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 like girlfriend, bonobos
난 들을 노래들이 떨어져 가면 편의상 빌보드 차트, 아이튠즈 차트, 그래미 어워드, 브릿 어워드 음악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
이런 음원차트는 한눈에 최신 음악의 동향이라던가 트렌드를 손쉽게 찾아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음악시장 속에서 전혀 색다른 음악은 찾기 힘들다는 단점 또한 있다. 현재 음악들의 흥행의 척도라고 볼 수 있는 빌보드 차트와 아이튠즈 차트, 그리고 국내의 차트들을 확인해보면 4월 20일 기준 미국은 톱 10중 힙합이 4곡 팝이 6곡, 독일은 5곡이 힙합 5곡이 팝, 한국은 발라드가 2곡, 힙합이 3곡, 나머지 5곡은 댄스 팝 음악이다. 한국은 그래도 발라드가 주류 음악이라 그런지 비교적 다양한 편이지만 해외 음악은 Ed Sheeran - Perfect 정도가 그나마 악기 본연의 소리를 살려준 경우고, 이걸 제외하면 모두 몇 번의 여과 과정을 거쳐 인위적으로 음을 만들어낸 힙합, 팝 음악이다.
절대 미디로 찍어낸 음악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이게 현재 음악의 현주소이고 미디 음악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공간감, 입체감을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흐름이지만 전자악기들을 오래 듣다 보면 금방 물리는 건 사실이다. 그럴 땐 일본의 레코초쿠 차트를 이용하면 꽤 신선하고 색다른 음악들을 들을 수 있다. 울론 무조건적으로 좋다는 의미는 아니고, 사람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싶은 음악들도 많아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의 노하우는 필요하다.
아마 대부분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차트가 오리콘 차트라고 생각하겠지만, 오리콘 차트는 온갖 상술과 언플로 도배된 음악들만 올라오면서 음악차트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린 지 꽤 오래다. 그렇기에 일본 내에서 흥고 있는 음악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알고 싶다면 아직은 오리콘 차트보단 레코초쿠 차트가 좀 더 효율적이다. 아무튼, 이 글은 단순히 “일본 노래들은 좋다”라고 식으로 접근하려는게 아닌 세계의 음악산업과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의 음악, 음악산업의 특징들을 내 입맛대로 파헤쳐보는 글이 될것이다.
2015년 전 세계 음악 콘텐츠산업 통계표를 보면 (http://www.kocca.kr/industry/16_industry_m_4_1.pdf), 음악 콘텐츠산업의 규모는 유럽에선 미국, 영국, 독일이, 그리고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일본만이 상위권에 들었다. 지금이라면 한국도 상위권에, 일본 위에 영국이 있을 것 같지만 뭐, 여하튼 내가 이 통계로 주목하고 싶은 점은 다른 부분이 아닌, 일본 음반시장의 규모다. 미국의 음악산업 규모는 전 세계의 30 퍼, 일본의 3배임에도 불구하고 음반 판매량은 일본이 미국을 앞지르는 걸 넘어 세계에서 가장 큰 음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일본의 특이점을 통계상 가장 잘 보여주는 재미있는 부분인데, 지금 전 세계는 디지털 스트리밍 산업의 성장으로 언제 어디서든 좋아하는 음악을 손쉽게 찾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다운로드 산업, 음반시장이 죽어가는 추세지만 일본은 그 감소 폭이 세계에서 가장 적다. 그 때문에 2013년까지는 미국에 뒤쳐졌던 일본의 음반시장이 2015년을 기준으로 일본이 미국의 음반 판매량을 앞서기 시작했고, 2020년엔 일본이 미국 음반시장의 두 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왜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음반 판매량의 감소 폭이 이토록 적은 것일까, 본질적으로 보자면 빌보드, 멜론, 아이튠즈 차트처럼 접근성과 가시성이 좋은 스트리밍 사이트가 아직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그 외에도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본질적인 이유를 제외하고 두 가지 이유가 직,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탄탄한 인디문화가 있다. 길거리 음악은 사실 인구 밀집도, 유동인구수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인디시장이 유난히 활성화되어 있는 편인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점은 이 버스킹 문화를 대하는 자세에 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홍대, 이태원 등 각지의 젊음의 거리에서 소음공해와 관련되어 소상인들과 음악인들의 마찰이 기사화되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정도로 잦고, 심각했다. 하지만 일본의 버스킹 문화는 놀라울 정도로 바람직하다 해야 할까, 음악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다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조성이 되어있고, 대다수 번화가에 있는 광장, 야외무대, 극장들은 예약제로 버스커들을 받거나 게릴라 콘서트를 이어간다. 유난히 돋보이는 점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정말 많다는 것, 또한 아키하바라엔 매일 소규모로 아이돌들의 공연을 하는 소극장이 있다고도 한다. 이런 소규모의 공연문화는 일본 내에 레코드 가게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탄탄한 인디문화와 록 시장, 음반시장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둘째는, 일본인들 특유의 성향에 있다. 이건 내가 일본의 음악들을 들어오며 느낀 주관적인 생각이니 판단은 스스로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일본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음악, 흔히 방악이라고 부르는 일본 음악엔 일본인들 특유의 밝고, 내성적인 감성과 클래식한 정서들이 짙게 배어 있는데, 일본의 음악들을 찾아 듣다 보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유난히 클래식함을 좋아하는 감성은 일본 음악에 악기 본연의 소리를 살린 내추럴한 사운드와 수준급의 연주자들이 즐비하게 했고, 밝고 긍겅적인 일본인들의 활력은 희망찬 멜로디를, 내성적인 성향은 은유, 환유와 같은 문학적 표현들로 가득한 가사들을 그려낸다.
실제로 일본 음악을 밝다, 어둡다로 이분하자면, 전체적으로 톤이 굉장히 밝고 높은 편이다. 특히 이런 점은 90~00년대 퓨전 재즈 신에서 그 색채가 굉장히 짙었는데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티스퀘어와 카시오페아가 있다. 연주로는 흠잡을 곳이 없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밝고 희망찬 음악의 톤 때문에 일부 평론가, 리스너들에게 유치하다며 저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마 일반적으로 느끼는 일본 음악의 거부감은 이런 부분에서 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내가 일본의 음악들을 좋아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아날로그 하고 클래식한 감성이다. 이러한 아날로그 한 감성은 방악, 즉 J- pop에서도 큰 특징으로 자리 잡았는데, 장르의 특성상 가상악기를 필요로 하는 재즈힙합이라던가, 힙합을 제외하고 본다면 일본의 음악들은 전자악기를 현대 음악시장의 추세처럼 과하게 쓰는 편은 아니다. 아예 안 쓰거나, 악기 본연의 소리를 살려주는 경우가 더 많고 클래식한 성향은 아시아에서 독보적으로 발달한 일본의 재즈를 장르 불문 음악 곳곳에 스며들게 해주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문학적 표현으로 가득한 가사들은 재즈힙합에 녹아들어 누자베스를 필두로 일본 재즈힙합의 예술성을 한껏 끌어올려 주었고, 재즈의 발생지인 미국과 비교하더라도 꿇리지 않을 만큼 젊은 세대의 재즈 뮤지션들이 꾸준히 나오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뭐, 단편적인 수로만 본다면 미국이 더 많기야 하겠지만, 시장 규모나 인구수를 감안한다면 일본의 이런 행보는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단점도 있다. 좋게 말해 아날로그 감성이라 하는 거지 작정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현대음악시장의 흐름을 타지 못해 도태되고 있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전 세계는 현재 디지털 매체들로 음원들을 공유하고 있는데 일본의 음악들은 하다못해 유튜브에서도 찾지 못하는 음악이 많다. 서양에서 가져온 문화를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입히는 것엔 성공했지만 정작 그 음악들은 아직까진 일본이라는 큰 시장 속에서만 자생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음악시장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치 재즈가 일본 음악 특유의 감성을 지탱해주는 대들보와 같은 것처럼, 이런 일본 특유의 감성은 일본이 스스로 벽을 세워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안의 큰 시장 내에서 자생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유튜브에 올라오는 일본 음악들을 들어보면 점점 세계의 음악시장에 발을 맞춰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지금처럼 디지털 산업의 발전으로 국가 간 거리, 언어의 한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때 타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문화적, 음악적 색깔을 입혀가던 일본의 음악이 자신들이 세워놓은 벽을 허물고 세상에 나오게 될 때, 과연 자신들만의 감성과 사운드를 트렌드로 만들어낼지, 혹은 다른 나라들과 똑같이 유행의 파도에 휩쓸려 색을 잃어버릴지 걱정과 기대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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