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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리 : 베이컨도 삽화적인 그림을 기피한다고 했다. 하지만 베이컨의 그림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직설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처음 그의 그림을 보았을 때 말이다. 그의 그림이 삽화와 회화적인 것의 중간지점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김문근 : 슬픔에 대하여 그릴 때 우는 표정을 그리는 것하고 느낌을 그리는 것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감정을 어떤 식으로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 회화적인 것이고 그저 슬픔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은 삽화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박하리 : 한 가지의 주제나 한 가지의 느낌을 연장하는가? 혹은 변화를 주는가?
김문근 : 소재만 바뀐다. 주제는 기억을 전환하는 것에 대한 것이고 소주제는 힘에 대한 것이다. 그림의 대상은 다를 수 있지만 거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비슷하다. 운동성이라든지 생명력에 대한 것이라든지.
박하리 : 주제는 비슷한데 표현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주제는 자기 자신이었다가 바뀐 것 같다.
김문근 : 그 전에는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떠한 맥락으로 직업을 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는데 작품 수가 많아지다 보니 공통적으로 통과하는 감각, 즉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감각이란 머릿속으로 쥐어짜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과정(행동)이라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