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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빈 Sep 24. 2021

외식 컨설턴트와 사기꾼의한 끗 차이

'발견'을통한 생생한 현장 외식 컨설팅 노트

잡지사 콘텐츠 컨설팅팀에서 2년 남짓 근무를 마친 후 나는 학교 복학을 위해 퇴사를 했다. 휴학과 맞바꾼 잡지사에서의 외식 컨설팅 경험은 나를 성장시키는 큰 씨앗이 되었다. 퇴사 후 나는 이 스펙을 기반 삼아 나도 영어 점수를 따고 학점을 올리고 자연스럽게 취업을 생각했다. 남들이 그렇게 하기에 나도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사업은 꿈도 꾸지 않았다. 사업이라는 것은 나와는 다른 영역의 사람이 하는 일인 줄만 알았다.


그러던 중 학기 도중 전 회사 근무 시 친하게 지냈던 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갑작스러운 미팅을 제안하셨다. 잘 지냈냐는 안부와 함께 대뜸 프로젝트 제안을 하셨다. 그분이 운영하는 매장 별 마케팅과 콘텐츠 컨설팅 그리고 신규 브랜드 기획 업무를 담당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기분이 벅차올랐다. 아직도 그때 기분은 잊지 못한다. 독립적으로 처음 받아본 제안이었다. 더 이상 하기 싫은 알바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도을 벌 수 있다는 일에 매우 행복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프리랜서 기획자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곳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겨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기회는 그동안의 내가 쌓아온 발자취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렇다.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기회는 그동안의 내가 쌓아온 발자취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렇다.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25살의 나이.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최연소 외식 컨설턴트로의 데뷔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내게 내재되어 있었던 사업가라는 씨앗에서 조금씩 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나의 첫 회사명 <컨설팅 바이빈>. 기라성 같은 업계 선배님들과 나란히 창업 콘서트를 했던 순간도 있었다.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과 같은 역량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판매하는 상품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분명 무형의 가치가 프로젝트에 필요한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부분에 대해 얼마나 지출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인색한 경우가 많다. 이전의 외식 시장에서 무형의 상품으로 설루션 하는 일에 대한 스탠더드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나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스탠더드를 만들자는, 컨설턴트로서의 직업 소명을 갖기 시작했다. 나이치고 직업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진지했다. 그만큼 컨설턴트라는 일에 진심이었다.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과 같은 역량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판매하는 상품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이라는 것이다.


무형의 상품들은 경험 집약적인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하나의 무형 상품이 만들어지기까지 판매자의 경험과 투자가 수반된다. 브랜딩 감각을 기르기 위해 기꺼이 유명한 곳들을 아끼지 않고 다녀보며 시간을 내고, 지출하고 또 그것을 전략으로 체득하기 위해 고민하고 고찰하는 노력들. 한 순간에 뚝딱 만들어지는 건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러한 무형의 상품에는 판매자 개인적인 특성이 크게 반영된다. 그래서 산업군 내에서 평판과 수요도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몸값이라는 게 형성된다. 그 누구도 나의 벌이를 보장해주지 않는... 오직 스스로를 믿어야 하는 그야말로 야생 그 자체였다.


그리고 회사가 아닌 개인으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많았다. 일이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일을 따는 사람과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동안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일을 영업해오는 역할에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영업 중  돈 얘기를 꺼내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 이상하게 한국 사회에서는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금기시되는 문화가 있다. 돈 이야기에 직접적이면 물질적인 것을 좋아하는, 속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어린 사람이 돈 이야기를 꺼내는 자세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았다. 직업이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돈 이야기가 편해지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모두가 일을 할 때는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앞서 걸어온 선배님들은 그러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어쩌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생각해낸 전략은 '화끈하게 일해주고 합리적으로 돈 받자'였다.  


직업이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돈 이야기가 편해지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때 당시 시장에 형성된 컨설팅이라는 상품 자체의 금액이 들쑥날쑥 이었다. 여기서 신입인 내가 취할 수 이 있는 전략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적으로 금액을 낮추기보다는 관점을 살짝 비틀었다. 이전의 컨설턴트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소위 말해  한 탕 치고 사후 관리가 안된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컨설턴트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순식간에 컨설턴트가 사기꾼으로 몰락해버리는 순간이다. 기획 업무 특성상 대부분의 업무 에너지는 초기에 쏟게 된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 다시 말해 클라이언트의 만족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작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후 관리라는 명목 하에 컨설팅 비용을 줄이지 않고 나누어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때 당시 키워 놓았던 블로그가 빛을 발했다. 지속적으로 블로 마케팅을 지원하고 매장의 콘텐츠 생성을 도왔다. 물론 컨설팅 외 마케팅은 서비스 개념으로  클라이언트가 느끼는 만족감을 높였다. 하지만 사후 관리를 통해 내가 크게 배운 사실은 점포는 오픈 이후의 대처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완벽한 오픈은 없었다. 현장에는 늘 변수가 발생했다. 이를 반영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과정 속에서 클라이언트와의 유대감이 만들어졌다. 가성비 좋은 컨설턴트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티핑 포인트였다.


완벽한 오픈은 없었다. 현장에는 늘 변수가 발생했다. 이를 반영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과정 속에서 클라이언트와의 유대감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내가 가장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던 부분 중 하나는 일을 시작할 때 첫 클라이언트를 좋은 분을 만났다는 것이다. 서두에 꺼낸 내게 먼저 전화를 주신 대표님이다. 그분은 외식업 경력 20년 차. 40대 중반을 훌쩍 넘는 나이셨다. 하지만 대표님은 내가 그렸던 중년의 대표님의 사고방식과는 사뭇 달랐다. 소위 말해 외식업 만렙 찍었다 해도 무방했을 그분의 짬이었지만 현장 경험에 있어서는 하룻강아지인 나의 이야기를 늘 들어주셨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내 의견을 재밌게 수용해주시기도 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셨다. 지금에야 돌이켜보면 그 대표님은 새로움에 목말라있던 유형의 클라이언트였다. 그분의 노련함과 나의 젊은 피의 융합이 만들어낸 성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그분은 나와 함께 하면서 단기간에 배 이상의 사업적 성장을 이루셨다. 덕분에 나의 컨설팅 포트폴리오도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지금은 인천과 김포 일대에서 굴지의 기업형 외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태백산> 이곳 대표님과의 몇 년간 협업은 내게 인생에서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이다


여전히 그분께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분이 내게 비춰주신 자세였다. 컨설팅이라는 무형의 가치에 아끼지 않고 기꺼이 지불해주시고 매번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 주신 점. 그리고 나를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진심 어린 조언으로 그분의 경험치를 내게 녹여 주신 것. 언제나 일에 대해서 만큼은 나이를 떠나 진심으로 대해주셨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을 수밖에. 혹자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어린 컨설턴트가 노련한 대표를 대상으로 과연 어떻게 컨설팅을 하는지 다. 필자가 강조하는 중요한 컨설팅 전략 중 하나는 새롭게 제안하기보다 있는 환경 내에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외식업은 결국 유한된 조건 안에서 기회비용을 줄이고 최대의 효율을 내는 것이다. 예술이면서 곧 과학인 것이다. 하루하루가 전투인 외식업 현장에 무턱대고 새로운 제안만 갖다 붓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모든 매장이든 분명히 장점 즉, 핵심 역량이 존재한다. 이를 찾아내는 것이 컨설팅의 시작이다.


중요한 컨설팅 전략 중 하나는 새롭게 제안하기보다 있는 환경 내에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일을 할 때 성과를 내는 것은 늘 당연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젝트를 마친 후 내게 기억되는 건 성과가 보다는 감정인 경우가 많았다.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가 지금도 여전히 내게 기분 좋게 기억되는 이유 역시 대표님께서 언제나 나를 존중해 주셨고 진심 어린 태도로 나를 대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나를 뒤로 감추려 하지 않았고 주변 분들에게 많은 소개를 해주셨다. 내가 성장할 수 있게 어른으로써 큰 힘을 실어주셨다. 그때 느꼈던 감사 그리고 대표님을 통해 배운 '어른다운 어른'이라는 이상적인 모습은 후에 나의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이라는 것은 성과와 감정을 남긴다. 그때의 서로 좋은 감정이 있었기에 내가 사기꾼이 아닌 컨설턴트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외식 컨설팅 노트 TIP.

프리미엄 숯불구이 전문점 포지셔닝을 통한 성공 사례 <태백산>                                                


생존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브랜딩이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행동에 대하여 이것이 갖는 의미를 저마다 정의하는 방법이 분명히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일 수도 있겠고 또는 고객에게 전달할 핵심 가치를 도출하는 일이 된다. 혹자는 브랜드가 갖는 강점들을 고객에게 손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포장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브랜딩이라는 굴레 안에서 우리는 다양한 노력을 한다. 물론 브랜딩을 꽤 거창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정의하고 싶은 브랜딩이란 고객을 이롭게 하고 식당의 안정성을 장기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변화에 대응하는 모든 방법과 수단이라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해 브랜드 시작점에서 의미와 방향성을 잘 담아낸 씨앗을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생에서 오랜 시간 버텨낸 나무를 가꿔 멋진 그루터기로 만드는 일 역시 브랜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국내 외식 시장을 이루는 대부분의 식당 역시 야생에서 멋지게 버텨낸 나무들이 대부분일 테니까. 이번 글에서는 변화무쌍한 야생에서 강인하게 생존한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께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을 기술하고자 한다. 좀 더 거창하게 포장하자면 시작점이 아닌 중간 단계에서 진행되는 브랜딩 방법이다. 사소한 변화들이 모여 어떻게 브랜드를 완성해 갈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백산>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브랜딩의 첫 단계 고객 문턱 높이 짓기

우리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오랜 기간을 갖고 작업에 참여했던 브랜드 중 하나가 인천 서구에 위치한 <태백산>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1++한우 구이와 양념되지 갈비를 참숯 직화구이로 맛볼 수 있는 복합 외식 공간을 표방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대표가 오래된 경력의 조리사(육부 전문가) 출신, 양질의 식자재 사용으로 최상의 상품력을 유지, 주차장을 겸비한 3층 규모의 대형 식당이라는 점 등 다양한 강점을 갖고 있는 <태백산>은 이미 근방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소다. 브랜드 론칭 초기 <태백산>은 운영하는 대표의 노하우를 적극 반영하여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 이미지를 내세웠다. 육부 전문가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최상의 한우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었고 그만큼 입소문도 빨리 났다. 가성비를 통한 매출 활성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콘셉트를 형성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한우’는 직접적으로 가격소구를 하지 않는 이상 매장의 방문 문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광우병 파동으로 인하여 큰 위기를 당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로 작용했다. 한우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했던 진가가 나타난 것이다. 셰프 출신으로서 건강한 철학과 실력으로 만든 돼지갈비였기에 고객의 반응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한우가 아닌 돼지갈비가 대외적으로 홍보되면서 점포의 방문 문턱을 낮추고 시간이 흐르면서 신도시 상권의 가족 외식을 포함해 보다 다양한 고객층이 유입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우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정갈한 세미 한정식풍 반찬과 참숯 화로가 돼지갈비에 접목되면서 암묵적으로 프리미엄 돼지갈비에 대한 이미지가 각인되었다. 이는 <태백산>이 제주도를 포함해 6호점까지 초고속 성장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업주의 건강한 철학의 발견은 프리미엄 이미지 기반의 브랜딩에 크게 도움됐다

앞서 언급한 문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리는 모든 식당은 고객이 넘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문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콘셉트에 따라서 문턱의 높이가 정해지며 문턱이 높을수록 고객의 방문이 까다로워지고 그 반대일 경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 문턱이란 브랜드에 접근하는 고객을 자체적으로 필터링하는 역할이라 생각하자. 이러한 문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메뉴군, 가격, 인테리어의 분위기, 입지 상권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태백산>의 경우 초기 가성비 좋은 한우구이라는 메뉴 어필은 분명 기존의 점포와의 차별적 우위를 형성해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한우는 외곽 신도시 상권에서 어필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메뉴임에는 틀림없었다. 한우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돼지갈비와 생고기, 식사 메뉴를 구비하고 있음에도 문턱이 높아 고객의 유입을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우구이가 맛있는 돼지갈비 전문점” 과 “돼지갈비가 맛있는 한우구이 전문점” 이 둘이 전달하는 뉘앙스의 차이를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적재적소에 걸맞은 무게감 설정이 브랜딩의 시각인 것이다. 그 결과 <태백산>은 고객에게 1차적으로 돼지갈비가 강하게 소구 되면서 문턱을 낮추고 그 뒤에서는 한우구이를 포함해 다양한 상품들을 뒤받침 함으로써 안정적인 매출 견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식당은 일반적인 대중을 타깃으로 한다. 문턱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일 수도. 그래서 생존을 위한 브랜딩에는 최대한 문턱을 낮추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다)

고객의 시선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것이 점포 문턱 형성의 시작점이다
돼지갈비와 소갈비, '갈비'에 대한 아이템 선점은 매출 견인을 크게 도왔다

구구절절 의미부여, 브랜딩의 중간단계

브랜딩을 위한 콘텐츠 기획 방법을 더욱 쉽게 설명하자면 식당을 영위하기 위해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고생했던 많은 것들은 보기 좋게 포장하여 제작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를 표현하는 기술 방법의 숙련도에 따라서 브랜드의 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제삼자의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야 더욱 완성도 있는 브랜딩이 가능해진다. 1인칭 시점으로 브랜드를 돌아보게 되면 절제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많은 메시지 전달은 추후 고등 브랜드로의 도약을 저해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멋지게 버텨낸 <태백산>은 야생의 그루터기와 같았다. 그리고 매출로써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점포를 이끌 수 있는 보다 견고한 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 찾아왔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적당한 업력)은 점포에 좋은 이미지를 더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이곳 대표의 음식에 대한 철학은 초심을 잃지 않고 곧았으며 돼지갈비를 비롯해 한우구이, 생고기, 다양한 식사메뉴 등 많은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메뉴 군까지 완벽히 겸비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유명 맛집에 불과한 브랜드 전달 메시는 <태백산>을 담아내기엔 무언가 부족했다. 그 후 브랜드 도약을 위한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 작업이 시작됐다. 이미 큰 틀이 완성되어 있었던 <태백산>에 브랜드에 깊이감을 더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모아 실체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해왔던 걸음들을 정리하고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작은 요소 하나에도 스토리가 더해지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쌓이면 경쟁력이 된다.

<태백산>과 같이 대형 규모의 식당은 그곳만의 장인정신(철학)을 내세워 오래된 업력과 함께 정통성으로 승부하는데. 대개 국내 외식 시장에서 이와 같은 곳들은 이미 오래된 곳이거나 명가(名家)로 자연스러운 브랜딩이 이어진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태백산>과 같이 대형 자본이 들어간 스케일을 갖는 식당들의 강점이자 단점은 운영의 규모가 크고 메뉴가 많다는 것이다. 규모만으로도 고객을 끌 수 있는 힘을 갖지만 반대로 브랜딩 관점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묶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관점보다는 식당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에 의미와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하나로 묶는 전략이 필요하다. 

남녀노소 모두가 선호하는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63년 마블코믹스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를 모아 탄생시킨 가공팀 어벤저스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이 모두가 상상하던 영웅을 모아놓은 단순한 집합체여서가 아니라 슈퍼히어로 한 명 한 명이 갖는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생생한 구현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어벤저스>를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처럼 <태백산>을 비롯한 블록버스터급 식당도 이들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 구체적인 스토리와 콘텐츠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완성도 있는 브랜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캐릭터(콘텐츠)의 집합체인 <어벤저스> 역시 세밀한 스토리 구성을 기반으로 했다.

<태백산>의 원육, 참숯, 직화 구이 그리고 철학

<태백산> 브랜딩 시 가장 초점을 둔 것은 거창하게 전혀 새로운 요소를 더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했다. 그리고 규모에 걸맞게 기본기마다 마다 깊이 있는 콘텐츠를 더하기 위해 힘썼다. 양념되지 갈비부터 한우, 생고기 등 다양하게 구비된 메뉴군을 ‘정통 참숯 화로구이’라는 콘셉트로 크게 묶었고 메뉴 하나하나 일일이 내세우기보다는 숯불구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스러운 외식 문화라 새롭게 정의하며 육부 전문가 경력을 바탕으로 원육 선별에 대한 노하우와 숯불구이에 대한 과학적인 노하우를 정리했다. 

일일이 원육에 대한 강점을 내세우지 않았다. 좋은 고기에 대한 단순한 구매 과정은 타 브랜드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를 오랜 시간 쌓아온 고기를 보는 안목이라 달리 표현하여 <태백산>만의 경쟁 우위를 갖게 했다. 좋은 고기를 사용한다는 단순한 메시지보다 좋은 고기를 선별하는 눈을 갖는다는 카피는 분명히 다르게 전달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참숯과 직화구이를 다룰 때에도 남들이 어려워하고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간다는 메시지에 초첨을 두었으며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변하지 않는 맛을 유지한다는 가치를 내세웠다. 전반적으로 실제 업력보다 오래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표현의 뉘앙스에 힘썼으며 아울러 철학과 장인정신을 적극 전달했다. <태백산>이라는 공간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놓치지 않고 거창한 스토리보다는 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기획했다.

지속적인 변화를 눈으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콘텐츠화했다.
외부 전문가 또는 인플루언서를 통한 테스티모니(testimony) 전략은 브랜드 고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산 수제 갈비 VS 수입산 돼지 왕갈비

한우 가격의 폭등과 돼지고기에 대한 인식 향상으로 최근 시장에서 프리미엄 돼지고기 전문점이 급부상되면서 아울러 프리미엄 돼지갈비 전문점 역시 크게 늘었다. 이 둘의 공통점 역시 생고기와 양념육 모두 국내산 돼지고기에 대한 원육 차별화 전략이었다. 특히 돼지갈비의 경우 양념에만 치우친 맛에 대한 기준점에서 원육의 비중을 높이며 생고기와 마찬가지로 고기를 두껍게 정형한 곳들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원물 재료를 두껍게(확실한 시각적인 효과) 가공하는 것만큼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전략이 없는 듯 보인다. 특히 양념육에서는 원육의 두께만큼이나 수제 갈비라는 키워드의 콘셉트 도입으로 보다 돼지갈비를 프리미엄화 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맛은 물론 음식에 담긴 콘텐츠로 무장한 돼지갈비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생고기와 마찬가지로 양념육 시장의 구매 패턴도 더욱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예측한다.

바람직한 프리미엄 전략을 통한 제값 구현은 외식 시장을 건강하게 한다.

<태백산>은 프리미엄 돼지갈비 전문점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양념갈비 메뉴를 세 가지로 분류하여 판매했다. 특정 메뉴를 다양하게 세분화하여 판매하는 방식은 식당이 빠르게 전문점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되곤 한다. 대표 메뉴는 국내산 돼지 목살과 갈비 부위를 섞은 수제 갈비와 모양이 반듯하게 손질이 된 돼지 왕갈비 그리고 매운맛이 더해진 매운 목살 갈비 세 가지다. 수제 갈비는 국내산 목살과 갈비 부위를 섞어 판매해 모양이 불규칙했으며 반면에 수입산 왕갈비는 소 왕갈비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완벽하게 정형이 되어서 제공됐다. 무엇보다 가격 책정에 있어서 국내산 수제 갈비와 수입산(스페인) 돼지 왕갈비를 동일한 중량, 가격에 판매했는데 마케팅 초기 우리는 당연히 국내산 수제 갈비 판매량이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절대적 국내산 선호가 강한 외식 시장에서 동일한 가격이라면 분명히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을 소비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국내산 돼지갈비와 수입산 돼지갈비의 판매량이 동등했기 때문이다.

세분화된 갈비 메뉴 판매는 전문점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큰 전략이 됐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가와 다른 양념육의 구매 패턴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많은 고객이 구매에 있어서 원산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넘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은 더욱 능동적으로 구매를 하게 되며 그럴수록 빠르고 명확한 선택이 가능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콘텐츠 제시가 필요해진다. 요즘 외식 시장을 돌아보면 너도나도 바른... 오롯이... 정성... 등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로 포장 위주의 브랜드 기획이 많이 보인다. 너무 거창하게 멋을 부릴 필요도 없다. 정확한 수치적 정보 제시만으로도 빠른 구매 유도가 가능해진 다는 것을 꼭 염두하자. 두 번 째는 수입육의 질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제품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는 막연하게 수입산 고기는 좋지 않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이러한 편견이 깨는 시점이 도래하면서 수입육 시장은 매력적인 블루오션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논리인데 바로 고객 뇌리에 존재하는 왕갈비에 대한 판타지다. 일종의 문화적 코드라 할 수 있는데 돼지와 소는 생고기의 경우 확연하게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는 반면에 양념육일 경우 돼지갈비와 소갈비는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누구나 한 번쯤은 고급 갈비 전문점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며 아마도 그때 먹었던 갈비의 대부분은 소 왕갈비였을 것이다. 이처럼 반듯한 왕갈비를 먹는 구매 경험은 대개 특별한 날, 고급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전문적인 서비스와 함께 대개 긍정적인 기억으로 각인되었을 거라 판단된다. 이는 자연스레 네모로 반듯하게 정형된 왕갈비에 대한 판타지로 연결됐을 것이다. 식문화는 오랜 시간 걸쳐 학습에 의한 결과다. 맛에 의한 판단도 중요하지만 특히 소비자의 구매는 경험 의존도가 높다. 무엇보다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은 짧다. 따라서 우리는 상품이 갖는 사회 문화적인 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함양을 외식 브랜드 기획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같은 메뉴, 다른 모양, 다른 이름... 이를 통찰하면 많은 전략이 보일 것이다.

변하지 않다는 것은 점진적으로 발전한다는 것

국내 외식 시장에도 브랜딩 관점이 도입된 것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성업 중인 알려진 식당들은 대부분 오래된 업력이 더해져 브랜드라기보다는 소위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릴 듯하다. 하지만 최근엔 저마다 창의성이 더해진 기획형 식당들이 증가하는 추세고 여기에 전체 외식 점포 중 프랜차이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특정 개인이 독립점포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브랜딩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두의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브랜딩을 위한 노력의 일부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점진적인 발전을 의미하며 변한다는 것은 쇠퇴함을 의미한다. 변하지 않는 식당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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