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실패작으로 태어났다는 기분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뭔가 달라질 알았지! 그런데 똑같네!"
어린 나를 앞에 두고 닭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엄마가 가끔 떠오른다.
나는 엄마가 저 성격으로는 누구랑 결혼해서 누구를 낳는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졌겠나 싶은데, 엄마 생각은 또 모르겠다.
아들을 낳았었더라면 확실히 이야기가 달랐을지도?(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자식 뽑기만 성공했어도 달라지긴 했으려나. 참 불행하게도 엄마는 '자식 뽑기'에 완전히 실패했다.
나는 아들도 아니고 효녀도 아니다. 아들을 가지고 싶어 그 약한 몸으로 셋째까지 봤지만 실패했다.
나는 부도 명예도 없다.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교회까지 안 다녀서 지옥불에 떨어질 불행한 삶의 결말(?)까지 정해져 있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 살게 되면서 얼굴 볼일이 더 작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주기적으로 엄마의 18번 한탄을 들을 수 있다.
"휴...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내 삶도 내 자식들도 내 뜻대로 하나도 되는 게 없네"
이 한탄을 들으면 나는 어떤 감정이 들까? 들을 때마다 달라진다.
엄마가 오락가락 히스테릭한 애증을 나에게 제대로 가르쳐준 덕분에 나도 엄마를 쏙 빼닮은 것이다.
가끔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엄마의 인생이 진심으로 가엽다.
또 '주제에 여기서 뭘 더 잘되길 바라는 거야?'하고 분노심에 휩싸여 이가 바드득 갈리기도 하고
어쩔 때는 '아... 지긋지긋하다' 하고 싸늘하고 착잡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엄마는 가스라이팅의 박사고 나는 흉측한 프랑켄슈타인 같은 그녀의 실패한 피조물이다.
엄마의 모든 방식의 언어는 나의 기분과 인격을 전기충격기처럼 지진다.
나는 도망치는 프랑켄슈타인이다. 이 마을 저 마을 도망치면서 이 사람 사는 법, 저 사람 사는 법을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이별도 경험했다. 본인의 세상이 커져가는 프랑켄슈타인은,
그 세상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전력질주를 하며 도망친다.
가끔 뒤도 돌아보고 눈물도 흘리고 제 발로 다시 발걸음을 돌릴 때도 있지만
이내 다시 스스로의 뺨을 때리며 정신을 다 잡고 다시 도망을 친다.
내가 쓰고 있는 이 꿀꿀한 글처럼, 지금 이 순간 사무실에서 보이는 아침 하늘도
비가 올 듯 말 듯 흐리고 우울하기 짝이 없다. 하...오늘 하루는 도망치는 길이 꽤나 고단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