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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01. 2023

나의 동네에 대한 구체적인 20가지

어느 프랑스 중부 도시에서


'당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구체적인 것들을 스무 가지 적어라' 

[글쓰기 좋은 질문 642]책의 620번 질문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를 해보려고 노력할테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내 글을 토대로 상상을 해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제3의 동네를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 혹시 공유를 하고 싶다면 qlcyoon@gmail.com 으로 보내주면 된다. 



1. 계단을 타고 0층으로 내려가 문을 열기 위해 문열림 버튼을 누른다. 나는 C동에 살고 있고 나오면 넓은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을 지나치면 차를 위한 큰 문과 사람을 위한 문이 나오는데 바로 앞에는 알록달록한 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2. 종종 강아지와 산책을 나오시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처음 만난 건, 그 강아지가 신문을 물고 할아버지 앞으로 가고 있던 때 였다. 그 강아지는 [트램프와 레이디] 영화에서 레이디를 닮았고 검정색 바둑이 같았다. 


3. 도보로 7분 거리에 거대한 도서관이 있고 그 앞에는 대학교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교 캠퍼스 개념이랑은 많이 다른게, 큰 건물 하나가 대학교이다. 그리고 대학교 뒤에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트랙과 농구장 축구장이 있다. 또 그 뒤로는 아이스링크장이 있다.


4. 집에서 나와 오른쪽 언덕을 올라가면 군인들이 생활하는 곳이 있다. 친구 말로는 매일 8시 정도에 다같이 러닝을 하신다는데 한번 봤었다. 몸이 좋으셨다.  


5. 내 방 테라스에서는 론 강 뒤로 있는 산들과 이 지역의 나름 관광지인 요새가 보인다. 넓고 맑은 하늘과 산들을 집에서 볼 수 있다. 


6. 칼바람이다. 바람이 아주 매섭다. 더울때는 아주 또 덥다. 


7. 15분 걸어가면 시내가 나오는데 시내에 위치한 큰 공원은 메이플스토리 숲 테마 처럼 큰 나무들로 둘러쌓여 있고 분수대도 있으며 조금만 더 걸어가면 론강 다리가 나온다.


8. 파리나 보르도 툴루즈 같이 강가를 끼고 있지만 강 바로 옆에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아주 빈약하다. 2m 정도의 폭으로 , 사람들을 위한 공간은 볼품없는게 아쉽다. 


9. 다리는 5분만에 건널 수 있다. 반대편 지역은 오히려 더 산책하고 자연을 누리기에 적합하다. 물론 강의 범람의 위험이 있지만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들 끼리도 많이 오는 것 같다. 올해 이사를 하고 나서는 좀 멀어져서 많이 못가고 있다. 


10. 우리 동네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시내에 작은 백화점이 있다. 옷을 안산지 10개월이 되간다. 


11. 상업적인 영화관이 있고 독립 영화관은 여러개 존재하는데 그 중 제일 많이 가는 독립 영화관은 예술학교 학생 할인을 받아 4유로, 5500원 꼴이다. 헤어질 결심도 이곳에서 보았다. 


12.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벨기에를 이어주는 Thalys 열차가 7월에 프랑스 남부까지 확장되는데 우리 동네는 크지 않음에도 남부 라인에 잘 자리잡고 있어 그 노선에 포함되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3번째로 큰 리옹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우리 동네가 포함된 것이 꽤 놀랍다.


13. 금요일에는 학생들이 본가로 가거나, 주말을 지키기 위해서 인지(?) 공식적인 수아레를 갖는 것은 보통 목요일이 많다. 도서관 뒤에 바에서 자주 약속을 잡는데 위치가 우리 집이랑 가까워서 나야 좋지만 맥주가 정말 맛이 없고 가격도 싸지 않다. 왜 여기서 모이는지 이해가 안된다. 다트도 있고, DJ 부스도 있어서 그러는 것 같다. 


14.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공원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 산지 1년 반만에, 지도에서 찾지 못한 , 괜찮은 공원을 발견했다.


15. 시내 공원 뒷문으로는 아주 큰 숲이 연결되어 있고 작은 터널을 지나가면 론 강 옆으로 울창한 숲/공원이 나온다. 바베큐를 구워먹는 사람들도 있고 뻬땅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뻬땅크는 쇠로된 구슬치기이다. 


16. 저 멀리 있는 요새를 가기 위해서는 8번 버스를 타면 된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위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제일 아래 정류장에서 내려 쭉 걸어 올라가야 한다. 이 지점부터는 자동차가 진입 금지라서 짧은 등산으로 산 정상 까지 올라가면 된다. 동네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뻥 뚫리는 넓은 하늘, 넓게 흐르는 강 그리고 그 주위의 초록색 언덕들. 요새는 3-4번 가봤지만 요새 바로 옆에 조금 더 높은 산이 있는데 이곳은 딱 한번 가봤다. 이곳에서 보는 광경이 가장 아름답다. 


17. 1년 좀 넘게 다닌 헬스장, basic fit 는 시내 기차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총 2층으로 되어있고 규모가 꽤 커서 자주 갔었는데 창문이 없어서 여름 쯤 부터는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18. 연말이 되면 시내에 거대한 관람차와 놀이공원 기구들을 설치하고, 크리스마스 마켓 거리를 만든다. 2-3일 정도는 거리를 다 막아놓고 퍼레이드와 불꽃 축제를 한다. 아 그리고 k-pop 댄스팀이 있다. 그 중에 한명이랑 친해졌는데 마침 내가 한국에 가있는 동안 한국에 한국어를 배우러 간다길래 자주 만났고 한국에서도 만나 일일투어를 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날, 그 친구는 나보다 하루 일찍 들어가기로 되있었는데 그 친구 경유 비행기가 연착이 되어서 경유지에서 하룻밤 자고 그 다음 날 정말 놀랍게도 나와 같은 비행기 바로 옆자리에서 만났다. 서로 눈을 의심했다. 


19. 교회들이 많은데 개신교는 거의 복음주의 교단이다. 내가 한국에서 다녔던 교회는 장로교인데 장로교는 하나도 없다. 집에서 2분 거리에 교회가 있고 아침 10시에 예배가 한번, 화요일 저녁7시에 기도회 한번이 있다. 팝콘 기도를 하신다. 소리내어서 기도를 하시고 또 누군가가 이어받고 , 찬양 중간중간에도 하신다. 


20. 트램도 , 지하철도 없고 버스만 다닌다. 한달 무제한 교통카드가 있고 학생이라면 10유로, 일반 성인이라면 20유로이다. 1일권은 1.2유로이다. 무임승차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운전자가 전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따로 불시에 교통카드 검사를 하는 사람들이 따로 존재한다. 벌금은 40유로 정도인데 걸린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다. 





* 동네와 무관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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