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의 생활

by hari


안녕, 일기를 쓰는 건 오랜만이다. 지난 한달 간 울기도 많이 운 것 같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다행인 건 웃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것!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매일매일 삶에게 말한다. 당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라고 말이다.

우리가 계획한 것 보다 삶은 우리를 위하여 훨씬 더 철저하고 옳은 길로 계획을 해 놓았으니, 그 대 자연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물론 변화시키고 싶은 것은 과감히 변화시켜야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것들은 자연스레 해결될 때까지 인내하거나 혹은 즐기거나, 그것이다.

일을 시작한 이후로 많이 울었고, 꽤 힘들다고 느꼈지만 그것이 나의 힘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너무나 연약했고, 별 것 아닌 것들로 인하여 지치고 힘들어했지만 실은 매일매일 작은 것들을 보며 기뻐하고 행복해했다. 그러다가 이 일을 그만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지나쳤다. 그 와중에 나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

그리고 하던 일을 관두기로 결심했다. 너무 미안했지만, 오히려 나보다 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새로 와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꼬여서 새로운 기회를 놓쳐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하루 동안 혼자 충격 받았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백수가 되어버렸고, 그래도 하루를 꽤 잘 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비어버린 시간 속에서 무얼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계속해서 프랑스의 지표가 보이기에 무작정 프랑스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곧 프랑스에 가는데 나도 참 웃긴 것 같기도 하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리고 어느 날, 두려움이 내 앞을 막아버린 느낌에 혼자 엉엉 울다가, 사실 그것은 허황된 두려움이라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무엇이든 계속하여 사랑을 선택해야 한다. 형상의 것들은 언제 어디에서 무너질지 모른다.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은 반복해서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도 해석에 따라 달라지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인 것이다. 나는 그 힘을 믿는다.

비행기를 5월 후반에 예매했고, 일을 11일 정도에 그만두기로 했는데, 아뿔싸! 사장님이 2일까지만 나와도 된다고 하셨다. 너무 막막했다. 저 빈 공간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싶었다.

한 3일 정도는 도서관에 가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이후는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약속이 잡혔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꿈같이 매일매일 행복했다. 백수 인생을 즐기다니, 참 신기하다. 너무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이 상황에 순응하고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애매한 시간에 다른 일을 하려고 끙끙거리지 않고 그냥 대범하게 신나게 놀았다.

성우를 만나서 함께 낚시를 한 날, 너무 행복해서 날아갈 것만 같았고, 같이 간 친구와 할머니, 그날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 날, 엄마가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것을 느꼈고, 할아버지에게 잘해야겠다고 느꼈다.

건우를 다시 만난 날, 몇 년 전 나는 너무 가볍고 불안하고 불안정한 아이였으며, 동시에 꽤나 매력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건우가 서울에 살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고, 오랜만에 그 아이를 만났는데, 예전과 비슷하면서 다르게 여전히 따뜻했다. 순수하면서도 사람에게 배려하려고 노력하고 상황을 유쾌하게 보려고 하는 모습이 좋았다. 나보고 이전과는 다르게 고상해지고 깊어졌다고 했다. 건우는 내가 예전 모습이 더 좋다고 했다. 나는 지금의 내가 더 좋다. 그 때에는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리고 류시화 시인님을 만났다. 며칠 간 ‘암’이라는 지표가 계속해서 보였다. 그래서 뭐지? 했는데, 현지랑 만나기로 한 날, 현지 친구 아버지가 암이어서 만나지 못한다고 하셔서 그 날 류시화 시인을 만나러 대구로 갔다. 은지랑 함께 갔고,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행복했다.

건빈 오빠를 만나서 어벤져스를 보고, 오빠 집 바닥에서 자고 갔다. 루루랑 모카를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다. 아! 루루는 처음 보았는데 너무 귀여운 인형 같았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지우를 만났는데, 지우랑 함께 다니면 주변 사람들이 지우 덕분에 웃는다. 강아지가 “왈왈!”하면서 소리치면 지우도 옆에서 “왈왈!”하고 따라한다. 구급차의 삐용삐용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내가 엄마랑 노는 것 보다 더 좋다면서, 나랑 헤어지는 순간이 오면 입을 삐죽 내미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는 지우가 너무 좋다.

윤호씨랑 같이 그림을 그렸던 날에는, 엄청 더웠는데 나는 따릉이를 타고 왔다. 도착 하자마자 윤호씨한테 장난하면서 버럭버럭 말을 했다. 일부러 그렇게 말하면 재밌어서 그렇게 말했다. 윤호씨랑 같이 장난치면서 그림을 그렸고, 우리는 물감 범벅이 되어서 뛰어다니고 사진찍고 즐겼다. 너무 행복했다.

희상 작가님이랑 촬영을 하는 날에는 떡볶이와 라면과 김밥이 너무 맛있어서 진짜진짜 행복했고, 세리랑 약속 시간을 잘못 알아서 길을 헤맸지만 그 아이를 만났다는 것에 행복했다. 천안에 갔을 때, 덕호씨를 알게 되었다. 길 가다가 덕호씨가 나를 쳐다봤을 때 나에게 말 걸 것을 눈치 챘었다. 그리고 덕호씨랑 같이 그림을 그리러 다닌다. 천안에 갔을 때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는데, 아프신 와중에 나를 알아보셔서 감사했다. 할아버지는 치매이시다.

도서관에서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감명 깊게 읽고 있다가 대현씨한테 연락이 왔다. 저녁에 양갈비를 먹으러 오라는 말에 묻고 따지지 않고 바로 갔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처음에는 조금 뻘쭘 했다. 그래도 낯을 안 가리는 성격 탓에 많은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다가 재호 오빠를 알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낚시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즉흥적으로 낚시를 가기로 약속했다.

지혜랑 같이 영화를 본 날에, 돈키호테 영화를 봤는데 거의 미친 듯이 정신없는 영화여서 우리 둘 다 혼비백산이었다. 그리고 석촌 호수를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혜는 최근에 물욕이 많이 없어져서 많은 것에 감사를 느낀다는 말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재호 오빠를 만나서 낚시를 갔다. 전날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아침까지 긴장이 되고 기운이 조금은 없는 편이었다. 그래도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들었던 노래, 간간히 했던 대화들, 거대한 산들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냥 아무 이유 없는 행복이었고, 그것이 너무나 좋았다.

낚시를 하러 암벽들을 넘고, 재호 오빠는 신이 나서 소년같이 “신난다!”라고 했다. 나는 사람의 순수함을 발견하는 그 순간이 좋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순수함을 드러낼 때 가장 사랑스러운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나는 바다 소리 그 자체가 너무 좋았고, 낯선 사람이랑 겁도 없이 즉흥적으로 한 여행 그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시속 250키로로 달리면서 내 마음을 다 내려놨을 때 행복했고, 시가렛 에프터 섹스 노래를 미친 듯이 크게 틀었을 때도 좋았으며, 오빠가 나에게 하리보살이라고 말할 때도 웃겼다.

그리고 포옹하고 서로 집에 갔다. 감사했다. 너무너무.

시민 평가단에 선정되어서 밤의 피리라는 콘서트를 가게 되었는데, 바버렛츠라는 그룹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닮고 싶을 정도로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팀이었다. 그 덕에 내 에너지는 훨씬 더 상승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태경오빠를 만났다. 태경오빠가 하는 사업 1주년이 되어 홍대에서 파티를 했고, 세리랑 나는 그 파티에서 신나게 놀았다. 특히 디제이가 옛날 노래를 틀어주었을 때 우리는 너무 행복하게 춤을 추었다. 그리고 세리랑 “그냥 즐기면서 살자!”라며 허허 거리며 헤어졌다. 나는 세리가 너무 좋다.

그리고 덕호씨와 용산 가족공원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그림을 그렸다. 덕호씨는 나에게 자꾸 선물을 퍼주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아! 그리고 나는 단체전을 했다. 그곳에서 내 작품이 좋다면서 3번이나 오신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내 번호를 가져가셨는데 결국 연락은 다시 오진 않았다. 그래도 감사했다.

그리고 하영언니를 만났고 언니랑 나랑은 우리 집에서 미친 듯이 헛소리를 하면서 놀았다. 언니의 생각지도 못한 비밀 고백에 나는 충격을 받았고(?) 길거리에서 아이들처럼 꺄르르 웃다가 나는 거의 실성해서 넘어졌다. 너무 바보같이 사랑스러운 날이었다.

대현씨 작업실에 다시 놀러갔다. 아! 내가 같이 전시 보러 가자고 했는데 대현씨가 기억하고선, 전시 보러 가자는 약속이었다. 작업실에 먼저 들어가 있었는데, 웃기게도 우리는 몇 시간 동안 계속 누워있었다. 나는 쇼파에 누워있었고 그분은 매트에 누워있었다. 서로 게으름 피우다가 결국 전시는 못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하루였다.

다음날에도, 또 다음날에도 대현씨를 만났다. 밀린 약속이 많아서 만났는데, 희상 작가님이랑 계곡을 다녀온 바로 직후에 작업실에 잠깐 들러서 이야기를 하고 드로잉을 하다가 집에 갔다. 그 다음 날에는 같이 드로잉 전시를 보았는데, 나는 생각보다 더 상업적이어서 그리 흥미가 없었는데 대현씨는 꽤나 꼼꼼히 본 것 같았다. 같이 스쿠터를 타고 빈대떡! 하고 소리지르면서 빈대떡을 먹으러 갔고, 통통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너무 맛있었다. 아주머니가 바쁘셔서 결제를 못 하고 계실 때 대현씨가 대신 결제를 하는 걸 보고 진짜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스쿠터를 타고 피크닉에 갔고 그곳에서 고양이 천사를 만났다. 야옹이들이랑 놀다가 아메리카노를 먹었는데 거의 사약 먹는 것 마냥 진짜 어질거려서 우리 둘 다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대현씨는 나를 스쿠터로 녹사평역 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는 명상 센터를 갔다. 새로운 명상법을 알게 되어서 마음이 편했다. 아메리카노를 먹어서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그래도 정신은 맑아졌다. 길에서 우연히 지우를 만났는데, 지우가 보고싶었고, 대책없이 740번 버스를 탔고, 그 버스를 타기 이전에 간판에 ‘지우’라고 써져있었는데 바로 지우를 마주쳐서 너무 놀랐다! 그리고 행복했다.

이날은 너무 행복해서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너무 사랑스러운 하루였다. 거의 손에 꼽힐 정도로.

그리고 다음 날에는 서울 시민 평가단 무용 공연을 보면서 나에게 이런 감사한 기회가 있음에 정말 고마웠다. 공연이나 영화 등등 많은 종류의 공연들을 이벤트나 혹은 칼럼니스트 역할로 얻게 되었는데, 이것이 전부 다 하늘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좋은 기회들이다.

그리고 경민이를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하여 말했고, 사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조금은 신선하고도 이것이 집착으로 변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고, 그냥 혼자 짝사랑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점점 경민이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걔는 맨날 웃으면서 언니, 언니 하며 하트를 붙이는데 그럴 때마다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하다.

그리고 순영이랑 재즈 페스티벌을 갔다. 사실 나 혼자 본 셈이다. 순영이가 지각해서 한 공연밖에 못 봤기 때문이다! 드러머가 거의 짐승 같았다. 너무 멋있었다. 순영이와 별 것을 하진 않았는데, 너무나 행복했다. 기깔나게 햄버거를 먹으면서 행복해 했고 길가에 난 꽃 몇 송이에 행복해 하고 그냥 걸어가는 내내 꺄르르 거리면서 행복해했다. 예전에 재호오빠가 “너는 울기는 울어?”라는 말을 곱씹으며 웃었다. 내가 순영이에게 너는 맨날 웃고다닌다고 하니까 순영이는 “하리 언니가 더 많이 웃어요.”라고 했고 생각해보면 나는 진짜 하루 종일 웃고 다니는 것 같다. 참 우습다 (?) 내가 순영이에게 “너는 내일 당장 죽는다면 오늘 뭐 하고 싶어?”라고 묻자 순영이는 “나는 살인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 순수한 대답에, 나는 “그럼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고 했고 이 말로 인하여 순영이는 (미리) 연쇄 살인마 가 되었다. 우리는 깔깔 거리면서 웃었다.

그리고 저번에 동우오빠한테 연락이 왔는데, 갑자기 소개팅을 해준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그냥 친구 해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소개팅을 받았고, 엄청 좋으신 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붓다와 불교 이야기를 했다. 확실히 이성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친구로 오래 남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분 같았다.

그리고 오늘은 명상센터에서 7시간동안 명상하고 스트레칭을 했다. (사실 죽을 뻔 했다.) 꽤 힘들었고 몽롱하기도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고요에 휩싸이면서 느낀 것은, 졸음을 참으면서 정신력이 더 강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뜬금없이 파리에 갈 생각에 살짝 겁도 났지만 에라이 모르겠다, 싶기도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훅 하고 보고 싶어서 살짝 슬프기도 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다니, 참 웃긴다.

그리고 오늘 니카를 보냈다. 니카가 며칠 간 아파서 나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약을 먹이면 계속해서 침을 뱉었을 때마다 나도 힘들고 니카도 힘들어했다. 니카가 아파서 나도 울고, 주인 잘못만나서 불쌍한 아이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파리에 가는 며칠 동안 소연이에게 맡기기로 했는데, 아프지 않고 잘 지냈으면 한다.

오늘은 그리고 윤배오빠한테 연락이 왔는데, 조금 힘이 빠져 보였다. 힘내!오빠.

파리가 자꾸 나를 끌어당긴다고 느꼈는데, 그것이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으면 한다.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그냥 간다. 매일이 마지막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정말 후회 없이 사랑스럽게 살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고정관념에 휘둘리며 사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자유가 좋다. 내면적인 자유는 우리의 본질인 사랑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나는 그 본질이 좋다. 가끔 사는 게 버겁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것이 바로 삶이다. 가볍게, 유쾌하게 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한 달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지는 상상도 못했다. 매일 약속이 두 세 개씩 있었고, 내가 여기에 쓰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진짜 웃기게도 길가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도 수두룩하게 많으니 말이다. 아! 유진이가 전시에 찾아왔었던 것도.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하다. 가끔 나를 아프게 하는 인연일지라도, 그것 또한 의미가 수두룩하기에 감사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바친다. 다들 사랑하고 행복했으면 한다.

그리고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사랑하며 살았으면 한다. 모든 만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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