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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뚠뚠 Jul 04. 2023

싱가포르에서 이직을 했습니다 (휴 드디어!)

입사가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문제였다...

싱가포르로 오게 된 지 n년이 넘고, 새로운 삶과 일에 적응이 되었을 무렵부터 틈틈히 이직 기회를 엿봤다.


대략 4-5개월 간 Linked in, JOBSDB에 올라 오는 공고 중 내가 세운 조건에 맞는 공고는 모조리 이력서를 보냈고, 못해도 30-35개 가량의 포지션에는 지원을 한 것 같다. 회사를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와서 새로 뜬 공고를 확인하고 그에 맞게 이력서를 고치는 것이 저녁 일과였고, 종종 "Unfortunately..." 라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지만 아무 답장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한국에서의 이직에 비해 해외에서의 이직은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허들이 있기 때문에, 나에겐 그 과정이 고생스럽고 또 고생스러웠다. 면접을 마치고 나서, "확인해보니 외국인 쿼터제 때문에 비자 지원이 어렵다"고 거절되는 경우도 있었다. (면접 전에 진작 내부 상황을 확인을 해봤었어야지!!! - - 싶었지만 웃으면서 그러면 다음에 또 자리가 나면 연락을 달라고 마무리를 했다...)


4번째로 면접을 본 회사에서 약 5주 간의 면접 과정을 거친 후 워킹 비자를 받고 전 회사에 2 months notice를 날리고 나니 그렇게 개운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퇴사 의사를 밝히고 나서 이래 저래 불편한 상황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몰라 몰라 나는 곧 떠난다!는 행복한 마음으로 마지막 2 달을 다녔고, 몇 주의 멘탈 재 정비 시간을 가진 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새로운 회사에 조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첫 날.


아직도 그 날의 막막함을 잊을 수가 없다. OT를 하고 양 손 가득 웰컴백 기프트들을 받아 든 채 설레는 마음으로 새 랩탑을 열고 메일 버튼을 눌렀는데... 쏟아져 들어오는 장문의 이메일들. 그리고 여기 저기서 빠른 싱글리시 및 각 국가 특유의 억양으로 말을 거는 팀원들.


해외 생활을 몇 년 간 하며 영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는데, 여기서는 정말 문제였다.

업계 특성 상 스크롤이 끝없이 내려가는 이메일들은 마치 토플 Reading 문항인 것 같았고, 다양한 국적을 가진 팀원들의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칠 세라 집중하고 듣다 보면 퇴근할 즈음에는 머리가 아파왔다.

새로운 프로그램, 새로운 프로세스, 새로운 용어들을 배우기에도 바빴는데, 언어까지 슬그머니 내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었던 전 회사가 1초 정도 그리워졌다.


아 입사가 문젠 줄 알았더니, 이 곳에서 살아남는 것이 문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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