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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내 존재가 선물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참 고마운 말이다.
가끔씩 차가운 바람이 불 때, 꼿꼿하게 서 있는다. 이전처럼 파리하지도, 연약하지도 않다. 너무 버겁다 싶으면 차라리 그 바람 자체가 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참 고맙게도 주변사람들이 도와준다.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티 안내면서 웃으며 있어도, 내 마음 속이 꿈틀거리고 있을 때 주변의 따스한 기운들이 나를 덮어준다. 그럴 때에는 내 존재만으로도 세상에 너무나 감사하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함,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매일같이 감사해야 하는 그런 것이다.
그림을 그리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림이라는 것이 나에게 착 달라붙은 이후로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집착 관계는 아니지만, 내가 인위적으로 떼어내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 그런 운명과도 같은 관계가 바로 그림이다. 내가 가장 버겁고 힘들 때 곁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그런 친구 같은 존재인 셈. 사람들이 힘든 길을 걷는다고 말해도 꼭 걸어야만 하는 그런 길이다. 이상하게만치 그림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하다.
지금 제주도에 있으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든 것을 다 놓고 온 곳, 아는 사람도, 아는 장소도 아닌 이곳에서 사람들이 나를 챙겨주시고 친절하게 해 주실 때마다 마음이 참 따스해진다. 신기하고 감사하다. 떠나기 전 집 계약도 다 취소가 되어버리고 마땅한 직업도 구하지 않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평온하다. 마음속에서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실은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어서 잠자코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보낼 계획이다.
매일매일 동일해 보이지만, 내면의 진화는 끊임없으며,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외부로 그 진화가 표출될 것을 알기에, 나는 불안하지 않고, 당신 또한 그러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래에 올 좋은 일을 기대하는 대신에,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날들에 참 감사하고 오늘 하루를 받은 것에 또한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