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인터넷이나 게임이 다양하지 않았던 나의 10대 시절, 완전하게 몰입하여 성장기 재미와 감동의 큰 부분을 차지한, 그래서 밤을 새며 수십번씩 읽고 또 읽고 그래서 꿈에도 나왔던 두 개의 만화가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이다.
대부분의 만화가 그러하듯 작품이 인기를 얻으며 만화의 세계관이 확대되고 내용이 늘어지며 후반부에는 다소 흥미를 잃긴 했지만, 전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7개의 드래곤볼을 모으면 용이 나와 소원을 이뤄준다는 대전제 아래 전 우주를 망라한 선인, 악인, 외계인, 동물, 인조인간, 신(神)들이 참전하여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벌어지는 범우주적 쟁탈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화초창기엔 인간의 모습을 한 하지만 실은 사이언인 이라는 외계인의 아이가 성장하며 드래곤볼을 모으기 위해 여행하는 유쾌한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후반부에는 우주를 관장하는 신중의 신 (The God of Gods), 매번 나타나는 ‘실은 내가 우주 최강자’ 캐릭터들의 무한 생성으로 ‘드래곤볼 모으기’ 라는 대전제가 희미해지지만 그럼에도 이 만화의 최초 배경은 세계정복이던, 젊음 되찾기던, 죽은 사람 살리기던(전부 만화에 나오는 소원들) 결론은 소원을 빌기 위한 드래곤볼 모으기이다.
이쯤에서 질문을 한번 해보자.
몇 년간 모아둔 돈으로 당신은 이제 막 밥집을 시작하려고 한다. 1년간 현장에서 개고생하 며, 최고의 밥을 짓는 법, 정성 가득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법, 고객 응대하는 법을 터득하고 여러 강의도 들으며 마케팅도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내공도 쌓았다. 가게를 알아보고 있는 중 마침 드래곤볼 7개가 내 앞에 나타났다. 용이 나타나 하고자 하는 사업에 관해 1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이때 당신은 무슨 소원을 빌 것인가?
목 좋은 자리? 최저임금으로 부릴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미쉐린스타 쉐프? 매번 대박 터지는 메뉴 아이디어? 거물급 엔젤투자자? 좋은 식재료공급처? 생각이 많고 머리가 아픈가? 그렇다면 장사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빌어야 하는 소원은 딱 하나이다.
‘늘 굶주린 고객들’
사업을 준비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 그 아이템이 무엇이든 아이템 자체에 빠져서 정작 (앞으로) 돈을 낼 사람들을 후순위로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밥집을 하려면 가장 필요한건 굶주린 사람들이다. 술집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건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음식이 맛이 있고 인테리어가 화려하고 가성비가 좋고 다양한 이벤트가 기다리는 것도 결국 사람들이 필요치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 카페가 10만 개에 육박하고 반경 300m 내에 고깃집이 10개나 존재하는 요즘 ,로봇이 서빙하고 주문도 터치로 받는 요즘, 맛있고 싸고 가성비좋고 서비스 좋고에 집중한다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결국 집중해야 하는 건 사람이다. 이걸 깨닫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