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매 분기, 매년 드는 고민인 "내 위치는 어디쯤 왔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때쯤 오랜만에 SI 파견을 가게되었다.
첫 SI를 A사에서 진행했을 때 PM역할까지 커버했어야해서 다소 버거운 면이 있었는데
비로소 진정한 PM의 역할을 알 수 있겠구나 하고 굉장한 기대를 했었다.
앞으로의 PM 역할과 기획적인 디테일, 내외부 운영 방식에 대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
내부에서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연차 대비 일을 잘한다'와 같은 부끄럽지만 기분좋은 소리를 들었었는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자신감 잃지말고 잘해라! 이런 의도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더더욱 '외부에서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더욱 많이 했던 거 같다.
객관적인 실력 검증에 대한 갈증이랄까.
이번에 업무를 진행한 S사의 경우 3가지 타입의 기획자를 만나게 됐다.
(세 분 다 10년차가 넘는 기획자분들이라 실력 면에서는 언급할 것이 없다. 다들 유능하신 분들이었다.)
A타입 : 전체적인 틀을 구축해놓고 세부적으로 맞춰가는 타입
B타입 : 세부적인 분석을 선행하고, 타 기능과의 연관성을 모두 계산한 후 설계서를 작성하는 타입
C타입 : B타입의 기획자와 비슷하나, PM으로써 역할을 더욱 완벽하게 수행하는 타입
A타입은 정~말 생각이 많다. 정말정말 엄청 많음. 그래서 전체적인 플로우를 작성하고 나서도
고객의 요건이나 내부 인력의 피드백에 따라 많은 수정이 일어난다.
아마 가장 보편적인 유형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여기에 속하기도 하고.
그래서 인지 나한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본인이 생각한 기획이 있을텐데, 본인이 맞다고 생각되면 본인의 생각을 설명해주는 게 좋아요. "
"설계서를 작성할 때 일단 작성하고 생각하는 거 같던데, 전체적인 틀을 잡고 기획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아요. 그래야 본인의 시야가 넓어져요. 지금 방식을 고수하면 시야는 점점 좁아질 거에요"
B타입의 경우는 기획 초반에 PPT,메모장이 텍스트로 빼곡하다.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두고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개발자와 소통하기 때문에 빈틈이 없다.
특히 개발자와의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B기획자 : 예약관련해서 이런 기능이 필요한데, 개발적으로 되나요?
개발자 : 아 그건 시간이 부족해서 구현이 안돼요 그건 현재 이런 기능있으니까 대체해서..
B기획자 : 근데 말씀하신 기능은 제가 말한 기능과는 달라요. 이 기능을 구현안하면 ~이런 문제점이 있고,
~~해서 구현안하면 예외처리가 불가능해요.
개발자 : ...아.... 그럼 넣을게요
그래서 그런지 기획서만 봐도 꼼꼼하고 누가 들어도 납득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문서가 가독성 있지는 않지만,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사고라는 생각이 든다.
C타입, 이런 PM과 있으면 일하기가 정말 편하다.
업무적인 부분은 문서를 보면 짐작할 수 있으므로 B기획자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C타입의 장점은 고객과 잘! 싸운다.
잘 싸우는 게 장점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겠지만
기획자 또는 SI를 주로하는 작업자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을 하다보면 고객사는 시간과 비용을 넘어서는 작업을 요구할 때가 많다.
(IT를 잘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C타입은 이미 업무에 대한 분석과 전반적인 플로우가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고객이 무리한 업무범위를 산정할 때, 커트라인을 잘 잡는다.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도
다 마련이 되어있다. 때문에 고객사도 만족도가 높고, 팀원들 또한 본인들 캐파에 맞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지연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PM이다. 까칠하지만 다정하다. 냉정하지만 따뜻하다.
마치 아이스아메리카노 Hot 같은 분이다.
그래서, 난 어느정도 왔냐고?
'초급인데 중급 업무를 칠 수 있는 기획자','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가장 장점인 기획자'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유형들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My data화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든다.
복귀하면 플랫폼의 코어를 잡는 데 조금 더 세부적인 디테일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IT기획자를 준비하는 모든 예비 기획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다시 꺼내본다.
"본인의 시야가 넓어지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틀을 잡고 기획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3년차 기획자 때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