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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되면 좋은 점

내가 기획을 처음 시작했을 때

by Harriet Jeong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잘하고 싶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새 실력을 키우고 싶은 욕망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돌아보면 참 뿌듯하다.

이상하다.

처음엔 그저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왜 잘하고 싶어졌을까?




잘하고 싶다는 간절함


퍼블리셔로 채용되어 들어간 첫 회사에서 기획 직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 이후 두번째 회사에서 기획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생겼고, 수습기간 3개월동안 정말 기획만 생각하고 살았다. 출퇴근 길에는 Behance나 GDweb 등 UIUX 트렌드와 키컬러, 버튼 배치 등을 항상 들여다보았고 퇴근 후나 주말에는 노트북을 들고 가서 기획서와 스토리보드를 계속 수정했다.

기한 내 해내고 싶어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기획자로써 내 커리어를 꼭 만들고 싶어서.

완벽하게 하고 싶었지만 나는 정말 기획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빠르게 시도해보고 컨펌 받고, 수정사항에 대해 고민해보고 적용하고 컨펌 받고 수정하고... 그걸 정말 많이 반복했다.


당시 팀장님도 '얘를 어디다 쓰지.." 하셨다는데,

3개월이 지나니 완전 다른 애가 되어있어서 놀라셨다고 한다.


간절했다. 나는 이 직무가 너무 좋은데, 이 직무를 내가 못해내서 잃을까봐.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졌다. 결국 동일 연차 기획자 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요가를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작년 이맘 때쯤 회사와 나의 삶이 분리가 안되서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을 때였다. 나를 되찾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다.


관절, 척추.. 제대로 된 자세로 하려니 온몸에 근육통과 땀이 가득했다.

허리 위에 척추를 쌓으라는 말이 뭔지, 허벅지까지 숨을 채우라는 게 알쏭달쏭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의미를 알게되고 동작 하나하나를 제대로 하고 싶어졌다.

빨리 안정된 자세를 하고 싶어서 집에서 연습하다가 담이 걸린 적도 여러번이다.

숨이 턱끝까지 차던 동작의 숨이 편안해 졌을 때, 치열하게 한동작 한동작을 마친 후 사바하사나를 할 때.
긴장이 툭하고 풀리며 정말 나의 상태에 집중하고 고요한 상태가 되는 그 느낌을 계속 느끼고 싶었다.


요리도 마찬가지.
물가는 비싸고, 내가 먹고싶을 때 찾아간 가게는 휴무일이고, 배달시키자니 재활용 나오는 게 싫었다.

나의 간절한 식욕(?)이 지금은 먹고 싶은 건 왠만해서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게 했다.
(생선 요리 빼고.)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잘한다'의 기준도 가지각색이다. 요가로 치면 누군가에겐 완벽한 자세가 중요할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겐 꾸준히 하는 것 자체가 '잘하는 것'일 수 있다.

요가 원장님이 매일 수업 때 마다 말씀해주시는 말이 있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모두의 환경이나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나를 돌보지 않고 남 쫒는 데 급급하면 결국 탈이 나는 것이다.

현실도 그렇다.
타인과 비교하며 막무가내로 경쟁하는 것은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막 밀어붙이는 것과 같다.


먼저 '나'를 알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나는 그걸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계속 시도해봐야한다.

나한테 맞는 방법과 속도를 찾는 게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 = 잘하는 일이 되면 좋은점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면 좋은 점이 있다.


성취감이 크고, 더 깊이 있게 그 일을 즐길 수 있다.
남들보다 잘해야한다는 부담감보다, 실수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보다

"왜 나는 안되지?"보다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에 집중한다.


남들이 잘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다보니 잘하게되니 어느 덧 남들보다 조금 앞서 있었다.

이제 앞서가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내 일을, 내 취미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그 즐거움을 잃어버리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이제는 더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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