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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Nov 07. 2022

시청과 이태원을 다녀오면서

#PRAYFORITAEWON

애도기간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다. 일주일 전만에도 굉장히 슬퍼서 무언가에 집중을 잘하지 못하곤 했는데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집중하며 잘 해내는 것을 보면 어떤 일이던지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처럼 이태원 사건도 조금씩 잊혀가는 것 같다. 지난 금요일이었던 11월 4일에 난 시청과 이태원을 다녀왔다. 원래는 이태원에는 갈 생각이 없었다. 주말에 지방에 내려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버스 시간 전에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시청에 있는 분향소에 가서 꽃을 놓고 애도를 하고 올 생각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는 대로 바로 시청으로 향했다.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이곳에 스케이트를 타러 왔었고,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기 전 그냥 오랜만에 광장이 보고 싶어서 들렀었고,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왔었던 서울시청. 자주 오던 곳이지만, 오늘따라 이 공간이 이렇게 슬프게 느껴지던 적은 처음이었다. 애도기간이 끝나기 전날이라서 그런지 이미 분향소에는 꽤 많은 꽃들이 놓아져 있었고, 방문객의 수는 뉴스에서 보던 것만큼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시청역에서 나와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기니 힘써주시고 계시는 분들께서 인사로 날 맞아주신 후 꽃을 주셨고 10명 정도가 넘는 사람들과 함께 묵념을 하며 먼저 떠난 이들을 애도했다. 

시청에서 애도를 하고도 시간이 꽤 남아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와중에 이태원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시청에서 이태원까지 20분도 안 걸리는 거리기에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태원으로 갔다. 이태원역에 내리지 않고 그 전역인 녹사평역에 내려서 녹사평역에 있는 분향소에도 꽃을 놓고 애도를 한 뒤에 이태원역으로 걸어갔다. 지난여름 친한 형, 누나들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과 걸었던 이 길이 이렇게나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태원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경찰 버스가 3대 정도 있었던 것 같다. 평일에도 인파가 많아야 할 이 거리를 놀러 온 사람은 없고 애도하러 오는 시민분들과 경찰분들만 있는 것이 너무나 생소하게 느껴졌다. 항상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던 길을 이렇게 무겁게 걸으니 몸이 축 처지는 기분이었다.

이태원역에 수많은 꽃들이 놓여있었지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풍경은 사고가 났었던 이 골목이었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왔을 때도 이 골목을 지나갔어서 이 골목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골목을 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이 좁은 골목에 어떻게 그 많은 인파가 몰렸을까 하는 생각과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나처럼 애도하러 오신 많은 시민분들이 눈물을 흘리셨고 나 또한 눈물을 흘리시는 시민분들 옆에 있다 보니 감정이 올라왔었다.

수많은 꽃과 애도의 마음이 담겨있는 포스트잇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이 일을 안타까워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감사하게도 지인분들이 없었지만, 가족과 친구를 잃으신 분들은 정말 힘드실 텐데 이 꽃들과 각자의 진심이 담겨있는 포스트잇이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버스 시간이 되어서 고속터미널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무려 156명이나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너무 속상하다. 다시는 이런 일로 소중한 사람을 잃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청과 이태원을 다녀오면서 이태원 참사 사망자 분들 가시는 길에 꽃 한 송이씩 더 보태드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못 다 핀 꽃을 그곳에서라도 활짝 피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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