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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뚠뚠 Aug 08. 2024

싱가포르 회사 생활

싱가포르 59번째 생일 National Day

해마다 7월 즈음이 되면 싱가포르는 빨갛고 하얀 국기들이 여기저기 펄럭인다. 센트럴에서는 차량을 통제하고 내셔널데이의 리허설을 진행하며 곳곳에 퍼레이드를 연습하는 앳된 군인 무리들이 보인다.

(논외로 - 내셔널데이 행사를 한번 보고 나면, 잘 사는 북한이라는 싱가포르의 별명이 새삼 느껴진다.)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인 만큼, 다양한 브랜드에서 각종 이벤트 및 특가 행사가 진행된다.

싱가포르의 국민 브랜드 Grab의 National Deal Parade 이벤트를 홍보하는 광고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애국심 고취…및) 단합을 위해 여러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우리 회사의 아기자기한 이벤트가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남겨봤다.  


이벤트 며칠 전, 전 직원들에게 TEA-SNACKS 이벤트 참여 조사 RSVP 메일이 온다. 참여를 누르고 나면 내 업무 캘린더에 이 귀여운 이벤트가 공식적으로 표시가 된다. 빽빽이 잡혀있는 업무 미팅들 사이로  이런 생뚱맞은 “간식 시간 약속”이 뜬다.

내셔널 데이는 8월 9일 금요일인데, 아무래도 몇 일 연차를 붙여 쭉 쉬는 직원들이 많아서 회사 이벤트는 6일 화요일로 잡혔다.

이벤트 당일,

회사 지하철역에서부터 유독 빨간 옷들이 많이 보였다. RSVP 메일에 적혀있던 드레스코드를 (싱가포르 국기의 색상인 레드와 화이트) 깜빡하고 검은 원피스를 입고 갔더니, 팀 친구들이 오늘 하루는 내 빨간 플래너 노트라도 옆구리에 끼고 다니란다.

군데 군데 아기자기 꾸며놓은 오피스
쿠키 및 넛츠 테이블

오피스 내에 싱가포르 국기 장식들은 일회성으로 이벤트 때문에 한 게 아니고, 한 달 내내 되어있다… 싱가포리안들의 나라 사랑이 너무 과한 건 아닌가 싶다가도, 광복절에도 태극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한국을 생각하면 조금은 부러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

싱가포르 친구들에게는 빵에 끼워먹는 이 길거리 아이스크림이 어릴 적 추억의 맛이라고 한다

치킨 커리, 핑거 푸드 등 간단한 음식들도 함께 만들고, 로컬 디저트도 준비하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 노점상도 불렀다. 다 큰 어른들이 길게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받아가는 모습은 역시 너무 귀엽다 :) 아이스크림은, 우리나라의 빵또아 스타일로, 아저씨가 아이스크림을 네모지게 잘라서 식빵에 끼워준다.

로컬 스타일의 핑거푸드

30분가량 간식과 싱가포르 국민 음료인 마일로 (제티 같은 초코음료)를 먹고 마시며 회사 친구들과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층이 달라서 자주 못 보는 친구들도 많아,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반가웠다.

한국인에게 스몰토크는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만 뻔뻔해지면 두렵지 않아… 어색해지면 당황하지 말고 여유롭게 음료를 한 입 마시면 된다.


이 귀여운 이벤트는 아이스크림 트럭 (‘수레’에 더 가깝지만…)의 여섯 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끝내고서야 마무리가 됐다. 평소에는 하겐다즈, 벤 앤 제리 같은 브랜드의 찐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는데, 물탄 듯 밍밍한 길거리 아이스크림도 업무 시간에 농땡이 피우며 먹으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그리고 여기 친구들, 작은 이벤트에도 다들 너무 진심이다. 붉은 옷을 입고 삼삼 오오 모여 먹고 마시며 떠들고 즐기는 모습이 귀엽고, 새삼 이들의 마음의 여유가 부럽다.


오늘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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