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어떻게 미래에 닿는가.

위상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생, 그리고 습관.

by 하리니

벌써 2025년이 다 가고, 이제 2026년이 시작됐다. 매해의 시작은 늘 비슷하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라는 말로 한 해를 연다. 작년에 세운 목표들을 돌아본다. 그중 어떤 것은 해냈고, 어떤 것은 해내지 못했다. 올해도 역시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이번엔 반드시 모두 해내리라는 다짐을 한다. 아마 내년에도, 또다시 같은 방식으로 신년 목표를 세울 것이다. 목표를 세우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며 반복하는 하나의 루틴, 습관이다.



이 습관은 단순히 미래를 향한 다짐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하나의 연결선이 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웜홀을 설명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멀리 떨어진 두 지점을 연결하기 위해 종이를 접고, 그 접힌 공간을 펜으로 꿰뚫는다. 멀리 돌아가야 했던 시간과 거리가, 단번에 이어진다. 습관은 어쩌면 그 펜과 닮아 있다. 시간 위를 차근차근 걸어가는 대신, 반복이라는 방식으로 시간을 가로질러 통과한다.



오늘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 몸무게를 재고 기록하는 습관을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오늘의 행동은 아주 사소하다. 체중계에 올라가 숫자를 보고, 메모장에 적는 일. 하지만 이 행동을 내일도, 모레도, 계속 반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습관은 훗날의 선택과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는 단지 ‘몸무게를 재는 행위’에만 그치지 않는다. 매일 숫자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체중 관리라는 새로운 인식과 태도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나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2025년 매일 아침 몸무게를 기록했고, 모두 10kg가량 감량에 성공했다.)



하나의 습관이 삶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 놓는다. 전자공학에는 ‘위상(phase)’이라는 개념이 있다. 위상은 시간 위의 한 지점을 각도처럼 표현하는 방식이다. 신호가 어디쯤 와 있는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좌표에 가깝다. 우리가 전기를 발전소에서 각 가정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스마트폰으로 끊김 없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복잡한 신호를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이유도 이 위상 개념 덕분이다.



이는 현실 대부분의 신호가 반복되고, 주기를 가지거나, 혹은 주기를 가지는 여러 신호의 조합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를 위상을 통해 이해하면, 단순의 시간의 흐름으로 보지 못하는 패턴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위상으로 바라보면, 무엇이 어긋났는지, 무엇을 조정해야 하는지가 쉽게 보인다.



때로는, 공학에서는 위상을 제어한다. 위상을 맞추고, 늦추고, 당기며 시스템 전체를 안정된 상태로 만든다. 작은 위상 조정 하나가,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바꾼다. 예를 들면, 반도체 시스템에는 동작 클럭을 제어하기 위한 위상 제어 루프(PLL)가 있다.



습관은 이 같은 관점과 닿아있다. 삶을 긴 시간의 직선으로 바라보는 대신, 반복되는 주기 단위로 접어 겹쳐 보자. 하루, 일주일, 한 달이라는 주기를 통해 삶을 접어 포갠다. 습관은 겹쳐진 삶 전체를 가로질러 행해지는 행위이다. 마치 ‘위상’의 관점에서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습관은 강력하다. 한 번의 결심보다, 반복되는 구조가 더 멀리 간다. 삶을 직접 밀어 움직이는 대신, 위상을 조금 바꾸는 방식으로 흐름을 바꾼다. 습관은 시간을 관통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반복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내년에도 우리는 또 “시간이 너무 빠르다”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도 위상의 관점에서는 가만히 멈춰있을 수도, 또는 원하는 속도로 조금 더 나아가거나 늦춰 갈 수 있다. 습관 위상의 관점에서의 여행에서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올 한 해는 단지 목표를 적는 것보다, 습관의 관점에서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결과를 쓰는 대신,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반복할 수 있는 행동을 적어보는 것이다. 또한, 이미 지켜오고 있는 습관들을 하나씩 떠올려 적어보고, 새롭게 삶에 들이고 싶은 습관을 조심스럽게 더해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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