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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19. 2023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위험하다

결혼은 통상적으로 남과 여가 평생을 함께 살아가겠음을 서로 약속하는 의식이다.

아름답다. 홀로 태어난 인간이 삶을 마감할 때까지 함께 할 동반자임을 서로가 인정한다는 것은.


하지만 요즘 뉴스 기사들을 보면 결혼을 하지 않는 흐름이 표면화되고 거세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커플의 결혼식을 하객으로서 지켜보면 행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모습으로 자신을 가꾸고,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초대한다. 내 인생은 이렇게 행복할 것이라고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은 커플의 표정은 설렘과 긴장으로 한껏 상기되어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행복하게 웃던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화한다. 함께 살아감으로 예상되었던 갈등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겠노라 약속했던 부부는 어느새 서로의 탓을 하며 서로의 말과 행동에 딴지를 걸고, 아이가 생기면 아이로 인한 대소사들로 서로의 탓을 한다. 유일하고 최선의 선택이었던 결혼은 어느새 '어쩌다보니 하게 된 차선의 선택'으로 변질된다.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결국 같은 결론에 다다르는 과정인 것일까. 행복한 부부는 실재하는지 당장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것은 한 연예인 부부 정도이다. 비단 한국의 부부들만이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살면서 보게 되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 한국은 결혼을 하기에 꽤 위험한 국가이다.>


지금부터 그렇게 생각하는 개인적인 필자의 생각을 펼치려 한다.


* 첫번째 이유

사회적 자본의 부족이다. 한국은 2-30년동안 경제적으로 찬란한 압축 성장을 이룩했다. 성장과 성과 가치 중심의 사회였다. 하지만 경제적 성장에 온 국가와 국민이 열중하다보니,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 소통, 협력, 호혜성을 의미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의 발전에는 국가, 사회적으로 손을 떼다시피 무신경하였다. 사회적 자본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사회적 자본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가족 단위마저 분열되고 있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사회적 자본을 경시한 결과, 현대 한국인들은 개인들이 함께 살아감으로부터 기인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발달하지 못했다. ‘갈등 상황을 어떻게 타인을 존중하면서 풀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체득이 되지 못한 것이다. 책 또는 사회화를 통해 학습한 처세법으로 갈등 상황에 일시적으로는 대처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생활 전반에 녹여내기에는 한계이다. 그러니 온 일상을 함께 하는 결혼 생활에서 임시 방편으로 사용하던 갈등 해결법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부부는 더이상 본인들이 해오던 방편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상대를 탓하고 불만하거나, 본인이 포기하거나. 왜 이 사람과 결혼했나요? 물었을 때 대개 "원래 이런 사람인지 몰랐어요." 라고 대답을 한다. 그런데 재밌게도 서로가 이런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다들 번듯하게 사회 생활하는 이들이고, 누군가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하거나, 참 싹싹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일텐데 말이다. 그런데 왜 유독 배우자에게는 이런 사람인지 몰랐다는 말을 듣는 것일까?


* 두번째 이유

한국은 남녀유별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채로운 역사가 존재한다. 견고한 유교적 사고방식이 국가 이념을 지배한 적이 있고, 큰 전쟁을 겪었고, 경제 성장에 국가적으로 온 힘을 집중하던 시기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는 '남성은 몸을 써야하고, 일을 해야하며 여성은 그런 남성들을 돌보는 역할을 강화했다.' 여기서 문제는 인류 역사의 초기 단계에서 남성이 사냥을 통해 집안을 유지하는 형태를 한국은 최근까지 이어왔다는 것이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러한 역할의 구분은 이성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게 막는 작용을 한다. 남과 여는 서로 다르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별이 구분된 모든 생물이 각 성별마다 행동 방식이 다르다.(암컷 사마귀가 수컷 사마귀를 짝짓기 후 먹는 우리가 보기에 기이한 행동들이 극단적인 예로 그렇다.) 하지만 한국은 고착된 성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지배에 의해 이성의 사고와 행동들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낮다. 그렇기에 임시 방편으로 사용하던 사회적인 대처 방법이 적용될 수 없는 결혼 생활이라는 영역에서 그 낮은 이해도가 서로의 갈등을 촉진한다. 잘 생각해보자. 남편들은 왜 그래? 아내들은 왜 그래? 하는 유형이 꽤 비슷하다. 남편은 왜 무신경하거나 대화가 안되는가 아내들은 왜 이렇게 잔소리를 해대는가? 하는 것들 말이다. 거기에 워낙에 급속한 경제적 성장을 했지만 일상 전반에 대한 시민 의식이 따라오지 못한 기존 기성층들은 구시대적인 발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에 남과 여에 대한 차이로 인한 갈등에 불을 지핀다. '남자는 부엌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라거나, '여자가 남자한테 잘해야지' 와 같은 이야기들은 사회가 변화했다고 해도 한국인의 DNA에 깊숙히 입력되어있는 인식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은 2-30년 동안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급변한 국가이다. 이말인즉슨 한국의 2-30년의 차이는 서서히 발전해온 국가의 수세기의 차이와 같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 지금 구시대적 인식과 선진적인 인식이 명확하게 공존하는 국가이다.   


* 세번째 이유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SNS가 굉장히 발달한 국가이다. 타인의 연출된 일상을 동경하고, 자신의 일상을 연출해서 송출한다. 게다가 수십년 동안 국가와 국민이 단합하여 경제 발전에 몰두했던 국가였기 때문에 특히 '물질적인 부'가 연출된 일상의 강력한 전제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명품을 소비하는 국가이면서 우울함을 많이 겪는, '실패한 것이 드러나고 있는 공장 사회'가 된 셈이다. 이는 사회적 자본은 등한시하고 화폐 자본의 축적에 몰두한 부끄러운 결과이다.

아무튼 결혼은 특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어떤 상대(외모, 재력, 명예)와 어떤 결혼식(식이 성대한지, 하객의 수)을 해서 어떤 집(아파트인지, 전세인지)에서 살아가는가 등 남을 신경써야 하는 것이 총체적으로 모여있다. 이러한 기준들은 나 자신 뿐만 아니라 결혼한 상대에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즉 상대에게 요구되는 것이 개인의 고유성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내 남편(아내)는 그래야 하니까!', 또는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등의 이유로 일어난 것들이 꽤 많다. 결혼 생활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자 목적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남들 눈에 보기 좋고 이왕이면 부러워할만한 사랑'이어야 하는 인식은 곧바로 주객을 전도시킨다.  



이 세가지 이유 외에도 경제적인 불황,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 등 표면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결혼 생활이 한국에서 어려운 이유는 구조적으로는 위 세개의 것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결혼이라는 고귀하고 이상적인 가치를 담기에 한국 사회는 매우 불리하다. 결혼을 고려하거나,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의식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며, 사랑이라는 인간 존재의 본성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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