즉흥적으로 그려 나가는 사람이 있다. 우연의 작용들을 응용하며 말이다.
김문근 작가는 자신의 우연성을 구슬린다. 그것이 삶이든 그림이든 말이다. 마치 자신의 캔버스에 요리하는 마냥 우연성을 지지고 볶는다. 그의 작품 속에는 두려움은 보이지 않고 생기가 가득 찬 포부와 열망이 담겨있다.
그의 작품에는, 자연을 바라보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색과 질감의 흔적들이 남아있고, 욕망과 포부가 메아리치듯 움직인다.
또한 사사로운 것들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생동들이 보인다. 오히려 그는 사사로운 흔들림을 조종하여 극적인 운동감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아주 커다란, 무한의 공간 속에 자신의 물감을 던진다. 그리고 그 물감을 으깨고, 긁고, 뭉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간다. 그 흔적들을 자신의 심상으로 느끼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다.
그림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흔적들로 적혀 있을 뿐이다.
- 박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