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잤다. 깨어보니 3시였고 13통의 부재중이 와 있었다.
요즘 아무런 꿈을 꾸지 않는다. 잠을 잘 때 꿈을 꾸지 않고, 깨어있을 때 야릇한 꿈을 꾸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도 꾸지 않는다. 항상 ‘오늘은 무슨 꿈을 꾸지?’ 라는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꿈을 꾸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무슨꿈을 꿀 지 고민을 하다가 그 생각조차 허공 위로 떠다니며 사라진다.
내가 바라던 권태가 드디어 찾아왔다.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게 없으며 단지 이 지루한 상황이 적어도 얼마동안은 계속 나에게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동안 들리지 않았던 벽을 타는 보일러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고 윗층의 쿵쿵 소리가 내 심장을 관통한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있으며 나는 적당한 정도로 그를 좋아한다. 깨었을 때 본 13통의 전화가 그것을 증명하듯 내 기억속에 잠시동안 있다가 사라진다.
오빠와 있을 때는 모든 생각이 어디론가 질식해버려 숨어있다. 마음이 평온해지지만 가끔 나는 짜증과 화가 나를 통제할 수 없이 만든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금세 풀리는 나를 보고 내가 진짜 단순해졌구나 하며 느낀다. 내 안에 숨어있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튀어나왔던 기억조차 무뎌졌다. 아니다, 무뎌졌다고 생각'했었다’
2년 전에 3개월동안 상상했던 꿈이 2016년 3월 6일 새벽 1시경에 일어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순간과 말도 안 되는 확률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 순간에 통쾌함이 있을 줄로 예상했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또는 안쓰러워보였다 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2년 전의 미련이 모두 사라졌다(또는 거의 없다)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뎌졌다'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년 전의 기억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나 보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은 나를 기쁘게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에 있어서 인위적으로 그것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에 가끔 고통스럽다. 다섯 손가락의 기억이 있지만 그 중에서 중지라는 인물은 가장 높은 곳에 솟아있어서 내 기억 속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는, 말하자면 그 순간마다 결정한다는 양자역학과 유사한 것이다.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생각지 못했던 그의 말이 아직도 어딘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 어느 생명이,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주장하여 가끔 권태가 달아나려고 한다.
나의 기억속에는 그 생명이 존재하고 그 사람의 기억속에도 나와는 다른 어느 생명이 존재하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단지 허무한 눈물이 되어 허공 속에서 사라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