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 이곳에 와서 한경면 사무소에서 내렸다.

by h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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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되새김질 했던 것들, 그리고 남겨진 사랑

뭐랄까, 사는건 참 신기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하나랄까.


길가에 나 있는 예쁜 꽃들을 봤다. 분명 안다고 생각하면 스쳐지나가는 것들이지만, 아주 자세히 쳐다보면 알 수 없는 미지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 마냥 경이에 차서 지긋이 바라보게 된다. 커피 잔 위에 있는 그 빛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변하지만 아름답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는다. 항상 변하는 태양 빛들도 그렇다. 변하지 않는 것들은 없고, 그러한 변화에 자기 자신을 맡기면 삶은 꽤나 수월하다. 하지만 변하는 것들을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꽉 잡아버리면 썩는다. 꽃이 아름답다고 꺾어버리면 얼마 가지 않아 썩는 것처럼 말이다.


그저 그대로 바라보는 걸 즐기는 중이다. 되새김질하는 기억들조차도 날려버리고, 모든 고통들을 끊어버리고 행복에 관한 명상을 하는 편이 낫다.


아까 조수 1리에서 한경면 사무소를 향하는 버스를 타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삶은 너무나 짧다.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고, 이 짧은 생애에서 항상 마지막 버스를 탄 마냥 간절하게 무엇인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소중히 대해야 한다.


제주도에 와서 내가 가는 길들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조수1리에서 한경면사무소까지 가는 그 길을 참 좋아한다. 어여쁜 태양 빛에서 물끄러미 나를 지켜보는 초록빛깔의 무지개들과, 생동 있게 살아있는 말 여러 마리들, 그리고 흰 색과 연두색의 조화가 아름다운 집, 볼이 붉으스름한 할머님은 고추를 따고 계시고, 중학교 앞에 있는 장미꽃 몇 송이, 나는 그것들을 보려고 그 길을 나선다.


가끔은 고통스러운 생각들이 나를 스쳐가고, 열매를 맺었다가 시들어버린 옛 인연에 가슴아파하다가도 그러한 고통들을 지긋이 바라보고 끊어낸 뒤 행복에 관한 명상을 한다. 사색에 잠기는 것이 아닌, 사색을 지켜보며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이랄까. 지금 이 순간은 항상 아름답고 행복하다.


마음은 과거나 미래를 지어내기 쉽다. 그러하기에 불안하고, 걱정되고, 초조하다. 혹은 긍정의 요소로 희망차고, 기대하고, 추억한다. 과거와 미래는 극단이다. 그리고 현재는 마치 그것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태양과도 같다.


지구에서 바라본 하늘은 날씨가 흐리거나 맑은 등 유동적이다. 하지만 태양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빛을 보낸다. 우리는 아낌없이 보내는 태양의 존재를 보는 듯, 삶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오직 현재만, 지금 이 순간만을 충실한 채 말이다.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계산하지 말고,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후회하거나 아파하지 말고, 그렇게 현재를 희망의 빛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것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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