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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Aug 25. 2022

나의 첫 유럽여행

39일 차

아침에 운 좋게 인도인 남매 라훌과 콜마를 만날 수 있었다. 어젯밤에도 했지만, 한 번 더 포옹하고 그들과 작별을 했다. 먼 미래에 혹은 가까운 미래에 내가 인도를 가서 그들을 만나 프라하에서의 시간들을 추억하는 상상을 해본다. 오전엔 그냥 숙소에서 쉬고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을 때 밖으로 나갔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밥이 먹고 싶은데 한식보다는 다른 아시아 음식이 나을 것 같아서 프라하 댄싱 하우스 근처에 있는 태국 식당에 들어가서 맛있는 볶음밥을 먹었다. 그러고 좀 걸을까 했지만,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 걸까. 힘이 자꾸만 빠지고 기운이 자꾸 없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쉬었다. 돌아가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워서 그런지 힘이 더 솟아나지 않고 빠지는 느낌이 든다.


오후 3시. 다시 밖으로 나와 댄싱 하우스로 향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프라하 여행 관련 사진들을 보면 항상 보이는 건물. 나도 이 건물을 열심히 찍었다. 사진에 나를 넣어서 찍을까 고민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찍을 정도의 감흥이 있는 건축물은 아니었다.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쭉 걸었다. 그동안 너무 까를교 혹은 올드타운 쪽에만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조금은 덜 닿는 곳으로 걸어보고 싶었다. 구글맵을 보지 않고 걸었다. 랜드마크들을 보면 내가 어디쯤 있는지 대충 알 수 있고 프라하는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걷다 보니 한 공원이 나왔다. 놀이터도 있고 배드민턴장과 풋살장도 있었다. 많은 어린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고 풋살장에는 아빠와 축구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평일 오후 아무런 목적 없이 걷다가 만난 이런 풍경이 날 미소 짓게 만들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미소 짓게 되는 풍경을 만났을 때 행복해지곤 한다. 유독 여행 와서 더 미소 짓는다.

공원에서 나와서 그냥 쭉 걷다 보니 한 성당이 나왔다. 그냥 평범한 성당이었지만, 다른 성당에 다녀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도를 잠깐 하고 나왔다. 그리고 성당 옆에 있는 브로트 보브 스카 정원에 갔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아주 잘 가꾸어진 정원이 나를 반겼다. 분수와 초록색 잔디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쉴 때 오는 그런 정원 같은 느낌이었다. 정원에 조그만 전망대도 있었는데 그 전망대에 올라가면 정원과 프라하 시내를 볼 수 있다. 다른 여행객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역시 외국인들은 사진을 잘 못 찍는다... 난 예쁘게 찍어주는데ㅠㅠ

사진 속에 보이는 잔디에 누운 저 여인처럼 나도 누워서 한두 시간 있고 싶었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 식당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그냥 무난하게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이탈리아 식당 가서 해물 리조토에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디저트로 젤라토 아이스크림까지. 맛있고 달콤했던 시간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야경이 정말 예뻤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카메라를 꺼냈고 그 순간을 담아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으려는데 처음 보는 어떤 키 큰 남자애가 나보고 인사를 하더니 지금 다들 루프탑에서 놀고 있는데 너도 오겠냐고 해서 나는 흔쾌히 따라갔다. 무려 12명이 그곳에 있었다. 다들 어느 정도 취해있었고 텐션이 엄청 높았다. 처음에 그 텐션을 따라가면서 취한 친구들의 빠른 영어를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20분 정도 지나니 적응하면서 그들과 어울려 잘 놀았다. 다 같이 클럽에 가자고 했는데 난 곧 귀국. 코로나 걸려서 못 들어가면 안 되니 클럽은 따라가지 않았지만, 그들과 인스타그램을 공유했다. 호스텔에서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서 너무 즐겁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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