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사를 끝내고 새로운 챕터 앞에서
나는 매번 MBTI 검사를 할 때 절대 나오지 않는 문자가 있었다. 그건 J, 계획형인데 요즘 나는 계획을 세우는걸 더 선호한다고 느껴 어제밤에 2년만에 검사를 해봤다. 역시나 J 형이 나왔다.
집이 없는 이방인이라 그런가, 이곳의 생활을 정리하며 이사 준비를 하다보니 더욱 나의 다음 계획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통제하려는게 느껴졌다. 분명 하반기에 너무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년 초에는 어디를 가야할지 집은 어디서 자야할지 등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 보다 알지 못하는것을 알고 싶어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무언가 답답하고 잠을 잘 못자고 했었던 것 같다.
영어회화를 연습하고자 chat gpt 와 가끔 대화를 하는데 오늘 그 친구가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줬다.
It's okay not to know everything right now. You'll likely to get more clarity once you start and get familiar with your tasks.
맞다. 왜 이것을 까먹고 있었지.
불확실해도 된다. 지금 다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 하면서 알아가고 하면서 수정하는 거다.
나를 위해서 이 말은 항상 가슴속에 새겨야 겠다. 작업할 때도 항상 듣던 말이, 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일단 해봐야 한다 였는데 유학을 준비하고 3년 미대를 다니며 배운것은 내 전공 경험뿐만 아니라 인생 교훈을 배운게 확실하다. 한국에서 유학이라는 꿈을 조금씩 갖게 되었을 때도, 그래픽디자인에 대한 열정보다는 인생을 항해하고 좋은 경험을 하고자 하는 열정이 훨씬 컸었으니까.
아무것도 모를때는 몰라서 담대하고. 그 후에 도전을 할때는, 거침없이 하다가도 주저하게 되고 그렇게 주저하는 나를 보며 낯섦을 느끼고. 그치만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이해하며 그 첫 도전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 것 처럼 과거를 돌아보며 다시 용기를 얻고.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멀리서 보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계속 성장하는 그래프라는 것을 안다.
나는 행복이란 우리를 지탱하는 기억 저장소라고 생각한다. 나 지금 행복해, 안 행복해 가 아니라 계속 차곡차곡 쌓여서 내가 슬플때든 힘들때든 기쁠때든 나를 받쳐주는 쿠션 같은 역할이랄까. 검색해보니 누군가는 행복의 4가지 기둥은 가족, 우정, 일 그리고 믿음이라고 한다. 그 행복을 전제로 인생을 살아가는 거고 많은 감정들이 왔다가 또 사라졌다 하는 것 같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행복이란 우리 안의 수많은 감정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라고 한다. 행복은 저 많은 감정들의 하나의 집합이다. ( 합집합...ㅎ ) 감정들에는 기쁨이 슬픔이 불안이 등등이 있지만 행복이는 없다. 행복은 저 감정들과 동일한 선상에 있지 않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기쁨과 슬픔은 반대가 아니다. 파트너다.
유학와서 깨달은 것들 중 몇개를 얘기하자면, 우리는 이미 행복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외로운 존재라는 것이다. 모두들 혼자 감당해야 할 것들이 있다. 외롭다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슬픈 이미지를 갖고 있는 듯 해서 조심스럽지만, 뉘앙스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 남편,아내 그리고 친구들, 자녀들, 부모님들은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이다. 내가 서있는 이 영역에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다를 뿐, 내가 서 있는 곳은 나 밖에 존재할 수 없다. 물론 같이 나누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나 혼자만이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빌렁을 준비하고, 이사를 준비하고, 도전들을 할 때에도 가족과 친구는 나에게 힘을 주고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격려하는 역할이고 그 순간에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은 나 한명 뿐이다. 그래서 자주 나 자신을 제3자로 바라보며 격려하고 대화하고 사랑해주는 그 당연한 시간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