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자 빅토르 Nov 29. 2022

2022년 마지막 공식 출사

@noname_mmjp

2022년 11월 20일의 기록. 2022년은 내게 유난히 특별한 한 해로 느껴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진동호회에 들어갔다는 것. 혼자 사진 찍는 것도 즐겁지만, 나처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다. 그전까지는 사진에 내 이야기만 존재했었는데 이제는 사진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와 추억들까지 존재하게 되었다. 

2022년 마지막 출사 장소는 서울의 중심인 남산! 가을의 마지막을 담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생각이 들어서 내가 적극적으로 주장해서 정해진 장소라 기분이 좋았다. 출사 전에는 항상 카페에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는데 오늘의 카페도 내가 찾은 곳인 '계단 집'이라는 카페에 갔다. 카페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계단 같았다. 올라가는 것은 힘들어도 목적지가 나오는 것처럼 한옥의 따뜻함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카페라서 자주 오지는 못하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혼자 작업하러 오거나 책을 읽으러와도 너무 좋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장님도 너무 친절하셨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에스프레소의 맛이 너무나 좋았다. 


카페에서 다 같이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먼저 백범광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서부터 사진을 찍어야 하니 카메라를 켜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으려 하는데 갑자기 나의 카메라가 문제를 일으켰다. 정확히 말하자면 SD카드가 문제였다. 카메라에 들어있는 하나와 여분으로 두 개를 들고 다니는데 두 개다 카메라에서 읽히지 않았다. 20분가량 SD카드 때문에 혼자서 씩씩거리다 동호회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SD카드를 포기하고 카메라 메모리에 저장해놓고 나중에 고쳐보자는 생각으로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화창하면서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다가 햇빛까지 좋아서 사진 찍기에 최고의 날이었다. 올해는 유난히 길어진 가을 덕분에 11월 말에 이렇게 따뜻한 기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수아 누나.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옷도 정말 잘 입는 멋진 누나다. 어떻게 이렇게 늦가을의 색깔과 어울리게 옷을 입고 왔을까. 사진을 보정하면서 한 장의 포스터를 작업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늦가을의 색깔은 핑크색과도 굉장히 잘 어울렸다. 오늘 처음 만난 예리 누나는 굉장히 잘 웃고 장난도 잘 받아주는 사람이었다. 신기하게 집도 가까웠다. 사진동호회에서 예쁜 사진을 찍고 찍히는 것도 너무 좋지만,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예리 누나가 필름 카메라 사진 빨리 인화해서 준다고 했는데 내년에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늦가을은 갈색과도 당연히 잘 어울렸다. 따뜻한 햇빛이 그 색깔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항상 잘 웃는 동호회 대장 형진이 형.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연락하면 의외로 열심히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는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멋진 형이다. 내가 형한테 장난친다고 거짓말을 많이 했지만, 이젠 날 좀 믿어줬으면 좋겠다.

나랑 동갑인 친구 태웅이. 태웅이도 형진이 형처럼 진짜 잘 웃는다. 태웅이는 내가 소화하지 못하는 옷을 입는다. 내가 잘 소화했으면 하지만 못하는 옷을 소화하는 태웅이를 보고 있으면 솔직히 많이 부럽다. 게다가 사진도 정말 예쁘게 찍는 태웅이. 동호회 사람들 모두가 각기 다른 카메라를 사용해서 다양한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다.

오늘의 마지막으로 재인이 누나. 재인이 누나도 내 거짓말의 피해자였다. 3개월 동안 내 말을 안 믿을 거라고 했는데 다행히도 내 말을 믿는 것 같다. 내 이름을 성민과 승민의 그 중간 어디쯤으로 애정 있게 불러주는 재인이 누나. 이 날 나한테 칭찬을 굉장히 많이 해줘서 고마웠다. 근데 누나 미안해요 누나만 보면 장난이 너무 치고 싶어요...

올해 마지막 출사는 다른 출사보다 더 많이 웃은 것 같고 사진을 보정하는 것이 유독 더 즐거웠다. 작년 11월은 제주도에 있으면서 가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올해 가을이 내게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햇빛이 좋으니 셀카도 잘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11월의 가을을 담아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수아 누나가 있을 때 찍었어야 했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을마저도 정말 예뻤던 날. 11월 들어서 이 날이 최고의 날이었던 것 같았다. 내년 11월도 이렇게 가을이 길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이렇게 사진을 찍고 늦가을의 색깔과 노을의 색깔을 겹쳐보면서 이렇게 좋은 기분을 다시 느꼈으면.

백범광장에서 남산타워로 안 올라가고 명동 신세계 백화점으로 왔다. 11월 19일부터 시작한 신세계의 크리스마스. 작년에는 혼자서 이곳에 있었는데 올해는 함께라서 그런지 더 예뻐 보였다. 벌써 크리스마스 시즌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시간은 참 빠르다. 아직 마음 한 곳은 유럽 어딘가에 있는데 2022년 끝이 보이는 게 아쉽고 섭섭하기도 하다. 

11월을 공식 출사를 마지막으로 2022년 공식 출사는 끝이 났다. 내년 공식 출사 때는 어떠한 것들을 사진들로 담아낼지 그리고 사진으로 담아내면서 어떠한 이야기와 추억이 생길지 기대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작가의 이전글 시청과 이태원을 다녀오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