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시작된 가장 작은 혁명, 『정치하는 아이들』
책 속 구름숲초등학교는 사실 두 학교의 합성입니다. (물론 책에는 구름햇살초등학교도 살짝 나오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운산초와 운양초 두 학교죠. ‘이제그반'은 운산초의 실제 학급 이름이고, 이른바 '김선생님법(김기수법)'도 운산초 이제그반 담임 시절의 이야기이고요. 반면 쌀인마, 다모임 파업 등은 운양초 재직 중에 피어난 사건들입니다. 그 두 학교의 숨결이 한 권에 포개져,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는 수업'을 목도하게 됩니다.
우리 집 두 아이, 지환이는 운양초를 졸업했고 려환이는 지금 운양초 6학년입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6학년 담임이 김기수 선생님이네요. 그래서 이 책을 더 깊이, 더 간절히 읽었습니다. 회의를 열어 규칙을 만들고, 갈등을 토론으로 풀고, 마침내 합의에 이르는 경험—교실 민주주의가 아이들의 일상이 되는 장면들을요.
출간을 앞두고 추천사를 부탁드릴 분들을 찾는 과정을 도울 일이 있었는데요. 쉽지 않았습니다. “예민한 주제라 조심스럽다”, “초등학생을 왜 정치의 영역으로 이끌어야 하냐” 그런 말들이 돌아오더군요. 그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면서도,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는 어른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정치는 우리 모두의 ‘함께 사는 법’이고, 아이들은 이미 그 한가운데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니 교실에서 토론하고 규칙을 세우며 책임을 배우는 일은, 아이들을 ‘정치로 끌어들이는’ 일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연습하는 교육입니다.
지환이, 려환이는 그렇게 자라났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때로는 연단에 서며, 선거철이면 공보물을 함께 읽고, 엄마 아빠와 늘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직 한 표를 행사할 수 없지만, 이미 시민입니다.
『정치하는 아이들』은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 민주주의를 기록한 책입니다.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더 근본적이고 더 자주 쓰이는 배움—서로의 다름을 조율하고 공동의 결정을 책임지는 법을 보여줍니다.
김기수 선생님, 그리고 운산초·운양초 아이들께 고맙습니다.
교실에서 시작된 이 작은 혁명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 거라 믿습니다. 아이들에게 “정치가 뭐예요?”라고 묻는 어른에게, 저는 이 책을 조용히 건넵니다. 읽어보세요. 교실에서 민주주의가 자라는 소리가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