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여전히 뜨겁다
'9월의 마지막 날'이란 말에도 큰 감흥이 없이 하루를 보냈다. 내게 주어진 소중한 날들이 흘러가는 것과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가끔은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생각과 감정의 흐름이 원활하고, 작게나마 행복을 느끼며 순간들을 흘려보냈음에 안도한다.
여전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다양한 영역 아래 끝없는 고민을 하고 있지만 마음 안에 꿈틀거리는 희망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킨다. 감사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시간의 흐름은 내게 더 이상 중요치 않은지도 모른다. 순간을 충실히 보낸 이에겐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옴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 하루 아래 아쉬움이란 없을 테니. 적어도 내겐 이제 시간이란 그렇다.
많이 웃고, 좋아하는 것에 충실하며, 외로움과 근심 아래 눈물 흘린 2020년의 시간들은 코로나로 뒤바뀌어 버린 작은 역사들을 감내할 힘을 주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을 품게 했다.
모두가 동일하게 힘들다 말할 순 없겠지만, 나와 타인 안의 어두운 부분을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고 스스로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충실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육체와 영혼이 시들지 않게 돌보는 것이 주인의 최고의 임무.
10월도 9월처럼 지나갈 것이다. 언제 더웠냐는 듯 목도리를 매고 두꺼운 바지를 꺼내 입게 되겠지. 마스크로 인해 더 이상 입김을 부는 겨울을 맞이할 순 없겠지만 최선을 다한 하루 안에 예상치 못한 행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