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아틀리에를 방문하다
오픈 아틀리에 쾰른 2020
내가 살고 있는 쾰른에는 특별한 전시장이 있다. 바로 예술가들의 아틀리에!
약 3주간의 기간 동안 쾰른, 뒤셀도르프 등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아틀리에를 무료로 개방한다. 오픈 아틀리에로 등록한 예술가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자신의 공간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데, 특별한 예약이나 전화 없이 마스크만 들고 초인종을 누르면 된다.
오픈 아틀리에의 취지는 아주 흥미롭다. 유명한 예술대학을 나와 명성은 있지만 경제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예술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작업을 널리 홍보할 수 있고, 좋은 기회가 닿으면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예술과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 혹은 예술가가 되길 원하고 그들의 삶이 궁금한 이들에게는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나 또한 한 때 뒤셀도르프 미대를 꿈꾸며 그들의 작업과 졸업 후의 현실적인 삶을 궁금해했었는데 지난 주말 열린 <Linksrheinisch Süd>: 라인강 남쪽 왼쪽 지역을 둘러보며 그동안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독일 사람들이 예술을 대하는 태도
많은 독일 사람들은 삶 속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한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아도 관심이 있으면 학원을 가서 배운다. 예술가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누가 보지 않아도 꾸준히 그림을 그린다.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 유리 공예 등 독일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두고 꾸준히 갈고닦아 나간다. 자신이 예술을 사랑하는 만큼 그들은 다른 이들의 예술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쾰른에만 약 40개의 뮤지엄이 있는데 그 종류 또한 천차만별이다. 서로의 관심 있는 부분을 존중하고 각자의 도전 영역을 존경하는 그들의 태도가 예술을 더욱 부흥시킨다.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는 특별할까?
작은 내 '방'에서부터 모든 것이 갖춰진 화려한 화방 같은 공간까지 정말 다양한 아틀리에의 모습이 존재한다. 바닥과 벽을 물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집이라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사실 작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요소가 많다. 예술대학을 다니는 학생도 제대로 된 작업을 위해서는 24시간을 쓸 수 있는 개인 작업실이 필요하다. 따라서 쾰른 및 뒤셀도르프에는 상당히 많은 아틀리에가 있고, 그 경쟁률과 월세는 어마어마하다. 예술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 중에서도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많은데 그들 또한 "제대로"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틀리에를 빌린다. 대부분의 이들은 공동으로 한 공간을 빌려 사용하고 아틀리에의 크기는 작게는 10평에서부터 크게는 100평이 넘는 규모까지 다양하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자리를 얻은 그들은 다양한 예술혼을 불태우며 자신만의 것을 창조해 나간다.
아틀리에의 모습들
지난 주말 둘러본 아틀리에 중 가장 열악한 곳이다. 사진에 보이는 이 공간을 6명의 예술가가 공유하며, 작업물을 보관할 창고가 따로 없었다. 방문할 사람들을 위해 작업을 전시해둔 것을 감안해도 6명이 그림을 그리기에 충분한 공간이라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 작은 물탱크를 보는 순간 진짜 예술가가 되고 싶은지, 되어야만 하는지 생각했다. 이 공간에서 작업하는 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 자신의 것을 창조하고 있는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고등학교 건물 내 꼭대기층에 위치한 아틀리에다. 쾰른 시에 월세를 내며 작업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운이 좋은 편에 속하며, 몇 년 동안 꾸준히 전시를 해온 예술가들이다.
꼭대기층에는 총 4개의 작업실이 있었는데, 이 공간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공간이다. 5-6명이 함께 쓰는 공간으로 위의 예술과 들과는 한층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러웠던" 아틀리에. 뒤셀도르프 미대를 졸업한 그의 작업실은 그야말로 내가 꿈꾸던 작업실의 풍경이었고, 적적한 빛과 단단한 바닥, 작업을 걸기 좋은 벽을 가지고 있었다. 장인어른과 한 명의 친구와 공유하는 공간이지만 각자만의 공간 확보가 가능했다. 작업의 질이 상당히 높아 아틀리에를 둘러보는 재미가 확실히 있었고, 작가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 그들의 예술의 방향성 그리고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평범한 집들 사이 위치했던 아틀리에 외관. 하지만 내부로 올라가면 작은 정원과 위의 그림과 같은 작업실이 있다.
이곳은 아쉽게도 몇 달 뒤면 문을 닫게 될 아틀리에이다. 건물이 낡아 공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장 평범하고, 넓은, 그리고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곳이다. 이층으로 된 이 곳은 뒤셀도르프 학생부터 문화센터 선생님까지 다양한 이들이 공존한다. 작업물 또한 다양했다. 추상화부터 유리공예, 조각가 그리고 리얼리즘까지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는 작업실이다.
독일 건물의 특징이기도 한 큰 창문은 이 큰 작업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자연광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곳 또한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난 주말 총 네 군데의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평소 다른 전시회를 둘러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작업들을 보았는데, 특히 좋았던 점은 실제 작가들을 만난 것과 그들의 삶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어서 의미가 깊었다. 알려지지 않아도 이렇게 훌륭한 작업들이 많은데 그들은 천차만별의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 우리가 박물관에서 보는 예술가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예술가들의 1만 분, 1억만 분의 1의 경우의 수로 성공한 이들이다. "성공"의 기준에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지만, 예술의 세계에서 그 단어는 더욱 치열하고 따끔한, 하지만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그런 단어인 듯하다.
하지만 독일은 끊임없이 작가 및 예술가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중의 하나로 이와 같은 오픈 아틀리에 행사가 존재한다. 예술이란 것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손 닿는 곳에 있는 것임을 강조하는 이곳의 문화가 만들어 낸 재미있는 전시회가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발전하게 될지 더욱 기대가 된다.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기쁨을 얻을 수 있게 되길 소망해 본다.
offene ateliers Köln 2020 Link: https://www.matjoe.de/offene-ateliers-2020/