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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태윤 May 27. 2024

And isn't it ironic?

내 마음대로 해석하는 가사 -2

He waited his whole damn life to take that flight

And as the plane crashed down

He thought, "Well, isn't this nice?"

And isn't it ironic?

 - Alanis Morissette. (2005). Ironic. The Collection:Alanis Morissette.


 나는 겁이 많아서 30살이 될 때까지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무료로 외국을 보내주는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를 그냥 차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두려움을 꾹 참고 비행기를 탔다. 물론 무서웠지만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고 그 뒤로 가족들과 해외여행도 가고 제주도도 갔다. 비행기 공포증을 가지고 있을 무렵 들었던 노래가 ironic이었다. 나처럼 평생을 비행기 타기를 두려워했던 남자가 비행기를 탔는 데 하필 그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가사의 노래. 이 부분 가사만 들으면 비행기 공포증이 더 심해질 것 같지만, 원래 인생은 다양한 아이러니로 가득 차있다는 이 노래는 어쩌면 위로가 된다.


Well, life has a funny way of sneaking up on you

When you think everything's okay and everything's going right

And life has a funny way of helping you out

When you think everything's gone wrong

 - Alanis Morissette. (2005). Ironic. The Collection:Alanis Morissette.


 대학생 때 교직전공 이수를 고민하다가 시기를 놓쳐서 신청을 못했다. 다른 친구는 교직 이수에 성공해서 선생님이 되었고 나는 이른 취업을 한 친구를 부러워했다. 한창 취업 준비를 하고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서 겨우 취업을 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알지도 못했던 직업이었으나 의외로 내 적성과 잘 맞아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20대 초반 친구들과 자주 가던 단골 호프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데, 바퀴벌레가 나왔다. 기분도 상하고 찝찝해서 음식을 다 남기고 나와서 다른 호프집으로 장소를 이동했다. 처음 가 본 호프집이었는데, 거기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사는 지역도 다르고 겹치는 게 하나도 없는 나와 남편. 친구의 생일 파티를 망친 바퀴벌레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와 남편이 만나는 기회가 됐다.


 고등학교 시절 함께 몰려다니던 무리에서 유독 친한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와는 평생 친구로 지낼 거라 생각했으나 15년 지기였던 그 친구와 절교를 했다. 그것도 아주 나쁘게. SNS에 나에 대한 저격글을 올린 친구에게 상처받았을 때 나를 위로 해준 건 고등학교 때는 별로 안 친했던 무리 속 다른 친구였다. 그 친구와는 지금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운 좋게 청약이 당첨되어 집 문제로 한차례 미뤄졌던 결혼을 진행하던 차에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즐겁게 준비 중이던 결혼식은 간소화되고 축소되었고 슬픈 마음을 안고 결혼했다.


 결혼 후 여러 나쁜 일들이 겹쳐 일어났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며 바쁘고 삭막한 서울 살이에 지쳐 잔뜩 상처받은 몸과 마음으로 도망치듯 내려왔다. 걱정과 달리 아무런 연고가 없던 태안 살이는 생각보다 살만하고 무척 만족스러웠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으며,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단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잘되어 가고 있을 때 벼락처럼 안 좋은 일이 찾아오기도 하고, 모든 게 망가져 가는 거 같을 때 그게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인생이란 원래 아이러니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많은 것들이 편안해진다. 비행기를 무서워했다가 첫 비행에서 사고를 겪은 가사 속 남자처럼 삶에 힘든 일이 생기면, 그냥 이렇게 말해본다.

 

 이것도 멋지지 않아? 이것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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