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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Sep 17. 2020

인생은 경쟁이 아니다

함께 가는 것이다


'나 진심으로 독일에 관심이 생겼어. 내년 봄부터 거기서 살면 어떨까 하는데..'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친구가 대화의 끝에 이런 말을 했다. 

괜스레 이상해진 기분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네가 사는 모습 보면서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졌어.'



내가 사는 삶..

남들에게 보이는 나의 삶은 어떤 삶일까?



그녀는 종종 SNS로 보여지는 나의 모습을 보며 부러움의 말을 전하곤 했다. 낯선 땅에서 도전하는 것들을 기록하며 삶의 작은 영역들을 다루고 있는 나의 개인 개정에는 사실 넘어짐의 순간들은 담겨있지 않다. 눈물과 땀 그리고 외로움은 묻어둔 채 평화로운 유럽 생활만을 이야기했다.



새벽녘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

나는 내가 비추는 모습대로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면서 정작 남들이 그런 내 모습을 동경할 때 왜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일까. 



진정한 내면의 아픔을 몰라봐 주어서?

아니다.

나는 그저 남들보다 '더' 잘 사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대학시절 내내 그랬다.

전공하던 과목이 좋아 열심히 파고들 던 것이 아니라 '1등'이란 타이틀을 위해 밤새워 공부했고, 옆 친구의 사이즈보다 더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기 위해 살을 뺐다. 함께 가면 평화로운 삶이라는 평지에서 홀로 긴장한 채 옆에 선 친구들을 밀어냈다. 언제나 곤두서 있었고 내 것을 잃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것인 줄 알았다. 그렇게 어리석던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비록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개인이 가진 색과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잘하는 것도 다르고, 세세하게 발달한 부분도 다르다. 만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옷 스타일, 성격과 취향 등 모든 면에서 100프로 일치할 수 없는 우리는 결코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유일한 생명체이다. 그런데 인간이란 이유로,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같은 직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늘 긴장하며 살아간다. 숨 막히는 경쟁은 사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낸 경쟁이란 울타리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할 무렵 나는 독일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노력하면 얻어지던 지난날의 성과들을 기대하며 입시에 도전했지만 쉽지 열리지 않는 길 앞에 나는 쓴 아픔을 경험했다.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던 내가 '넘어짐'을 통해 스스로의 교만을 깨달았고, 나의 넘어짐에 울어주던 친구를 통해 인생은 경쟁이 아닌 '공생'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며 함께 걷고 싶다. 어느 누군가의 길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빠른 것이 아니다. 각자의 색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길을 간다. 각자마다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개성을 가진 이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그저 함께 걷자. 그 길 가운데 혹시 내 삶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준다면, 그들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손을 내밀어주는 것만큼 따뜻한 일은 없을 것이다. 홀로 서서 빛나고 싶던 지난날의 내 곁엔 초라한 상장뿐이었지만, 이제는 함께 가는 수많은 색의 존재들이 찬란하게 빛을 비춰 준다. 내 친구가 잘 돼야 나도 잘되고, 진심으로 응원할 때 나도 응원받는다. 그러니 꽉 쥐었던 주먹을 펴고 옆 사람의 손을 잡자. 그리고 더 행복해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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