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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니 Jan 17. 2024

운동이 하기 싫어졌다.

운동 집착은 이제 그만할래. 

 운동을 달고 살아왔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서 달리기, 자전거 타기가 일상이었다. 그보다 조금 더 컸을 때는 가까운 친척분이 동네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이 놀이터였다. 달리기를 잘해 중학교 때는 육상 대회에 나갔다. 군대에서 만난 맞선임 둘이 체대출신이라 매일 근력 운동을 배웠다. 대학생 때부터는 크로스핏을 했다. 학업에, 회사 업무에 흐름이 끊길 때가 종종 있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운동을 챙겼다. 


 돌이켜보면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해온 가장 큰 이유는 운동이 주는 만족감 때문이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환기가 되고, 뿌듯함이 든다. 숨이 차고, 근육이 뻐근해지고 맥박이 오르면 잠시 힘들었던 일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잠깐이라도 운동을 하고 오면 활력이 생겨 청소든 뭐든 생산적인 일을 해내게 된다. 운동은 언제나 만족감을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은 습관처럼 운동을 이어갈 뿐, 별 다른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운동을 하느라고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야근, 회식, 갑작스러운 경조사 등.. 예정된 운동을 하지 못할 일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간혹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무리를 해서라도 운동량을 채우곤 하는데, 어쩌면 집착에 가까운 것 같다. 


 해온 운동이 주로 헬스나 크로스핏과 같은, 성장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보니 저절로 집착으로 이어지는 듯싶다. 운동을 빼먹거나 하면, 그동안 열심히 공들여온 무언가가 무너지는 기분이다(근데 딱히 몸이 그렇게 좋지도 않으면서). 퇴보하는 기분, 그런 게 느껴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운동에 매달린다. 


 특히나, 요즘은 운동 능력이 정체되어 더 운동을 할 맛이 안 난다. 오히려 운동을 잘할 때에 비해 점점 기록이 낮아지고 있다. '내 신체가 가진 한계치에 도달한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으나, 그럴 리는 없다. 나는 그 정도 강도로 운동을 해보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성장 호르몬과 남성 호르몬이 이제 감소하기 시작하는가? 30대 중반이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어쨌든, 어떤 이유에서건, 성장 지향적인 운동을 하는 나에게 운동 능력 정체는 정말 할 맛 떨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또한, 부상도 한몫을 한다. 대부분의 운동은, 열심히 꾸준히 하면 부상 위험을 높인다. 운동 강도를 그렇게 도전적으로 올리는 편이 아닌데도, 손목, 발목, 무릎 등에 가벼운 부상은 달고 살게 된다. 부상을 몇 번 당하다 보면 운동 강도를 더 올리기 꺼려지고, 그러다 보면 기록은 정체되고 할 맛은 떨어지고...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앉아서 일하는 나의 평소 활동량이 현저히 부족기도 하고, 또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근육량을 어느 정도 높여두는 게 좋기도 하다. 부상을 당할지언정,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건강만을 목표로 운동을 하기엔, 재미가 너무 없다. 어쩌면 가장 건강한 운동 방법은 적정 강도의 유산소성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최대 심박수의 60~70% 강도로 유산소성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꾸준히 하면 건강에 좋고, 부상 위험도 적다(적정 강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으나, 부상 없이 꾸준히 '유산소'성 운동을 하는 것은 WHO 권장 사항이다). 이것은 마치, 반찬 없이 쌀밥만 매일 먹는 격이며, 맨 빵을 먹는 격이다(그러나 영양적으로 잘 잡힌 밥과 빵이겠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유산소성 운동만 하면 겉으로 티가 안 난다. 나의 체중과 골격에 잘 맞는 적정한 근육이 남아서 더없이 건강하고 기능적으로 충분한 몸이 되겠지만, 요즘 운동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운동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남는다. 한 때 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줬던 고마운 운동, 이제는 어떤 이유로 해나가야 할지, 하긴 해야 할지 여러 모로 고민이 많이 든다. 마치 운동 권태기(운태기)에 빠진 듯하다. 나의 삶에 있어 큰 부분이었던 운동에 대해, 이제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건강을 위해, 집착 없이 재미있게 운동을 유지할 방법으로 당장 떠오르는 것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신나고 재미있는 운동을 시작해서, 건강을 위한 신체 활동량을 채울까 한다. 그리고 그 운동을 위해 더 많은 욕심이 나거든, 체력을 끌어올리고 힘을 키우는 보조 운동으로 성장형 운동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테니스나 탁구 등 다양한 운동을 배워보면서 재미있는 것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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