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통한 키워드 도출과 분석을 통한 <한강로칼국수> 메뉴 기획 방법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갖는다. 이를테면 누구는 음식 맛에 대해 접근하고 또 누구는 비주얼 콘텐츠 관점에서 바라보며 혹자는(필자를 포함한) 메뉴의 영업성에 대해 고찰한다. 음식에 대하여 이렇다할 정답을 내릴 수 없는 것 역시 음식은 저마다의 내재되어 있는 평가 기준치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외식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나는 본질인 메뉴 개발에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편이다.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신메뉴 개발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얻는가?에 대한 것인데 이번 글에서는 메뉴 기획 시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생각의 흐름을 최대한 담아보고자 한다.
음식에 대하여 이렇다할 정답을 내릴 수 없는 것 역시 음식은 저마다의 내재되어 있는 평가 기준치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남영동 빌드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번째 콘셉트로 생각한 것은 일상식이었다. 일상식이라 함은 대개 국밥, 국수 등을 포함한 식사류를 말한다. 식사집의 경우 모두가 알다시피 점심 판매 비중이 크며 저녁을 포함한 매출 다각화가 주요 해결과제다. 평소 눈여겨 보았던 칼국수를 떠올렸다. 외식 브랜드 기획시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은 메뉴(아이템)에 대한 선택이다. 단순 주관적 기호도가 아닌 카테고리 선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칼국수를 선택한 것 역시 용산구 일대 칼국수를 대표할만한 대표 브랜드가 부재한다는걸 인지했기 때문이다. 대개 메뉴 및 카테고리 선점을 위한 시장조사 시 네이버 검색을 많이 활용한다. 예를 들면 '용산 칼국수', '남영동 칼국수', '숙대입구 칼국수' 등 처럼 지역명+메뉴명을 더해 복합검색으로 그 일대 아이콘을 찾는다. 확실히 용산구 한강대로 일대에 그렇다할 칼국수 전문점이 부재했고 우선적으로 카테고리 선점을 하기로 결정했다. 외식업 창업시 카테고리 선점은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이 된다. 어딜가나 치이는게 외식업이지만 군계일학이라고 했던가. 분명 어딘가에는 아이템 경쟁이 없는 빈틈이 존재한다.
외식업 창업시 카테고리 선점은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이 된다. 어딜가나 치이는게 외식업이지만 군계일학이라고 했던가. 분명 어딘가에는 아이템 경쟁이 없는 빈틈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음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찾기
칼국수라는 아이템을 결정하였으니 이제 구체적으로 메뉴 개발을 진행한다. 가장 큰 범주에서의 결정은 친숙한 맛으로 다가갈 것인가 또는 색다른 변주를 줄것인가다. 초기 <한강로칼국수> 버전일 때는 변주를 선택하여 전혀 새로운 메뉴를 탄생시켰다. '츠쿠네칼국수' 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닭육수 베이스에 츠쿠네(닭 연골과 함께 다져서 만든 닭고기 완자) 고명을 얹어 일본식 라멘을 오마주하여 만든 메뉴였다. 일종의 닭칼국수였다. 생소한 메뉴에 대하여 고객 저마다 의견을 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친숙한 메뉴 칼국수를 독특하게 바꾸니 일상적으로 접근되고 소비되어야 하는 칼국수가 보다 마니아적인 음식으로 변모했다. 이는 곧 이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투자가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내가 생각하는 칼국수의 본질은 인근 사람들로 인한 반복적인 재구매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빗나간 것이다. 과도한 콘셉트로 인해 발생된 참사였다. 닭을 베이스로한 육수는 분명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감칠맛을 구현했다. 하지만 '츠쿠네칼국수'라는 일본풍 메뉴 콘셉트 자체가 고객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 것이다.
친숙한 메뉴 칼국수를 독특하게 바꾸니 일상적으로 접근되고 소비되어야 하는 칼국수가 보다 마니아적인 음식으로 변모했다. 이는 곧 이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투자가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의 <한강로칼국수>를 대표하는 메뉴는 세가지다. 백합칼국수와 김치보쌈 그리고 어향김말이. 초반의 실패를 반면교사하여 빠르게 콘셉트 전환하였다. 칼국수집에 고객이 원하는 니즈가 무엇인지 깊게 고찰하여 본질에 집중하여 재구성했다. 다시 말해 콘셉트의 힘을 뺐는 과정을 거친 것. 츠쿠네칼국수를 백합칼국수로 대체하니 점심 수요 고객 반응이 바로 나타났다. 마케팅 위주 방문 고객이 아닌 인근 고객분들의 방문이 잦아진 것. 그리고 편한 메뉴 덕인지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칼국수를 중심축으로 보다 쉽게 다가갈수 있도록 쉽게고객의 머리에 쉽게 인식될 수 있는 대표 메뉴 세가지를 자별화 하는데 노력했다.
개인별 경험이 만들어내는 맛의 기대치
<한강로칼국수>의 대표 메뉴는 다음의 세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다원적 접근성이 높은 메뉴(칼국수), 이률적 접근성이 높은 메뉴(보쌈류), 접근성이 생소한 메뉴(어향김말이 등). 지금부터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 감도에 따라 달라지는 기획 논리를 풀어보겠다. 나는 음식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의 경험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경험이 곧 평가의 기준점이 된다. 다시말해 접근성이 친숙한, 일상적인 메뉴인 칼국수는 저마다의 경험들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칼국수는 이래야한다... 저래야 한다... 메뉴에 대한 왈가왈부 평가가 많아지게 된다. 초기 출시했던 '츠쿠네칼국수'가 고객을 설득하기 힘들었던 이유 역시 각자의 칼국수에 대한 경험치와 츠쿠네칼국수가 충돌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험치가 적은 메뉴일수록 사람들은 평가하기가 곤란해진다. 예를 들면 평양냉면과 같은것. 분명 평양냉면 첫 경험자에게 냉면에 대한 만족도를 이야기 하라면 불호인 경우가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평양냉면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음식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와 마케팅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친숙하지 않은 메뉴일수록 콘텐츠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음식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의 경험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경험이 곧 평가의 기준점이 된다.
백합칼국수로 메뉴를 변경한 것은 사람들이 칼국수에 기대하는 본질 그 자체에 부합하기 위해서다. 해물이 주는 시원한 국물의 맛. 풍성한 볼륨감을 주기위해 바지락보다 크기가 큰 백합을 사용했다. 실제로 백합이 바지락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사람들은 백합을 더욱 고급조개로 인식한다. 그래서 바지락 칼국수보다 백합칼국수는 조금더 프리미엄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게된다. 이 역시 앞서 언급한 경험치로 인한 바지락의 가치가 절하된 케이스다. 친숙한 것일 수록 사람들은 가치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이용하셔 식자재를 바라보면 새로운 관점이 생길 것이다.
친숙한 것일 수록 사람들은 가치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면보다는 육수 문화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호도에 맞게 나 역시 육수 맛에 집중했다. 면식 접근시에 면보다는 국물에 차별화를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무엇보다 칼국수는 식사도 되지만 해장메뉴라는 서브 카테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두번째 기능에 부합하는 육수를 만들었다. 식사와 해장 그리고 약간의 간편식이라는 다양한 카테고리에 부합하는 메뉴인 칼국수는 이렇듯 잘만 세팅해놓으면 사업적 가치가 높아진다. 기존의 해물칼국수집들은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 삼삼한 국물 맛이 대부분인 것에 반해 <한강로칼국수> 에서는 자체 육수만으로 딱 떨어지는 맛의 간간한 국물맛을 추구했다. 해장이 되는 느낌(?)을 위해 속에서부터 열이 차오르도록 약간의 생강과 후추를 육수에 첨가해 칼칼한 끝맛을 잡았다. 레시피 관점의 스킬이다. 해장형 국물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얼큰한 육수를 선호한다. 일반 칼국수보다 약간 칼칼한 맛의 정도로 일상식 칼국수 시장에서 <한강로칼국수>만의 정체성을 각인 시키는데 성공했다.
음식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판타지 코드
개인적으로 보쌈(이하 삶은고기)은 한번쯤 다뤄보기 좋은 사업적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보쌈은 특히 국내 외식 시장에서 점심과 저녁 2way 판매 가능한 몇 안되는 메뉴다. 굽는 고기 비비큐와 달리 삶은 고기는 건강한 메뉴라는 인식이 있다. 무엇보다 전지를 포함해 다양한 비선호부위를 활용할수 있다는 점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근래 몇년간 보쌈이라는 메뉴를 견인하는 브랜드가 마땅히 없다는 점. '원할머니보쌈' 외에 몇년 전부터 '싸움의고수' 라는 혼밥용 보쌈 브랜드가 성공했는데 <한강로칼국수>와 비교했을 때 업태적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강로칼국수>에서 칼국수와 함께 보쌈을 묶은 것은 그다지 특별한 조합은 아니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두 브랜드와 달리 보쌈 전문점으로 각인 시키기 보다는 '보쌈이 맛있는 칼국수집' 으로 인식되기를 의도했다. 서브메뉴가 맛있을때 주는 고객 만족도는 메인메뉴보다 배가 되기 때문이다. 꼭 칼국수집이 아니더라도 여러 업종의 식당을 기획 시 나는 이런 사이드메뉴 차별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물론 기존에 이미 칼국수화 보쌈이 결합된 콘셉트의 브랜드들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의 식당들은 칼국수와 보쌈이라는 단순 조합에 힘을 실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한강로칼국수>에 디테일을 더하면 큰 흐름을 끌어올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다. 이미 큰 물길이 존재하는 완성된 시장 파이에서 일종의 새로운 물길을 터서 내쪽으로 흐름을 끄는 전략인셈이다.
서브메뉴가 맛있을때 주는 고객 만족도는 메인메뉴보다 배가 되기 때문이다. 꼭 칼국수집이 아니더라도 여러 업종의 식당을 기획 시 나는 이런 사이드메뉴 차별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나는 보쌈의 차별화 요소 도출을 위해 음식에 대한 개인의 경험을 고찰하기 시작했다. 보통 이러한 고찰 시에는 가볍게 지인들에게 메뉴에 대한 생각을 묻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를 정리하는 편이다. 그러던 중 발견한 재밌는 사실은 칼국수는 저마다 집에서 먹었던 맛 또는 자주 찾는 칼국수집의 레시피처럼 수많은 경험에 의존하여 맛의 기준치를 잡았다면, 보쌈의 경우 특정한 한가지 경험에 모두가 수렴한다는 것이다. 바로 김장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기대하는 보쌈의 맛은 그때 그 시절 김장하며 만들어 먹었던 김치속에 곁들이는 갓 삶은 수육의 맛이었다. 이런걸 나는 판타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당시 김장철에 먹었던 보쌈의 맛은 지금의 식당의 보쌈의 맛과 사뭇 다르다. 밖에서 사먹는 보쌈이 물론 집에서 먹는 것보다 화려했지만 집에서 느꼈던 것과 다른...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사람들이 갖는 보쌈에 대한 경험과 판타지에 대하여 인사이트를 정리할 수 있었다. 우리가 경험했던 보쌈은 김장철 갓 버무린 김치속과 함께 했던 맛이었는데 이를 좀더 구체화 하면 두가지의 핵심 포인트가 있다. 첫번째는 김장철 갓 버무린 김치속만이 갖는 마늘을 포함한 각종 향채류로 버무려진 김치속이 내는 알싸한 맛이다. 김치에는 시간이 오래된 김치(묵은지)는 무조건 맛있고 높은 가치를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김치로부터 경험했던 맛은 묵은지가 주는 쿰쿰한 풍미 외에도 갓 버무린 김치가 주는 알싸한 맛도 존재한다. 김치는 익어야 맛있다는 고정관념을 <한강로칼국수>에서는 살짝 비튼 셈이다. 바로 만든 김치양념에는 모든 채소와 재료들의 향이 살아 있다. 채소들의 향들은 대부분 휘발성이 강하다. 다시 말해 갓 버무렸을 때만 맛볼 수 있는 풍미였기에 김장철 먹었던 보쌈의 맛이 이토록 특별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맛에 있어서 향은 매우 중요하다. 밖에서 먹었던 보쌈의 맛이 2% 부족했던 것 역시 모두 향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맛에 있어서 향은 매우 중요하다. 밖에서 먹었던 보쌈의 맛이 2% 부족했던 것 역시 모두 향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한강로칼국수>만의 차별화된 보쌈을 구현하기 위해 '생김치' 라는 메뉴 콘셉트를 도입했다. 일종의 샐러드 방식을 착안한건데(소금에 절여 버무리는 겉절이와는 차이가 있다) 아삭한 배추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소금절임을 최소화하고 김치 앙념을 버무리지 않고 드레싱화해서 배추에 뿌리는 방식을 도입한 것. 김치는 절이거나 익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는 고객분들도 있었지만 현장 고객의 대부분 생김치보쌈 맛이 열광했다. 특히 매일 매장에서 당일 사용할 양만 직접 만드는 보쌈김치 드레싱은 확실히 각종 채소의 향이 살아 있어서 보쌈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주었다. 특히 의도했던 '김장 때 먹었던 보쌈 맛' 이라는 피드백이 언급될 때 비로소 메뉴 기획이 성공했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메뉴의 맛이 아닌 메세지로 고객에게 기억되기
칼국수와 보쌈의 일관된 메뉴 콘셉트를 연결 짓기 위해 김치 양념 역시 얼큰한 맛을 한층 살렸다. 이미 기존의 '실비김치'라는 품목이 크게 히트를 했던 것에서 착안했다. 하지만 실비김치를 구매해 먹었을 때 과하게 매운 맛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크게 공감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매운 맛' 에 열광 한다는 포인트만 기억했다. 하지만 기존의 매운 것들과 <한강로칼국수> 김치 사이의 차별점을 어떻게 구분 지을수 있을가 하다가 '얼큰하다' 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매운맛과 얼큰한맛은 같지만 다르다. 얼큰하다는 것은 '맛있게 맵다' 라는 의미를 내재한다. 매운 실비김치와 차별화 할수 있는 키워드가 도출된 것이다. 사람들은 맛으로 음식을 기억하지만 때로는 키워드로 기억하기도 한다. 기획자로서 내가 메뉴명, 단어에 집착하는 이유다. 같은 음식일지라도 키워드에 따라 고객이 받아들여지는 가치가 달라진다. <한강로칼국수>의 김치가 그러했다. 맵지만 자꾸 당기는 그런 얼큰한 맛... 흩어져 있던 메뉴의 콘셉트가 '얼큰한 김치' 라는 콘셉트 키워드로 정리되니 고객에게 전달 할 수 있는 메세지가 명확해졌다. '한강로의 김치는 매운김치가 아니라 얼큰한 김치입니다' 이는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어 고객에게 끊임 없이 전달해 브랜드를 견고화 했다.
사람들은 맛으로 음식을 기억하지만 때로는 키워드로 기억하기도 한다.
메뉴 콘셉트를 명확하게 담아 고객에게 일관되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일련의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은 다양한 콘텐츠 재생산을 야기시키고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견고화한다. 잘 기획된 콘셉트와 잘 진행된 마케팅이은 무궁무진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