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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Nov 01. 2022

북촌에서 담은 10월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참사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께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먼저 우리 곁을 떠나신 분들을 위하여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PRAYFORITAEWON #RESTINPIECE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어떤 글을 써야 할지도 어떤 주제를 정해 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학교로 다시 돌아갔고,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정신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브런치에 소홀했어요. 이제는 다시 새롭게 주제를 정해서 하나씩 저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10월엔 북촌을 두 번 다녀왔다. 한 번은 사진동호회에서 공식 출사로 다녀왔고 한 번은 친한 친구이자 누나인 연수누나와 다녀왔다. 내가 북촌을 처음 가본 것은 작년 12월이었다. 그때 난 제주도 두 달 살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어디서 사진을 찍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지금처럼 사진동호회에 들어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주로 혼자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는데 북촌 한옥마을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혼자 북촌에 갔고 날씨가 매우 추워서 혼을 호호 불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2022년 10월 10일 사진동호회에서 북촌을 갔다. 사진을 찍기 전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 들어가 오랜만에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에스프레소 맛이 생각난다.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맛. 오랜만에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서 행복했다. 다들 각자의 음료를 시키고 이야기를 나누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약 1년 만에 북촌을 담아내는 것이라 굉장히 설레었다.

북촌의 한 골목길. 북촌은 흐린 날 예쁘다는 형진이형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사진: Leica T)


북촌에 외국인이 많았다. 공휴일이기도 했고 한국 입국 전후 코로나 검사 의무와 격리 의무 그리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어서 그런지 저번에 홀로 북촌에 왔을 때 보다 외국인 여행객이 정말 많았다. 사진을 찍다가 우리는 한 싱가포르 부부를 만났다. 그 부부는 5살 된 아이와 11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왔다. 한국에 5번째 왔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를 좋아해 주는 외국인이 정말 많이 있다는 생각에 한국을 알리는데 더욱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들 너무 귀여운 무명작가><


북촌 한옥마을의 메인 스팟으로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점점 낮아졌다. 그래도 괜찮았던 이유는 하늘이 점점 맑아졌다는 것.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서울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서있는 북촌 한옥마을의 조합이 꽤나 훌륭했다. 작년에 북촌에 왔을 때도 날이 흐려서 예쁜 사진을 못 담아냈는데 이번에는 예쁜 사진을 담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예쁜 풍경 그리고 예쁜 공간에서 예쁜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다 찍고는 당연히 뒤풀이를 갔다. 북촌에서 가까운 인사동에 있는 한옥 식당에 들어가서 맛있는 막걸리와 안주를 먹으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난 당연하게도 내 국적을 속이며 처음 만난 동회회원들과의 어색함을 날렸고 그러면서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었다. 처음 사진동호회에 들어갔을 때는 단순히 사진이 좋아하서 들어갔는데 이제는 사진보다 사람이 더 좋아서 사진동호회에 나간다. 사진이 이어주는 인연. 앞으로 더 다양하고 좋은 사람들을 사진을 찍다가 만났으면 좋겠다.


10월 15일 두 번째 북촌은 연수누나와 함께 다녀왔다. 누나와는 집이 가까워서 지하철에서 만나 같이 갔는데 가는 내내 둘 다 한 번도 입을 닫은 적이 없어서 아마 우리와 같이 탄 분들은 우리가 정말 시끄럽다고 생각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북촌으로 가지 않고 종로 3가에 내려 익선동을 먼저 찍으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발을 디딜 틈이 없었고 우린 인사동으로 빠져나갔다. 인사동을 걷다가 한 외국인 여행객이 공연을 하는데 여행할 돈을 번다고 적혀있는 문구를 앞에 다 두고 공연을 하고 있었다. 나도 같은 여행자이기에 현금이 있었더라면 당연히 현금을 놓고 갔을 텐데 현금이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 여행자는 지금 어떻게 여행하고 있을까. 세상 모든 여행자가 자신의 여행 방식대로 행복하게 여행했으면 좋겠다.


인사동에서 북촌으로 넘어가기 전 쌈지길 쪽에서 한 가게를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엔 연수누나가 좋아하는 멜로디 캐릭터가 보여서 들어간 가게인데 그 가게에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먹던 불량식품이 잔뜩 있었다. 연수누나도 추억의 불량식품을 발견해서 서로 흥분하며 서로의 추억이 담긴 불량식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누나와 내가 3살 차이가 나서 그런지 어떤 불량식품은 서로 알면서도 꽤 많은 것들은 서로가 모르는 불량식품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연수누나가 사준다고 해서 추억의 감자알 칩을 골랐다. 나중에 연수누나가 그 과자를 먹었을 때 완전 맥주 안주라고 말하며 대량 주문을 위해 쿠팡을 검색하던 것이 생각난다.

나의 초등학교 추억이 담겨있는 과자. 오랜만에 발견해서 즐거웠다.


인사동 투어를 마치고 북촌으로 이동했다. 이 날은 신기하게도 계동 축제가 열리는 날이라서 지난번과는 다르게 길거리에 볼거리들이 더 많았고 분위기도 훨씬 밝아서 사진을 좀 더 다양하게 찍을 수 있었다. 안국역을 지나 북촌으로 가는 길에 내가 가보고 싶어 하는 테일러샵에 사장님께서 나와계셨다. 유퀴즈에도 나오시고 SNS에서도 워낙 유명해서 꼭 말을 걸어보고 싶어서 인사를 드리고 유퀴즈에서 봤고 너무 멋있으시다고 말씀드리니 굉장히 좋아하시면서 나와 연수누나에게 너무 예의 바르다고 말씀하시면서 웃음을 주셨다. 난 연수누나에게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멋있게 나이가 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처: 디글 유튜브 채널)


이 날 사진 찍기에 너무 좋은 날씨였다. 너무 덥지도 않았고 너무 춥지도 않은 그런 날이었다. 사진을 찍히는 것에 재능이 있는 연수누나는 본인이 예뻐 보이는 공간이 있으면 바로바로 찍어달라고 나에게 부탁했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말해주는 누나가 고마워서 나도 열심히 누나를 담아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있는데도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연수누나를 보며 전생에 연예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량식품 맛있어? (사진: Leica T)


길을 걷다가 분위기가 되게 좋아 보이는 가게를 들어갔다. 알고 보니 한옥에서 넥타이를 팔고 있는 아주 감성 있는 가게였다. 넥타이를 사지는 않았지만, 포토존처럼 되어있는 작은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이번엔 나도 찍히고 싶어서 연수누나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북촌에 매력이 담겨있는 공간이었다. 한옥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나고 가게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한옥 특유의 매력이 다 담겨있었다. 다음에 가면 내가 산 정장에 걸맞은 넥타이를 하나 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트로 감성과 한옥 감성이 공존했던 곳. (사진: iphone13 Pro)


북촌의 메인 스트릿을 가는 중간에 햇빛이 완벽하게 들어오는 공간이 있었다. 북촌에서는 햇빛을 받아서 사진을 찍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데 하늘이 도와서 바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은 이 날 내가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남았다.

(사진: Leica T)


 북촌 메인 스팟에는 처음 와본다는 누나와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어김없이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방문객이 아주 많았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탁 건지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진을 건졌고, 내가 북촌에 왔던 3일 중 가장 날씨가 좋은 날씨여서 풍경 사진도 아주 예쁘게 나왔다.

(사진: Leica T)

사람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고양이와도 소통이 가능한 연수누나 (사진: Leica T)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은 몰랐던 공간과 장소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런 공간과 장소는 주소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나와 연수누나가 찾아낸 공간처럼 딱 정해진 주소가 없는 경우도 있다. 우연히 걷다가 알게 된 그 공간은 지붕에 위치한 공간이었다. 모험을 즐기는 우리는 당연히 그곳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이 공간을 소개하고 싶은데 나도 연수누나도 도저히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못 잡아서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 Leica T)


사진 촬영을 다 마치고 연수누나와 사진동호회 출사 때 먹었던 그 식당에 가서 막걸리를 마셨고, 둘이서만 보는 것은 오랜만이라 둘이서만 만날 때 나눌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내일모레 시험인데 우리 둘 다 이러고 있네 하면서 감자전을 맛있게 먹었다. 좋은 친구이자 좋은 누나를 올해 5월에 열렸던 여미와 원소주 콜라보 행사 때 알게 되어서 참 감사하다.


내가 북촌에서 담은 10월은 이러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사람들을 눈으로도 담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억에도 담았다. 다음 이야기는 국가적 애도기간이 지난 후 핼러윈 파티에 대한 이야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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