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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니 Jan 01. 2024

생애 첫 이직 과정의 기록 (3)

새 회사에 적응할 때 중요한 것.

 새 회사에 이직해 온 지 8개월이 지난 현재, 지인들로부터 새해 안부를 나누다 보면 으레 나의 회사 생활 얘기를 하게 된다. 


"새로 간 회사는 어때? 지낼 만 해?"


 새로 온 회사는 좋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향에 잘 맞는 게 크다. 성향이 맞으면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장점으로 보이는 마법에 걸린다. 모쪼록 감사한 일이다. 감사한 마음을 품다 보니, 새 회사에 잘 적응하고,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면서 알게 된 것을 간단히 적어보려 한다.



 

  새 회사에서 잘 지내려면, 먼저 식구(insider)가 되어야 한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과 친해져야 하고, 공동의 목표와 분위기에 동화되어야 한다. 회사는 업무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회이기 때문에, 서로 간에 파악이 이뤄지는 것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를 좀 더 보여줘야 한다.   

   

 "이직을 하면, 거기서 또 새로 너를 증명해야 해."

 이직을 고민하던 시절, 경험 많은 회사 동료분이 내게 해준 충고다. 처음에 나는 이 말이 업무 능력에 대한 얘기인 줄 알았다. 어떤 업무 경험과 지식이 있는지 새로운 동료들에게 새로 증명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먼저 증명해야 하는 것은 나의 업무 능력이 아니라 나의 성품이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식구로 들일 만 한 사람인지 아닌지 아는 것이다. 면접 과정으로는 다 알지 못하는, 실제 같이 지내봐야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성인군자에 버금가는 훌륭한 성품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일 할 만큼을 갖췄는지. 


 증명해야 하는 것이 성품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나의 태도와 성품을 인정받는 것은 업무 능력을 인정받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팀으로서, 함께 다양한 상황에 노출되면서 서로의 반응을 살피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 괜찮은 사람이에요.', '나 이 정도 일은 할 수 있어요.' 하는 마음이 들고, 괜히 조바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불안정한 메시지에 휘둘리지 말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맡은 일을 잘 해낸다는 평가를 받으면, 그 평판이 쌓여 또 좋은 기회를 가져다준다." 

  건실한 회사를 창업해 운영 중인 지인께서 해주신 조언이다. 큰 회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겨가는 내게 필요한 얘기를 해주신 것인데, 두고두고 마음에 새길 만한 내용이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으면 회사 사정이 더 불안정할 수 있다. 또한 체계가 잡혀나가는 과정에서 마찰이나 심란한 상황이 많이 연출될 소지도 있다. 그런 일들에 일일이 휘말리며 마음을 쓰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식구로서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역시 제일 잘한 일은 이직을 선택한 것이었다. 좋은 기회를 주심에 감사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성장하고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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