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 나왔다. 카메라 구도나 분위기, 소재 등 지상파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퀄리티의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다.
프로파일러 아빠(한석규)가 극 중 3번의 죽음을 목격한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싸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 그리고 그 모든 사건들에 얽혀있는 딸 (채원빈)을 향한 의심을 거두려고 애쓴다. 결국 딸을 믿어보려는 아빠,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의심이 아닌 객관적 증거를 찾아내 딸의 무죄와 관계를 회복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인물의 표정보다도 벽에 비친 그림자의 크기, 구도, 위치 등 흔한 드라마에서 나오는 범인 클리셰를 보여줘서 나도 딸에 대한 선입견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봤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약간 반성하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기획했던 방식과 극 중 형사들의 의심이,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이코패스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무 위키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유병률은 전 세계 인구의 약 0.75~1% 정도로 추정될 정도로 아주 적다.
사회의 공분을 일으킨 살인범 중 몇은 범죄 심리학 이론상 '사이코패스'로 나타나는 유형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이 때문인지 드라마 등 대중 매체에서 보여지는 사이코패스는 '살인을 즐긴다','감정이 없다' 등 공포의 연쇄살인마로 인식이 되고 있다.
이건 잘못된 편견이다. 선천적인 사이코패스 중 대부분은 정상적인 사회화를 통해 일반인들과 무난히 살아간다고 한다. 작은 표본이 그 집단을 대표하는 것처럼 우리는 생각하고 그러한 생각은 오류를 부른다.
사람들은 '대부분' 전화 문의를 불편해하잖아요.
예전에 작성했던 기획안에 작성했던 문제점이었다.
트랜드모니터에 따르면 전화 상담 59% 불편 경험, 대면 상담 불편 경험은 45%라고 한다.
하지만 이 비율을 대부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연령대에 대한 구분, 어떤 지역,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다.
특히 높은 연령대일수록 비대면에 취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하는 결과가 더 높을 수 있다.
전화상담, 대면상담 시 불편함을 겪지 않는 사람은 각각 41%, 55% 라는 걸 알 수 있다.
당시 나는 20대 중반이었고, 주변도 대부분 IT 쪽 분들이었기 때문에 비대면에 더 능숙했다.
그래서 저런 오류를 범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저 기획안은 좋은 기획안으로 평가 받았다)
그 이후로는 문제점을 정의할 때, 굉장히 구체적으로 기준을 잡는다. 넘겨짚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잘못된 분석은 잘못된 목표, 결과를 낳기 때문에 실제 서비스로 이어진다면 비즈니스에 타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확실해? 확신하면 의심해도 좋아. 하지만 네 확신을 의심해봐.
극 중 한석규가 후배 프로파일러에게 한 대사 중 하나인데, 굉장히 인상깊었다.
나는 사람을 잘 믿어서 주변의 신뢰를 잘 얻지만,
나의 일, 기획을하면서는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내 믿음을 뒷받침 하려고 노력한다.
나를 제일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만이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는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누구보다 너를 잘 안다는 오만… 손쉽게 판단하고 평가해버리는 편견과 잘못된 믿음이 관계를 망치도록 내버려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