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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Aug 05. 2022

나의 첫 유럽여행

33일 차

잘츠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마지막 날이라고 힘들게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서 늦잠을 잤다. 푹 자고 일어나서 개운한 몸을 이끌고 버스 타고 시내로 향했다. 오늘 무슨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피자를 안 먹은 지 오래된 것 같아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피자를 시켰다. 독일어를 잘 모르니 약간의 영어 설명만으로 메뉴를 골랐어야 했다. 적당한 가격에 아는 이름이 많은 피자를 주문했더니 테이블 반 이상 되는 피자가 나와버린 것. 혼자 이걸 어떻게 다 먹어야 할지 생각하면서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정말 큰 피자. 결국 조금 남겨버리고 말았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누군가 나와 같은 식당에 가서 우연히 나처럼 이 피자를 시킨다면 꼭 다 먹어주기를 바란다. 내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어주면 좋겠다. 피자를 다 먹지는 못했지만, 원래 먹는 양 보다 더 많이 먹은 바람에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너무 배불러서 계속 앉아있는 것보다는 걷는 게 낫겠다 싶어서 계산하고 오늘 가기로 한 공원으로 걸었다.


하늘도 오늘이 나의 잘츠부르크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았던 건지 맑은 하늘에 청량한 구름 그리고 화창한 날씨를 허락해주었다. 걷다 보면 당연히 더웠지만,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해지는 이 날씨가 너무 좋았다. 사진을 찍기에도 최고의 날씨였다. 공원까지 가는 길이 너무 청량했고 맑아서 기분도 좋고 너무 행복했다.

공원으로 가는 길. 공원으로 향하는 길들이 날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공원에 도착. 공원에 있는 작은 수영장에는 더위를 물놀이로 식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고 공원 놀이터에는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었다. 요즘 한국 놀이터를 보면 아무도 없던데 유럽의 놀이터에는 항상 아이들이 가득하다.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들을 보다가 이곳에서 누구보다 해맑은 얼굴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오기 전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매일 놀이터에서 동네 친구들과 놀았다. 지금은 그 친구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지만,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공원에 큰 분수가 하나 있다. 그늘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그 분수에서 나오는 물을 보면서 멍을 때리고 있으면 마음도 머리도 편안해진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앉아서 나에게 쉬는 시간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8월에 공원 그늘에 앉아있어도 덥기 때문에 이 시간을 그리워할 것 같다. 우리나라도 건조한 날씨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공원에서 나와 수도원으로 향했다.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풍경들이 다 너무 그림 같았다. 잘츠부르크는 동화 같다는 표현보다는 영화 같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도시인 것 같다. 모차르트가 이곳에 살았고, 몇십 년 전 이곳에서 촬영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전 세계를 강타한 영화가 되었다. 내 사진을 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환상적인 노을에 어우러지는 잘츠부르크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음엔 단독 주인공이 아닌 여자 주인공도 함께였으면 좋겠다.

잘츠부르크 풍경. JPG


수도원까지 보고 나니 너무 졸려서 숙소로 돌아갔다. 수도원을 끝으로 잘츠부르크에서 가야 할 곳은 다 간 셈이라 더 이상의 미련이 남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서 낮잠을 청하고 일어나 다시 시내로 향했다. 오늘은 유랑 카페에서 새로운 한국인 동행을 구했다. 미라벨 정원에서 만난 나송이 누나. 출국 이틀 전에 비행기표를 사서 온 누나가 대단해 보였다. 미라벨 정원에서 누나를 예쁘게 사진에 담아주었다. 날씨와 미라벨 정원의 풍경과 누나의 데일리룩이 너무 잘 어울려서 나도 카메라에 담아내 보고 싶었다. 누나도 사진을 만족스러워해서 다행이었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당은 엊그제 캐나다 친구들과 갔던 식당. 맥주와 타코 그리고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서 나송이 누나와 별의별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본 사람과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 나누어 본 적이 있나 싶었다. 누나가 맛있는 밥을 사줘서 내가 아이스크림을 샀고 우린 그 아이스크림을 들고 잘츠부르크 시내를 걸으며 오늘 잘츠부르크에 온 누나에게 잘츠부르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잔디에 앉아 잘자흐 강을 보며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늦어져서 누나를 중앙역까지 데려다주고 숙소로 돌아왔다. 잘츠부르크 마지막 날에 나송이 누나라는 귀한 인연을 만나 즐겁게 마무리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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