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웨일북
-언론과 미디어는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저는 제주도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위치를 옮겨 지내고 있지만 처음 제주도에 내려와 자리를 잡은 곳은 서귀포시 법환동이었습니다. 가까이 법환포구가 있는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제주에서의 첫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올 무렵 ’ 태풍‘이 우리나라로 향할 것이라는 일기 예보가 뉴스에서 전해졌습니다.
태풍은 저 멀리서 점점 우리나라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뉴스에서는 철저한 시설물 관리와 해안가 접근을 금한다는 속보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속보를 보며 지금 실시간으로 중계를 하고 있는 곳이 바로 제가 살고 있는 ’ 서귀포시 법환포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예보가 발표되면 마치 119구급차량이 출동이라도 하듯이 방송사의 중계 차량이 법환포구에 몰려들어 자리를 잡고 태풍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습니다. 태풍이 오면 기자들은 정해진 시간마다 안전모를 쓰고 태풍의 바람을 맞으며 극한의 상황을 연출(?)하였습니다. 여기에 방파제를 넘는 파도의 모습, 비행기의 이·착륙 지연이나 결항 소식, 여객선의 결항 소식까지 자료화면으로 더해져 마치 제주도는 태풍으로 인해 모든 것이 마비된 것처럼 계속해서 영상을 틀어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뉴스 덕분에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1년 치 안부 연락을 하루 만에 다 받았습니다. ’뉴스에 보니 제주도에 태풍이 엄청 심하던데 괜찮니?‘, ’너 사는 동네가 법환포구 아니야? 태풍은 어때?‘, ’태풍에 조심해라‘ 등등. 그런 연락에 저는 ’뉴스에서 보는 것만큼 심하지는 않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은 ’걱정하지 마세요‘의 의미를 가득 담고 있었지만 실제로 제 눈앞에 펼쳐진 태풍의 위력과 중계 화면에서 보이는 태풍의 위력은 큰 차이가 있어 드리는 말씀이었습니다.
날씨는 어쩌면 뉴스가 다룰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이고 스펙터클한 소재가 될 수 있고 ’가장 위험해 보이는 상황‘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물론 날씨가 뉴스에 쉽게 오르는 이유는 날씨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는 합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이제 우리 삶에 깊이 파고든 유행어는 마치 언론에서 앞다투어하던 자극적인 소재와 영상 제작을 대중이 이어받아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튜브에서는 개인의 수익 창출을 위해 더 극적인 주제와 폭력적인 영상,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을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두 유튜브에서 하는 이야기가 정답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의 사건이 세간을 뒤흔들었고 결국 당사자의 자살로 ’공소권 없음‘이라는 짧은 단어로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사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마치 기사 내용이 사실인 양 여기저기로 퍼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개인 스트리머는 그의 장례식까지 찾아가 실시간 중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유명 연예인을 조사 중이었고 결정된 것은 하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온갖 추측과 비난은 하나씩 쌓여 거짓 진실이 되었고, 거짓 진실의 힘은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져 있었습니다.
언론은 자극적인 내용을 통하여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에 집중되어있습니다. 사건·사고 현장 영상이나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나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영상들을 많이 만들어 냅니다. 모든 언론이, 모든 기자에게 해당하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뉴스는 결코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중에게 분노와 혐오를 전가시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언론과 미디어의 불편한 면을 한껏 보았습니다. 개인의 고통이 어떻게 뉴스가 되고 우리는 우리 사회의 고통을 어떻게 마주할 것이며 대중들의 분노를 조장하여 이용하는 뉴스와 언론에 대한 성찰과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